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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안전한 곳' (04142018)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8-04-20 (금) 12:50 조회 : 45

'가장 안전한 곳'

 

언제부턴가 교회 주차장에서 밤을 지새우는 자동차가 한 대 생겼습니다. 오가며 얼굴을 튼 차주의 이름은 '크리스'라고 했습니다. 직장에 다니는데 잠자리가 없어 교회 주차장에서 밤을 지낸다고 했습니다. 특별히 교회에 해가 되지 않고 오히려 밤새 텅 빈 교회를 지켜주기에, 또 교회에서 매몰차게 내쫓는 것도 어려워 우물쭈물하는 동안 밤이면 교회 주차장은 그의 집으로 변했습니다. 가끔 개스비가 없다며 마음 약한 분들의 지갑을 열어 이 사람 저 사람에게서 돈을 걷어간다는 이야기에 속상하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토요일 한국학교 시간이나 주일 예배 시간까지 차를 대놓고 있길래, 그 시간만큼은 차를 옮겨주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 이후에는 교회 주차장과 교회 앞길에 차를 번갈아 세우며 그런대로 별 탈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한 번은 음식 사 먹으라고 약간의 돈을 쥐여 줬더니 저에게 신세타령을 시작했습니다. 자기도 다른 곳에서 자 보려고 근처 쇼핑센터에 차를 대고 밤을 지내는데, 총소리가 들리는 통에 무서워서 한숨도 못 잤다면서 이 근처에서는 우리 교회 주차장이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했습니다. 이 근처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우리 교회 주차장이라는 그의 말이 제 마음을 찔렀습니다. 안전하다고 동네 홈리스들을 교회에 다 모아놓고 밤을 지내게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 지금도 밤에 교회 주차장을 들락거리는 차들이 몇 대 있는데, 이런 차들이 교회 주차장에 몰려온다면 그것도 분명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우리 교회가 속한 웨스트 지방의 감리사님이 "세이프파킹LA(SafeParkingLA)"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교회를 비롯한 종교시설의 주차장이나, 개인 주차장을 개방해서 자동차를 가진 홈리스들이 안전하게 밤을 지내도록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세이프파킹LA(SafeParkingLA)"라는 비영리단체가 교회를 비롯한 종교시설을 연결하고, 시에서 관리하는 주차장을 섭외하고, 또 모든 법적인 문제나 보험 관계, 안전 문제 등을 정리해서 부담 없이 주차장 문을 열도록 돕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새벽기도회 후, 우리 교회 시무장로님들로 구성된 미래발전위원회 모임에 "세이프파킹LA" 관계자들이 나와 이 프로그램을 소개했습니다. 저를 비롯해 그 자리에 참석한 장로님들 역시 처음에는 많은 질문과 함께 조금은 회의적인 마음으로 그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그들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우선, 이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홈리스와 이 프로그램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들을 구분합니다. 집은 없지만, 자동차에 기거하는 사람들을 "자동차 거주민(Vehicle dwellers)"이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정해진 시간(저녁부터 새벽)에 정해진 주차장에서 밤을 지내게 됩니다. 그 시간 동안에는 야간 경비원(Security Guard)이 상주하면서 안전을 책임집니다. 물론, 야간 경비원의 비용도 그 단체에서 부담합니다.최소 5대 이상 허락된 자동차들이 모여 함께 밤을 지냅니다. 그 자동차에는 파킹 퍼밋이 주어지고, 자동차에서 기거하는 사람들은 정부 혜택을 받도록 안내하는 케이스 매니저가 정해져 궁극적으로 주거지를 마련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장소를 제공하는 곳에서는 안전에 대한 어떤 법적인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장소를 제공하는 곳에서는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만 해주면 되고, 오히려 매달 일정액의 유틸리티 보조를 받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수년째 샌타바버라와 샌디에이고에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만약 그들이 쓰레기를 버리면? 자동차가 고장 났다고 안 나가면? 화장실을 어지럽히면? 음식을 해 먹으면?' 질문과 답이 오가면서 궁금증이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그런 질문보다 앞서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 동네에서 우리 교회 주차장이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크리스의 말이었습니다. , '이 사역을 진정 하나님이 기뻐하실까?'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이 질문을 품고 다음 주일(4 22) 오후에 열리는 임원회에서 이 안건을 다루려고 합니다. 궁금한 점이나 의견이 있으시면 이날 임원회에 오셔서 나눠주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좋은 일도 우리 교우들이 원치 않으면 할 수 없음을 알기에 여러분의 의견을 겸허히 물으려고 합니다.

 

지난 3 30일 자 로스엔젤레스타임즈에 "세이프파킹문제(The safe parking problem)"라는 제목의 논설이 실렸습니다. 여러 문제를 지적한 후, 주차장을 열기 어려워하는 교회의 현실도 인정하면서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해보다가 안 되면 나가라고 하면 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