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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손길에 이끌려(11192017)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7-11-19 (일) 10:00 조회 : 26

그분의 손길에 이끌려

 

1990년대 초, 하와이에서 유학 생활하던 저에게는 큰 고민이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진로를 정하고 그 길을 위해 유학까지 왔는데, 저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은 너무도 컸습니다. 그 부르심을 더는 미룰 수 없어 고민할 때였습니다. 목사의 길이 쉽지 않음을 어렴풋이 알기에 요나가 니느웨로 가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듣지 않고 다시스로 가는 배를 탔던 것처럼 저는 하와이로 도망쳤었습니다. 요나가 큰 풍랑을 만나 바닷속에 던져졌던 것처럼, 저도 순종과 불순종의 사이에서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하와이라는 작은 섬에 던져진 마음이었습니다. 결국, 물고기 뱃속에서 사흘간 머물며 순종했던 요나처럼 저도 하와이 생활 3년 만에 하나님께 항복하고 맡기신 길을 걷겠다고 순종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방에 문제가 가득했습니다. 어머님을 설득시켜야 하는 것도 문제였고, 신학교에 입학하는 것도 문제였고, 신학교에 가서 학비며 생활비 대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갈급한 심령으로 제가 다니던 하와이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 저녁 예배에 참석하고 있었습니다. 찬양을 부르는데 마음이 뜨거웠습니다. "아 하나님의 은혜로 이 쓸데없는 자 왜 구속하여 주는지 난 알 수 없도다" 찬양 가사가 저를 두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회중석에 앉아 혼자 감격해서 찬양을 불렀습니다. 그렇게 예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데, 바로 앞자리에 계신 분이 저를 돌아보면서 손을 내밀었습니다. 작은 키에 다부진 체격의 그분은 제 손을 덥석 잡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찬송 잘 들었소!"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아니 제가 누구 들으라고 찬송한 것도 아닌데, 무슨 찬송을 잘 들었다는 말입니까?' 저는 그저 제 앞날이 막막해서 하나님께 하소연하듯 부른 찬송이었습니다. 누구라도 제 손을 잡아달라고, 아니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통해서라도 하나님의 분명하신 뜻을 저에게 좀 알려 달라고 기도할 때였습니다.

그런 제게 내민 그분의 손길은 마치 하나님의 손길 같았습니다. 그 손을 내민 분이 바로 박대희 목사님이셨습니다. 당시 박 목사님은 하와이 그리스도 연합감리교회와 LA연합감리교회에서 사역을 마치시고 은퇴하신 후 콜로라도 덴버의 그리스도 중앙연합감리교회를 개척해서 자리가 잡히자 후임자를 세우고 하와이로 다시 돌아오셨을 때였습니다박대희 목사님의 손길이 저를 목회자의 길로 인도했습니다클레어몬트에 입학하는 데 도움을 주셨고장학금을 받는 데도 도움을 주셨습니다. LA에 들르실 때마다 밥도 사 주시고 책값이라며 용돈도 주셨습니다제가 하와이에서 사역할 때 박대희 목사님을 옆에서 뵐 수 있었습니다나날이 약해지시는 모습에 걱정이 쌓일 때쯤 박 목사님은 친척이 많이 계신 LA로 이주하셨습니다.

누가 알았겠습니까제가 LA연합감리교회에 부임해서 박 목사님과 함께 신앙생활 하게 될 줄을....... 놀라우신 하나님의 섭리에 감사하며 2년 반을 박 목사님과 같이 보냈습니다한 주 한 주 쇠약해지시는 목사님을 때로는 집으로때로는 병원으로 찾아뵈었지만 제가 받은 사랑과 은혜를 갚기에는 너무도 부족했습니다박 목사님을 뵐 때마다 같은 말을 여러 번 해야 했습니다. "목사님 때문에 제가 신학교에 가서 목사고 되었고목사님이 목회하셨던 로벗슨 교회 담임목사가 되었어요." 그때마다 목사님은 자랑스러워하셨습니다. "목사님 감사해요목사님 최고!"라고 제가 엄지손가락을 높이 올리면박 목사님은 "Thank you!"라는 말로 화답하셨습니다.

박 목사님께서는 많은 기억을 잃으셨지만하나님의 은혜만큼은 잃어버리지 않으셨습니다하와이 교회도로벗슨 교회도처음 목회하셨던 신도 교회도 기억에서 사라졌지만그럴수록 천국은 더 분명하게 박 목사님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습니다평소에 '교회는 마음의 고향'이라고 강조하셨는데결국그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였고그 하나님의 나라야말로 우리가 모두 돌아가야 할 고향이었습니다.

지난 11 10일 박 목사님은 93년의 삶을 평안히 마치셨습니다사모님과 가족들교우들의 인사를 받으시고 평소에 그렇게 사모하셨던 영원한 고향으로 돌아가셨습니다박 목사님을 보내드리는 예배에 빚진 자들이 많이 모였습니다가장 큰 빚을 진 저도 그중 한 사람으로 예배를 인도했습니다빚을 갚으며 살아야 하는 숙제는 남은 이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박대희 목사님감사합니다목사님께 받은 사랑의 빚을 갚으며 살겠습니다목사님 천국에서 편히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