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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줍기함 (12172017)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7-12-16 (토) 11:50 조회 : 191

우리 교회 예배당에 들어서면 왼쪽 벽에 자그마한 상자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그 상자에는 "이삭줍기함"이라는 이름표가 달렸습니다오래전부터 '이 헌금함은 왜 이 자리에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고 있었습니다.주보에 '이삭줍기'라는 이름의 헌금항목이 있는 것을 보면서도 이 헌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두지 못했습니다막연하게 '작은 정성을 모아 필요한 이들에게 사랑을 나누는데 사용되는 헌금정도로만 알고 지냈습니다.

 

지난 11 1일부터 21일간 열렸던 '다니엘기도회'를 시작하면서 '이삭줍기 헌금'에 대해서 마음을 나눴습니다기도는 세상과 이웃을 향한 사랑의 표현이라는 뜻을 전하면서 기도회 기간에 마음을 모아 이웃을 섬기는 일에 동참하시려면 본당 뒤에 있는 '이삭줍기헌금함을 이용해 주실 것을 부탁드렸습니다그렇다고 강조해서 광고한 것도 아니고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스치듯 말씀드렸습니다별 기대를 안 했기에 '다니엘기도회'를 마치고도 한동안 잊고 지냈습니다한참이 지나서야 '이삭줍기헌금함이 생각났습니다겨울도 다가오는데 연말에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데 '이삭줍기헌금을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 헌금함을 확인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얼마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는지 열쇠조차 찾기 힘들었습니다몇 번의 노력 끝에 열쇠를 찾아 헌금함을 열었습니다기껏해야 몇백 불 들었겠거니 하며 열었는데언뜻 봐도 지폐가 수두룩했습니다헌금 봉투도 여러 장 나왔습니다그렇게 모인 이삭줍기 헌금액이 수천 불이 넘었습니다.

 

이삭줍기 헌금은 전액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데 쓰라고 모아주신 사랑의 헌금임을 알기에 더욱 감사했습니다. '이 사랑의 물질을 어디로 어떻게 흘려보내야 하나님이 기뻐하실까?' 하는 기도를 하는데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광고도 별로 안 했는데스치듯 내뱉은 목사의 말을 소홀히 여기지 않으시고 마음을 모아 주신 성도님들이 너무도 고마웠습니다. '다니엘기도회기간에 다른 이들을 위해 기도할 뿐 아니라 뜻과 정성을 모아 기도를 사랑으로 승화시키신 교우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어릴 때 이발관에 가면 단골로 만나게 되는 그림이 있었습니다먼지가 소복한 벽 한쪽에는 황금 들녘에서 교회의 종소리를 배경 삼아 경건하게 머리를 숙이고 기도하는 부부의 모습을 그린 밀레의 '만종'이라는 그림이 걸려 있고다른 쪽에는 막 추수를 끝낸 들판을 배경으로 수북이 쌓인 볏단 앞에서 떨어진 이삭을 줍는 세 여인의 모습을 화폭에 담은 "이삭 줍는 사람들"이라는 그림이 걸려 있었습니다성경에도 남편을 잃고 살길이 막막한 채 시어머니인 나오미를 따라 낯선 땅에 정착한 룻에게 보아스가 베푼 은혜는 이삭을 넉넉히 줍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이삭을 줍는 것은 땅에 떨어진 자투리를 모으는 것이지만 곡식 한 톨의 소중함을 확인하는 작업입니다.우리 인생에도 은혜의 자투리들이 있습니다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닐지라도 그것이 모이면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이삭줍기는 누군가의 배려가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이삭줍기는 혼자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잘 사는 것이 아름다운 세상임을 알리는 것입니다우리 교회에서 모은 이삭줍기 헌금이 바로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는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은혜를 받고 여기까지 왔습니다이삭줍기를 통해 우리도 누군가의 은혜를 받고 살았음을 기억해야 합니다받은 은혜를 기억하는 사람은 겸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이삭줍기를 통해 받은 은혜를 기억하기에 이삭줍기는 우리를 겸손으로 인도하는 도구입니다그 받은 은혜를 기억하며 사랑을 갚는 마음으로 드린 작은 정성이 누군가의 삶을 또 다른 은혜의 세계로 인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합니다.

 

이삭줍기를 통해 우리는 나눔을 배우고배려를 실천하고사랑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나눌 수 있는 작은 지스러기라도 있거든 주저하지 마시고 '이삭줍기함'에 여러분의 사랑을 모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밀레가 그린 '이삭 줍는 사람들'이라는 그림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합니다구도나 색상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의미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기 때문일 것입니다그런데 저는 예배당 한편을 지키고 있는 '이삭줍기헌금함을 바라보면 마음이 뜨거워집니다지쳐있는 누군가에게 뜨거운 힘과 용기를 불어넣을 용광로가 그곳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