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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아래에서 '김치----'(04082018)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8-04-08 (일) 10:07 조회 : 110

십자가 아래에서 '김치----'

 

우리 교회 친교실을 로벗슨홀(Robertson Memorial Hall)이라고 부릅니다. 로벗슨이라는 이름은 우리 교회가 현재의 자리로 이전하기 전에 오랫동안 위치했던 길 이름(Roberson St.)에서 따왔습니다. 1989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해서 "LA연합감리교회"라는 새 이름을 갖기까지 우리 교회는 '로벗슨연합감리교회(L.A. Robertson Korean United Methodist Church)'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968년부터 1989년까지 20년 이상 로벗슨 길에 있기에 로벗슨교회라는 별칭으로 불리기 시작한 교회 이름은 한인사회가 형성되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우리 교회를 지칭하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결국, 1982년에는 교회의 공식 이름을 "로벗슨한인연합감리교회(L.A. Robertson Korean United Methodist Church)"라고 바꾸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면서 새로 지은 친교실을 로벗슨홀이라고 이름하였습니다. , 친교실 한쪽 벽에는 1904년부터 시작된 교회가 걸어온 발자취를 정리해 두었습니다. 전시 벽 위쪽에는 로벗슨 교회에서 가지고 온 유리창(Stained Glass)이 있고, 전시 벽 중앙에는 로벗슨교회를 기념해서 친교실의 이름을 지었다는 동판이 붙어 있습니다. 동판 옆에는 긴 액자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그 액자 속에는 오래전 찍은 교회와 교우들의 사진이 있습니다. 그 사진 밑에는 'L.A. Korean M. E. South, April 12, 1936'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우리 교회가 속한 연합감리교회의 전신인 'Methodist Episcopal' 교단에 속한 'LA한인교회'라는 뜻입니다.

그 사진은 1936년 부활절을 맞아 교인들이 찍은 기념사진이었습니다. 1936, 이민자로 살던 이들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진 속에서 만난 우리 믿음의 선배들의 모습에서는 그런 곤고함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멋지게 차려입은 정장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었고, 앞자리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모습에서는 당당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여러 여성 성도들이 모자로 한껏 멋을 부렸습니다. 여자아이들은 하얀색 원피스로, 남자아이들은 넥타이 차림으로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이 마치 미래를 향한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 속의 겉모습만 멋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1936년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면서 신앙의 공동체를 32년째 꾸려가고 있음이 멋지게 보였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도 역사의 한 장면을 멋지게 남기고 싶었습니다. 지난 주일 부활주일을 맞아 전교인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1부 예배를 마치고,  2부 예배를 마치고 포즈를 취했습니다. 부활주일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그냥 봄기운이 느껴져서 그런지 교회 오신 분들의 옷차림이 화사했습니다. 그렇게 역사의 한 장면을 남겼습니다.

사진 속에 담긴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살피는데, 사진을 찍은 배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 교회가 100주년을 맞이하던 2004년에 세운 십자가 탑이 우뚝 서 있었습니다. 본당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로버슨 홀이 있고, 오른쪽에는 채플이 있습니다. 본당 앞에 우뚝 솟은 십자가 탑 아래에서 사진을 찍었기에 나중에 사진을 보니 모두가 다 십자가 아래에 모인 모양이 되었습니다.

"십자가 아래에서," 예수님께서 달리신 십자가를 두고 많은 사람이 도망쳤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조차 그 곁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십자가 밑에 몇몇 사람들이 남아 끝까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들은 힘없는 여인들이었습니다. 비록 힘없는 사람들이었지만 이들은 십자가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십자가의 증인뿐 아니라 부활의 증인이 되는 영광도 얻었습니다.

2018년 부활주일을 맞는 우리들의 모습 속에서 십자가 아래에 선 증인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십자가를 증거하며 살겠다는 신앙의 다짐이 1936년 찍은 교우들의 사진과 겹치면서 또 다른 기대를 하게 합니다. 먼 훗날 우리 믿음의 후손들이 우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 모습에는 2018년 부활절에 곱게 차려입은 겉모습만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살아온 믿음의 발자취도 담겨 있을 것입니다. 십자가 아래에 서서 고백하는 하나님을 향한 사랑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지요. 사진을 살피는데 사진 속에 계신 분도 눈에 들어오지만, 사진에 찍히지 못한 분들이 더 많이 생각났습니다. 누구는 여행 중이시고, 누구는 병원에 계시고, 누구는 몸이 아프셔서 못 오시고..... 내년 부활절에는 지난주에 못 오신 분들까지 모두 모여 한 해 동안 십자가 아래에서 살아온 감격과 함께 예쁜 모습으로 기념사진을 찍게 되기를 바랍니다. 십자가 아래에서 '김치---' 하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