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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준비하라!''Si Vis Vitam Para Mortem!' (12102017)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7-12-09 (토) 13:18 조회 : 206

'Si Vis Vitam Para Mortem!'

'삶을 원하거든죽음을 준비하라!'

 

얼마 전 소망소사이어티라는 단체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12월 첫 화요일에 예배드리는데 설교해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목사로서 설교 부탁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어디서든 부르면 가서 복음을 전하겠다고 다짐하며 목사가 되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정작 말씀을 전하는 자리를 피하는 것이 목사로서의 양심에 찔리기 때문입니다물론할 일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연말이면 이런저런 모임으로 분주하고 12 7일에 있을 구역회 준비도 해야 했습니다전화를 받으면서도 이런저런 핑곗거리를 찾고 있는데 "꼭 오셔서 말씀 전해 주셔야 해요간단하게 하시면 돼요그럼 오시는 거로 알고 있을게요."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단호한 음성에 더는 도망칠 데가 없었습니다.

 

소망소사이어티는 "아름다운 삶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주제로 죽음 준비학교유언서 작성 및 교육치매 환자 교육 프로그램아프리카의 소망 우물 파기 등으로 섬기는 봉사 단체입니다우리 교회에서도 세미나를 개최했기에 그 단체에서 하는 일을 잘 알고 있었고또 우리 교우들 중에서도 소망소사이어티의 이사로고문으로봉사자로 참여하는 분들이 여럿 계시기에 딱 잘라 거절하기도 힘들었습니다더구나 소망소사이어티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올해 제정한 '웰에이징 어워드'의 첫 수상자가 우리 교회의 고 김동호 목사님이셨기에 보통 인연이 아니었습니다.

 

'월례회로 모이는 자리이니 그냥 간단하게 설교하고 오면 되겠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그런데며칠 후 소망소사이어티에서 온 이메일을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제가 설교하기로 한 행사는 매월 모이는 월례회가 아니고일 년에 한 번 모여서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자리였습니다더구나 올해가 창립 10주년이라 그 어느 때보다 뜻깊은 자리였습니다그날 순서를 맡은 분들을 보니 모두가 지역사회의 유명인사들이었습니다지역 목사회 회장님의 기도총영사님의 축사은행 행장님의 격려사연극과 특별 연주시상식 등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그런 자리에서 제가 설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궁하면 통한다고 그런 고민을 안고 있을 때쯤우연히 손에 들린 "라틴어 수업"이라는 책에서 본 라틴어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Si Vis Vitam Para Mortem!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준비하라!"는 뜻입니다소망소사이어티에서 말하는 비전과 꼭 닮은 말이었습니다그 말을 마음에 새기고 행사 날을 기다렸습니다.

 

12월의 첫 화요일 아침찬란한 햇살을 받으며 행사가 열리는 부에나 팍 커뮤니티센터를 찾았습니다행사장 안에는 "소망소사이어티 창립 10주년 감사의 날"을 준비하는 손길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마련된 자리에 앉아 기도했습니다낯선 자리에서 낯선 이들을 향해 설교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순서를 기다리는데여기저기서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우리 교우들이 여기저기서 반가운 손짓을 하고 계셨습니다그분들의 얼굴을 보자 마음이 한결 놓였습니다어떤 단체든 10년간 한 길을 달려온 것에는 손뼉을 쳐 드리는 것이 마땅합니다그 기간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고또 얼마나 많은 아픔이 있었겠습니까소망소사이어티를 창립한 유분자 이사장은 그 모든 일을 겪고 이 자리를 맞이한 감격을 누리고 계셨습니다저도 귀한 자리에 부름을 받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습니다.

 

"Si Vis Vitam Para Mortem!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준비하라!"는 말로 설교를 시작했습니다저 스스로에게도 죽음은 항상 멀리 있었습니다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경험했지만교우들의 장례식을 집례하면서도유가족들을 위로하면서도 죽음은 저와는 관계없는 주제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하지만 그 누구도 예외 없이 언젠가 죽음을 마주할 수밖에 없음도 잘 알고 있습니다준비하지 않으면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죽음입니다소망소사이어티에서 하는 일은 죽음이라는 거울을 꺼내 삶을 비춤으로 삶의 참가치를 찾게 해 주는 사역입니다.

 

그날 행사에 참석하는 내내 마음이 평안했습니다삶을 원하기에 죽음을 준비하며 남들이 말하기 어려운 주제를 사회적 담론으로 승화시킨 이들과 함께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찬란한 일출 못지않게 황홀한 노을도 있음을 떠올렸던 뜻깊은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