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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괜찮아!"(02252018)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8-02-24 (토) 13:38 조회 : 195

"그래 괜찮아!"

 

빌리를 처음 만난 날은 2011 1 24일이었습니다아니 만났다고도 할 수 없는 게 빌리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굳게 닫힌 관 속에서 그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장례를 집례할 목사를 맞이했습니다영정 사진 속에서 빌리는 환한 미소를 띤 채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장례식을 집례하는 목사라면 그래도 죽은 사람에 대해 조금은 알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그래야 '평소에 어떤 인생을 살았다느니얼마나 좋은 심성을 갖고 있었다느니하면서 몇 마디 포장이라도 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그런데 빌리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나이가 몇인지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었는지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빌리의 장례식을 집례하게 된 것은 순전히 그의 아버지 함 집사님 때문입니다교회에 새롭게 나온 함 집사님은 본인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시는 분이셨습니다가족이 어떻게 되는지무슨 일을 하시는지심지어 어디 사시는지조차 말씀해 주지 않았습니다그렇게 교회에서 한두 달째 마주치고 있을 때였습니다함 집사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받았더니 "---......" 훌쩍이는 소리가 먼저 들렸습니다. '무슨 일이 났구나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참을 기다렸습니다평정을 찾은 함 집사님은 아들이 죽었다고 하셨습니다. "아드님이 돌아가셨다고요?" 아들이 있었는지조차 몰랐지만 어떻든 아들이 죽었으니 집사님 마음이 얼마나 아프실까 하는 마음으로 심방을 갔습니다.

 

엊저녁까지 멀쩡하던 아들이 새벽에 방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고 했습니다경찰은 이미 다녀갔고장의사에서 아들의 시신을 모셔갔다고 했습니다그런데그 이야기를 하시는 함 집사님의 목소리가 의외로 담담했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겠지속으로 생각하면서 장례 일정을 잡았습니다그래도 목사가 장례예배 설교를 하려면 고인에 관해 조금이나마 아는 것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함 집사님 내외분을 따로 만나 아들이 살아온 인생에 관해 물었습니다. "몇 살이에요공부는 어디서 했나요장례식에는 누가 오나요가족이나 친구들이 좀 있으세요신앙생활은 잘 했나요?" 질문은 많이 했는데 제가 들은 답은 별로 없었습니다죽은 아들의 이름은 '빌리'이고남동생이 하나 있다는 말밖에는 듣지 못했습니다.

 

빌리의 장례예배 집례를 위해 단 위에 섰습니다자식의 삶을 꺼내지 못하는 부모에게도 사정이 있겠지요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드러내지 못하는 마음은 또 오죽하겠습니까빌리의 장례를 준비하면서 '그래'라는 말이 마음에 와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장례식 설교를 하면서 주님의 마음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빌리야 세상에서 얼마나 힘들었니. '그래이제 괜찮아!' 세상에서 장남으로 부모님 생각하면서 가졌던 책임감은 또 얼마나 무거웠니. '그래', 이제 다 내려놓을 수 있지죽음 앞에서 얼마나 무서웠니. '그래이제 주님이 함께하실 거야세상에서 수고 많았다. '그래', 이제 주님 품 안에서 쉼을 누리렴세상에서 할 말 하지 못하고많은 생각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 '그래', 이제 마음껏 찬양하고 말하렴세상에서 하고 싶은 것도 많고먹고 싶은 것도 많았을 거고갖고 싶은 것도 많았을 텐데 다 포기하고 갔구나. '그래이제 괜찮아!' 이제 마음껏 자유롭게 날아다니렴너에게 '그래'라는 미들네임을 지어주고 싶구나. '빌리 "그래멋지지 않니그러고 보니 세계적인 복음 전도자 '빌리 그래함목사님 이름이 되었구나세상은 '빌리 그래함목사님만 알고 '빌리 "그래'은 모를지 모르지만하나님은 '빌리 그래함목사님이나 너를 모두 다 잘 아신단다. '빌리 그래함목사님이나 '빌리 "그래"'이나 모두 전도자로 살아온 인생이란다전도자란 삶으로 믿음을 실천하고죽음으로 하나님을 증거하는 인생이잖니오늘 우리 곁을 떠나지만하나님 나라에서 안식을 누리렴기도할게."

 

지난 21 '빌리 그래함목사님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미국 대통령들의 목사세계적인 복음 전도자"라는 수식어가 붙는 그의 삶과 죽음을 돌아보는데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살다가는 수많은 '빌리 "그래'과 같은 인생이 생각났습니다그리 내세울 것 없는그렇고 그런 인생에도 하나님은 "그래 괜찮아!"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래 괜찮아!'라고 우리에게 주시는 주님의 위로를 누리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