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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었다고 상을 다 줘? (2017. 3. 2.)

글쓴이 : 담임목사 날짜 : 2017-03-02 (목) 22:44 조회 : 178

"목사님 오는 22일(수) 점심시간에 약속 있으세요?" 몇 주 전 주일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데 교우 한 분이 물었습니다. "괜찮은데요. 무슨 일 있으세요?" 대답을 채 마치기도 전에 약속이 잡혔습니다. "그럼 11시까지 용수산으로 오시고요. 기도 좀 해 주세요." 영문도 모르고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그분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그 날 김동호 목사님께서 소망소사이어티에서 상 받으시거든요. 간단히 예배드리는 데 기도 부탁드릴게요." 그때부터 상상의 나래를 펴기 시작했습니다. 김동호 목사님은 우리 교회 소속 목사님으로 한인 커뮤니티에 잘 알려진 분이십니다. 오래전에 한국에서 감리교 신학교를 나오셨지만, 목회는 안 하시고 미국 오셔서 아들 둘 다 키우신 후에 58세에 클레어몬트 신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으신 도전적인 삶을 사신 분이십니다. 그 후에도 상담학 석사 학위를 하나 더 받으셨고, 2개의 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셨습니다. 한인가정법률 상담소를 세워 초창기 이민 가정의 회복을 위해 20년 이상 봉사하신 귀한 분이십니다. 

또, "소망소사이어티"는 10년 전 세계간호사협회를 이끄시던 유분자 장로님께서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슬로건을 걸고 한인 이민자들도 죽음을 준비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세운 봉사 단체입니다. 그동안 장기기증, 유언장 쓰기, 건전한 장례문화 정착 등을 알리기 위해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해 온 단체입니다. 소망소사이어티에서는 이민 사회를 위해 공헌한 인물을 선정해 치하하고, 다음 세대가 본받을 수 있는 모델을 선정해서 시상하기로 하고 그 상의 이름을 "Well Aging Award, 웰 에이징 어워드"로 정하고 그 첫 수상자로 김동호 목사님을 선정했습니다. 

드디어 2월 22일 오전 11시 한인타운에 있는 용수산에서는 소망소사이어티 관계자들과 김동호 목사님의 가족, 그리고 교회 식구들이 모여 조촐한 잔치를 열었습니다. 예배 후에 소망소사이어티에서 준비한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상을 받으러 나가시면서 김동호 목사님께서 "나이 먹었다고 상을 다 줘?"라고 하셔서 모두가 웃었습니다. 물론, 나이만 먹었다고 드리는 상은 아니지요. 나이를 먹어도 잘 먹었기에 드리는 상입니다. 그 상을 받으시는 김동호 목사님을 통해 나이 잘 먹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우게 되었습니다. 50대 말에 미국 신학교에서 공부해서 석사 학위 받은 것도 귀한 일인데, 60대에 상담학 석사 공부를 또 하셨고, 미 연합감리교회 Deacon으로 안수받고 목사가 되셨고, 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셔서 한인가정상담소를 설립하셔서 이끄신 모습을 보면서 개척자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제는 80 중반을 맞으면서 기력도 약해지시고 기억력도 쇠퇴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들과 교우들의 마음이 너무도 무겁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이웃을 향한 열정은 젊은 사람 못지않습니다. 지난해 LA연합감리교회에 새로 부임한 담임목사를 대접하겠다고 점심에 사역자들을 초대하셨습니다. 늘 먹는 음식이 아니라 새로운 음식을 대접하겠다고 개척 정신을 발휘하셔서 초대한 곳이 라브레아 길에 있는 핫도그 음식점이었습니다. 평일에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먹는 유명한 음식점이었습니다. 약속한 날 아침부터 굵은 비가 내렸습니다. 김 목사님에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오늘은 비가 내리니 다른 날로 약속을 미루셔도 된다고 했습니다. 제가 김 목사님을 잘 몰라서 한 이야기였습니다. 한 번 마음 먹으신 일은 끝까지 하셔야 하는 분이셨습니다. 단호하게 괜찮다는 말과 함께 그저 약속 시각에 오시기만 하라고 하시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약속 장소에 나갔습니다. 테이블 몇 개 없는 식당 한쪽에 큰 테이블을 냅킨과 컵으로 찜해 놓고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음식을 들고 빈자리를 찾는 다른 이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으시면서 우리 보고는 그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시고는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서러 나가셨습니다. 비가 내리는 길에 줄을 서야 주문을 할 수 있었는데 김 목사님은 머리에 비닐봉지를 쓰시고 줄을 서 계셨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남편 되시는 김 장로님께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라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더니 "저 사람 한 번 마음 먹으면 아무도 못 말려요." 하시면서 우산을 들고 묵묵히 목사님 곁으로 가셨습니다. 김 목사님의 도전정신의 배경이 바로 김 장로님의 외조였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오늘 김동호 목사님의 "웰 에이징 어워드"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시상식에 참여하면서 아름다운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 귀한 상을 만들어 주신 소망소사이어티에 감사드립니다. 김동호 목사님 덕분에 귀한 자리에서 헤드 테이블에 앉는 영광을 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