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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예수 제자!"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9-01-02 (수) 11:09 조회 : 119

"목사님 우리 교회는 표어가 뭐예요?" 얼마 전에 한 교우가 제게 물었습니다. "교회 표어요. 달력에 적혀 있는데요." "달력에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짓는 그분에게 "명품 교회, 명품 성도"라는 교회 표어가 달력에 적혀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그건 표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하셨습니다. 사실 그런 질문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몇 년 전에는 신문사 기자로부터 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목사님 교회 표어가 뭐예요?"라고 묻길래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대답을 하기가 어려워 대충 얼버무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로 제 마음속에 '교회 표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국어사전은 "표어"라는 말을 "주의, 주장, 강령 따위를 간결하게 나타낸 짧은 어구"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표어(標語)"는짧은 문장 안에 명확하고 정확한 뜻을 담아 정치종교기업의 목표를 반복적으로 주입합니다. "꺼진불도 다시보자!" "딸 아들 구별말고 둘만낳아 잘기르자!" 어렸을 때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표어가 아직도 머리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표어의 영향력이 큰 것은 분명합니다.

군대에서는 경례하면서 "충성한 마리 잡자!"라고 했습니다철책 근무를 하는 부대였기 때문에 북한에서 언제 넘어올지 모르는 간첩이나 공비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각인시키는 인사법이었습니다.상품을 선전하는 광고마다 멋진 표어를 만들어 우리를 세뇌하려고 애씁니다수많은 상품에 담긴 표어는 각종 매체를 통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모두가 그 상품만 사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착각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런 세상에서 교회도 표어 하나 정도 가지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교회 예배당에 표어를 담은 큼지막한 현수막 하나 정도 붙여놓고 교인들의 마음을 모으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문제는 신앙의 가치와 믿음의 모양을 담을만한 표어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었습니다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그럴듯한 표어를 찾기 힘든 것도 사실이고그럴싸한 표어를 붙여놓고 한 해 동안 열심히 산다고 하더라도 그 표어에 어울리는 삶을 살 자신도 없었습니다그러다 보니 그럴듯한 표어를 만들기보다는 말씀을 중심으로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그리스도인다운 삶이라고 생각하고 지냈습니다.

2019년도를 맞으면서 새롭게 교회 달력을 주문해야 했습니다. 115년의 역사를 맞이하는 교회가 이민 사회를 섬기는 아름다운 신앙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명품 교회명품 성도"로서 사명을 감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하지만교회나 성도를 물건의 비유하는 것이 적절치 않은 것 같아 고민하다가 결국은 교회 달력에 적을 표어를 정했습니다오랫동안 고민하면서 제 목회 철학으로 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언제 어디서나 예수 제자!"라는 표어를 달력에 새겨 넣었습니다.

우리 교회가 속한 연합감리교단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만들기, To make the disciples of Jesus Christ for the transformation of the world."라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사역하고 있습니다이 표어는 연합감리교단만 가진 목표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는 명령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모든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목표입니다.

문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를 만들기 전에 우리가 먼저 제자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그것도 교회에서만 제자가 아니라삶의 형편이 좋을 때만이 아니라 언제나 어디서나 예수 그리스도의 신실한 제자로 살아갈 때예수님의 지상 명령도 지킬 수 있고연합감리교단이 정한 목적도 달성할 수 있습니다그 마음을 "언제 어디서나 예수 제자!"라는 말에 담았습니다.

여러분 가정에 걸어 놓으신 교회 달력에 "언제 어디서나 예수 제자!"라는 글이 한 귀퉁이에 쓰여 있습니다글씨는 작을지 모르지만큰 의미가 담긴 그 작은 다짐을 마음에 담아 새해에는 언제든 어디서든누가 보든 안 보든형편이 좋든 어렵든 예수님의 제자로 살아가시기를 기도드립니다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주일입니다이틀 후면 새해 첫날이 밝아 올 것입니다한 해 동안 예수님의 제자로 살기 위해 애쓰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리며, 2019년 한 해 동안 "언제 어디서나 예수 제자!"의 멋진 삶을 살아가시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