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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인생길(07302017)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7-07-29 (토) 12:24 조회 : 45

거꾸로 가는 인생길

 

"우리 부모님들은 더 잘살아 보겠다고 미국에 왔지. 얘들에게 더 좋은 것 해 주고, 더 좋은 공부 시키고, 더 잘 살게 해 주려고 미국에 왔지요." 반말인 듯 아닌 듯김 선교사님은 어눌한 한국말로 설교를 시작하셨습니다. "우리 2세 친구들 보면 부모님들 뜻대로 많이 되었지좋은 학교 나오고좋은 잡(Job)도 가지구베이케이션도 가고큰 집도 사구 2세 친구들 다 잘 살아요." 한인 교회에서 설교한다고 되도록 한국말로 하려고 애쓰는 2세 선교사님의 말씀이 처음에는 어색하더니 귀에 익숙해지자 오히려 진솔한 고백으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친구들 보면 솔직히 조금 부러워요조금 속상해요" '아니 솔직해도 너무 솔직한 것 아니야.' 당황함을 애써 숨기던 교우들도 선교사님의 계면쩍은 웃음에 가려진 씁쓸한 삶이 느껴졌는지 겉으로는 따라 웃었지만속에서는 왠지 모를 ''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수요일 저녁 예배 시간에 선교보고와 간증을 해 주신 김 선교사님은 미국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았고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회자가 되셨습니다그뿐 아니라 안정적으로 자녀를 키울 수 있는 미국이라는 보장된 삶의 자리를 박차고 수년 전 선교지로 떠나셨습니다선교사님과 사모님 모두 목회자의 가정에서 자란 분들이었지만그 부모님들조차 선교지로 가는 것을 말렸다고 합니다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지만 막상 자식이 고생하러 간다는데 좋아할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그것도 선교사님과 사모님처럼 예일코넬 등 최고의 학교에서 공부하신 분들이 선교지로 떠나는 것을 말리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그것도 본인들만 가는 것도 아니고, 6살 난 딸과 6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선교지로 가는 자식을 어느 부모가 쉽게 보내주겠습니까?

 

선교사님의 이야기가 계속되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부모님들은 우리들 잘 되게 해 주려고 미국 왔지그리고 그렇게 되었지요그런데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어." 듣고 보니 맞는 말입니다이민 1세들은 본인들뿐만 아니라 자식들에게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 이민을 결정한 분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그리고그 결정이 잘 되었다는 검증을 자녀들의 성공으로 가늠하며 살아왔습니다그런데 김 선교사님은 자신의 부모님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서 미국에 왔는데자신들은 자식들을 위해서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하고 선교지에서 지내게 하는 것이 못내 서운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아이들한테 미안해요."라고 말하는데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습니다예배당 뒤 아기방에 있던 두 아이가 눈에 들어왔을 것입니다다른 선교사님들처럼 영어를 쓰는 국제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현지인 학교에 보내 공부시켰던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들었을 것입니다. 11살짜리 딸이 보호자가 되어 6살 난 동생을 의젓하게 돌보는 것이 안쓰럽게 느껴졌을 것입니다선교사님의 눈에서 나온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이제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시면서 선교사님은 가슴을 치며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에 하나님의 마음이 있어요자꾸 가라고 하시는 마음이 있어요." 그 마음 때문에 다른 2세 친구들처럼 살 수 있는 길을 포기했다고 했습니다그 마음 때문에 자식들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국행을 택했던 부모의 길과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다고 했습니다그 마음 때문에 다른 2세들의 삶과는 다른 "거꾸로 가는 인생길"을 걷고 있다고 했습니다그런데 이상하지요그 선교사님이 행복해 보였습니다.아이들은 현지인 아이들과 뒤섞여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집에도 돌아오지 않고 논다는 데그 아이들에게서 세상의 때라곤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한국말보다 영어가 편하고영어보다 러시아말이 편하다는 아이를 보면서 앞으로 하나님께서 얼마나 귀하게 쓰실까 하는 생각을 하는 기대로 가슴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엄청난 사역을 자랑하지도 않았습니다고생한다고 앓는 소리도 하지 않았습니다그저 하나님 주신 마음으로 맡겨진 선교지에서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선교사님의 진솔한 고백이 그날 저녁 예배에 참석한 이들의 마음을 평안하게 만들었습니다.그 평안함은 거꾸로 가는 길 같지만 결국은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오는 평안함이었습니다선교사님의 숙소를 마련해 주시고식사를 대접해 주시고선교비로 후원해 주신 분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