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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움과 너그러움이 만나면(05062018)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8-05-06 (일) 09:03 조회 : 91

싱그러움과 너그러움이 만나면

 

'5'이라는 말을 들으면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5월은 봄을 지나 초여름의 완숙한 푸르름이 전해지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5월을 '신록의 계절'이라고 부릅니다. '신록()'이란 '늦은 봄이나 초여름의 초목에 돋은 새잎의 푸른 빛'이라는 뜻으로 이제 봄을 지나 초여름에 들어섰다는 표현입니다. , 전통적으로 5월은 가정과 관계된 날이 많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5 5일을 어린이날로 지키고, 5 8일은 어버이날, 5 15일은 세계가정의 날, 5 21일은 부부의 날로 지킵니다. 미국에서는 5월 둘째 주일을 어머니날(Mother's Day)로 지킵니다. 5월을 맞으며 제 마음속에 싱그럽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싱그럽다'는 말은 '싱싱하고 맑은 향기가 나는 분위기가 있다'는 뜻입니다. 5월에 가정과 관련된 날들이 많은 것도 바로 5월의 싱그러움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싱그러움의 계절인 5, 가정의 달인 5월이 주는 또 다른 모습은 '너그러움'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물론, '너그러움'이라는 말에는 마음의 폭이 넓고 아량이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그뿐만 아니라 폭이 여유 있고, 경사가 급하지 않고, 움직임이 완만할 때도 너그럽다는 말을 사용합니다. 너그러움은 어떻게 보면 생명의 신비를 담고 있습니다. 너그럽다는 말에는 품는다는 의미가 숨어있고, 기다린다는 의미도 담겨있습니다. 세상에 생명을 갖고 나는 것 중에 기다림이 없이 생명을 얻는 것은 없습니다. 생명 있는 것치고 어느 것 하나 너그러움의 덕을 안 본 것이 없습니다. 시간이 너그럽게 기다려줬고, 비가 너그럽게 대지를 적셨고, 그 앞에서 태양도 너그러웠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고 노래했던 어느 시인의 고백처럼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마저도 햇빛과 바람, 비를 이긴 흔적없이 이 땅에 날 재간은 없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머니의 너그러움이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불러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5월은 싱그러움과 너그러움이 만나 생명의 신비를 기억하고 불러오는 계절입니다. 싱그러움과 너그러움이 만나면 생명의 신비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소망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절망과 좌절과 같은 감정은 생명력이 고갈될 때 오는 마음입니다. 살 소망이 없을 때 마주치는 마음입니다. 5월은 누구에게나 새로운 생명의 기대를 하게 합니다.  5월이 주는 싱그러움과 너그러움을 마주할 때마다 믿음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 믿음이 소망으로 또 하루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그 싱그러움과 너그러움이 만날 때 세상은 푸르름으로 덮이기 마련입니다.그 푸르름은 풀과 나무의 겉모습뿐 아니라 소망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 색이기도 합니다.

수년 전, "점령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도시마다 사람들이 모인 적이 있었습니다. '보스턴을 점령하라!' '시드니를 점령하라!'라고 외치며 각 도시로 모여든 까닭은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약자들의 반항심 때문이었습니다. 점령이라는 말은 힘 있는 사람이 약한 사람을 억압하는 모습입니다. 다수가 소수를 짓누르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인들은 아무리 약해도, 아무리 수가 적어도 넉넉히 세상을 점령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을 점령하는 도구는 바로 사랑입니다. 싱그러움과 너그러움이 만나면 사랑을 낳습니다. 그 사랑이 절망을 이기고, 그 사랑이 죽음을 이길 수 있습니다.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시인은 절망을 점령하는 것은 큰 힘이 아니라 담쟁이 넝쿨의 꾸준함이라고 말합니다. 벽을 덮고 또 넘는 여럿의 힘이라고 노래합니다. 오늘 우리의 믿음의 모습이 그렇습니다. 절망의 벽에 가로막혀 있을 때 그 벽을 넘을 수 있는 것은 함께 마주 잡은 손입니다. 싱그러움과 너그러움이 빚어낸 푸르름입니다. 절망을 점령하는 푸르름, 믿음과 소망이라는 푸르름으로 함께 절망의 벽을 넘어서는 5월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