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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가시의 목회학'(08052018)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8-08-08 (수) 09:32 조회 : 71

'생선 가시의 목회학'

 

성탄 절기가 되면 많은 카드가 오갑니다보내기는 했는데 답장이 없으면 서운하기도 하고또 받기만 하고 답하지 못하면 미안하기도 합니다.때로는 어른한테 크리스마스 카드를 먼저 받기라도 하면 송구한 마음에 서둘러 답장을 보낼 때도 있습니다해마다 그런 미안함을 안겨준 분이 바로 윤영봉 목사님이십니다굵은 필체로 힘있게 적은 카드에는 성탄의 기쁨과 더불어 가족과 교회의 평안을 비는 기도로 끝을 맺었습니다감리교회의 큰 어른이신 목사님께서 까마득한 후배인 저를 어떻게 아시고해마다 그것도 가장 일찍 카드를 보내시나 하는 미안한 마음이 늘 있었습니다그런데어느 해부턴가 그 카드가 끊겼습니다아마 건강에 어려움을 겪게 되신 때인 것 같았습니다그러는 사이 윤영봉 목사님과 이런저런 인연으로 묶이게 되었습니다.

전에도 윤영봉 목사님의 아드님이신 윤요한 목사님과 친하게 지내고 있었지만제가 LA연합감리교회에 부임하면서 윤영봉 목사님의 따님이신 이은옥 집사님을 뵙게 되었습니다윤영봉 목사님께서 사역하셨던 디트로이트 연합감리교회를 섬기시던 강진식 집사님 내외분이 이사를 오셔서 우리 교회에서 함께 신앙 생활하게 되었습니다올해 들어서 윤 목사님의 건강이 많이 나빠지셨고아드님이 계신 인근 지역에 위치한 양로 시설에 들어가 계신다는 것을 들었습니다한 번 찾아 봬야지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윤 목사님께서 지난 7 24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난 수요일 저녁 입관 예배에 참석했습니다우리 교회 교우들이 눈에 띄었습니다이번 장례식은 디트로이트 한인연합감리교회장으로 드린다고 했습니다임시담임을 맡고 계시는 신경림 목사님께서 오셔서 집례하셨고성도들이 장례 예배 순서를 맡아 수고하셨습니다은혜로운 예배의 자리에서 또윤 목사님을 기억하는 이마다 빠지지 않고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바로 "생선 가시의 목회학"입니다.

윤 목사님께서 스무 살 때 사상범으로 평양 형무소에 갇혀 5개월간 옥고를 치른 일이 있었습니다약관의 젊은이가 하루에 주먹밥 하나씩 먹고 옥중 생활을 하다 보니 너무나도 배가 고파 밤마다 먹는 꿈을 꾸셨다고 합니다. 어느 날 저녁에는 메줏덩이 열 개가 천장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하나를 떼어먹다 보니 꿈이었다는 일화도 전해집니다. 하루는 형무소에서 주는 주먹밥 속에 새끼손가락만 한 생선 가시가 들어 있는 발견하고는 먹을 것인가, 버릴 것인가 사이에서 한참을 고민하셨다고 합니다. 생선 가시지만, 칼슘 성분이 많을 것으로 판단해 입속에 넣고 2시간 동안 씹고 또 씹어서 모두 드셨다고 합니다. 윤 목사님은 그 경험을 이렇게 고백하셨습니다. '가시 같은 교인도 사랑으로 오래 참으며 기도하면서 관심과 사랑을 쏟으면 반드시 녹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위대한 목회학을 생선 가시를 씹으며 배웠습니다.'

그때 배운 '생선 가시의 목회학'을 실천하며 평생 목회하는 동안 많은 성도를 사랑으로 오래 참으면서 녹이고 변화시켜 많은 열매를 거두었다고 했습니다. 입관 예배 중에 아드님이신 윤요한 목사님이 가족을 대표해서 인사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아버님을 먼저 떠나보낸 슬픔을 천국에 대한 소망으로 채우고, 아버님이 남겨두신 신앙의 유산을 따라 살겠다는 결단의 말과 함께 조문객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아버님을 맞아주실 하나님의 마음으로 아버지에 대한 마지막 인사를 하셨습니다.

아마 지금쯤 하나님께서 아버지를 이렇게 부르고 계실 것이라면서 "영봉아! 수고했다. 영봉아! 잘했다."라고 말할 때 그 목소리에 담긴 진심이 전해졌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할 때는 이제껏 애써 참고 있었던 울음이 튀어 나왔습니다. "영봉아! 잘 참았다." 이 말을 듣는데 제 마음도 울컥했습니다. '생선 가시의 목회학'은 교회에서만 적용되는 철학이 아니었습니다. 윤 목사님께서 일생 가정과 교회를 비롯한 삶의 모든 자리에서 보여주셨던 기준이자 철학이셨습니다.

존경하는 윤영봉 목사님, 하나님 품 안에서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가족들에게는 하늘의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장례의 모든 절차 가운데 윤 목사님을 향한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담아 보여주신 디트로이트 한인연합감리교회 교우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제 삶의 자리로 돌아온 가족을 위로하며 돕고 함께 살아가야 할 여러분들의 진실된 사랑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