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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준(蹲蹲)한 하루 (01202018)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8-01-20 (토) 13:50 조회 : 154

준준(蹲蹲)한 하루

 

병원에 심방을 다녀올 때마다 마음이 무거울 때가 많습니다모두가 다 건강하면 좋은데 어쩔 수 없이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교우들의 형편을 대할 때마다 기도하고 위로의 말씀은 전하지만이런 상황이 없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지난 주중에 두 분의 교우를 심방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습니다요즘은 어느 병원을 가든지 익숙합니다처음에는 주차장부터 병실 찾는 일까지 낯설던 것이 이제는 어느 병원을 가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우리 교회 소속 목사님으로 계신 오바울 목사님이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았습니다오 목사님은 평생을 수의사로 일하시면서 신학을 공부하셔서 목사 안수를 받으신 분이십니다.은퇴 후 교회 근처로 이사하셔서 우리 교회에 출석하고 계십니다지난 주간에 넘어지셔서 병원을 찾았는데 수술은 안 해도 되지만 너무 약해지셔서 병원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습니다병실에 들어서자 침대에 누워계신 오 목사님은 평안한 모습으로 주무시고 계셨습니다제가 다가서자 살며시 눈을 뜨시면서 환한 웃음을 보이셨습니다사모님께서 "여보누구신지 알겠어요?"라고 묻자 오 목사님 저를 보시더니 "목사님우리 목사님"이라고 답하셨습니다.

 

오 목사님의 손을 붙잡고 기도했습니다비록 야윈 손이지만 그 손을 붙잡았을 때 일생을 성실히 살아온 한 인생의 무게가 느껴졌습니다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한 사역자의 진실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예수 사랑하심은찬송을 부르는데 오 목사님의 얼굴이 어린아이의 얼굴처럼 환한 미소를 띠고 계셨습니다그 순간만큼은 세상 아무 염려도 없어 보였습니다지금은 병실에 환자로 누워있지만영혼은 덩실덩실 춤추고 계셨습니다병실을 나왔는데도 오 목사님의 환한 미소가 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습니다오 목사님의 미소는 일생을 주님을 바라보고 살아온 사람만이 누리를 수 있는 담대함과 평안함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주중에 방문한 또 한 분은 이인규 권사님이십니다이 권사님은 평생 교회를 충실히 섬기셨던 분이십니다지난해 90세 생신을 교회에서 했는데지난 연말부터 걷는 것이 불편하셔서 주일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고 계셨습니다그러던 중 넘어지셨고폐에 염증이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해 며칠째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으면서 고생하고 계셨습니다다행히 제가 방문한 날 염증 부위를 발견했다는 의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이 권사님은 한 손으로는 제 손을 꼭 잡으시고다른 손은 제 아내의 손을 잡으시더니 이리저리 흔들면서 기쁨을 표현하셨습니다지난주에 전화했을 때만 해도 말씀을 잘 못 하셔서 사람을 놀라게 하셨는데이날은 말씀도 잘하셨습니다한참이나 손을 붙잡고 흔드시면서 아이처럼 기뻐하셨습니다.

 

가느다란 팔뚝에는 각종 검사와 영양제 투입을 위한 주삿바늘 자국이 가득했지만 얼마나 손을 꼭 붙잡으셨는지 젊은 사람 못지않은 아귀힘을 보이셨습니다이 권사님은 쓸쓸한 병실에 그래도 담임목사가 찾아왔다고 아이처럼 기뻐하시면서 손을 붙잡고 흔드셨습니다그렇게 붙잡은 손은 찬송할 때도기도할 때도 놓을 수 없었습니다이제 병원을 떠날 때가 되었지만 손을 놓치는 것을 아쉬워하시는 권사님의 손을 다시 붙잡아드리느라 몇 번을 돌아서야 했습니다. "다음에는 이 손 꼭 붙잡고 일어서서 교회 오셔야 해요제가 모시고 갈게요."라는 인사를 남기고 병원을 나오는데 그 맞잡았던 손의 기운이 따스하게 남아 있습니다이 권사님의 손을 붙잡고 이리저리 흔들 때 우리의 영혼도 덩실덩실 춤추고 있었습니다마치 아침 햇살을 고이 머금고 한때를 지난 대지처럼 그 손의 온기가 마음마저 따스하게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준준(蹲蹲)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춤출 준()'을 반복해서 '덩실덩실 춤추는 것이 멋들어지다'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주중에 두 분의 교우를 병원에서 뵈어야 했고, 두 분 모두 병상에 누워계셨지만, 그 영혼은 덩실덩실 춤을 추며 멋들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계셨습니다. 병원을 다녀왔지만, 더는 마음이 무겁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날듯이 가벼웠습니다. 오 목사님의 환한 미소 속에 담긴 평안함을 보았기 때문이고, 이 권사님의 손을 붙잡고 영혼의 춤을 추고 왔기 때문입니다. 두 분을 뵙고 온 그 날이 저에게는'준준한 하루'였습니다. 덩실덩실 춤추는 것이 만들어 낸 멋진 기억을 쌓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