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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엇국, 콩나물국, 배춧국, 김칫국, 다시 북엇국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9-01-05 (토) 08:07 조회 : 185

12월의 마지막 날 저녁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에 들어서자 부엌 불빛 아래에 계신 몇 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부엌에는 권사님들 대여섯 분이 머리를 맞대고 심각한 표정으로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웃고 떠드는 소리도 날 만한데, 적막만 흐르고 있었습니다. '부엌에서 머리를 맞대고 뭘 저리도 심각하게 하고 계실까?' 궁금증을 안고 다가가는 순간 머리를 맞댄 권사님들 사이로 널따란 은색 쟁반이 보이고, 그 안에는 내장은 빠지고 머리는 잘린 멸치들이 즐비했습니다. 권사님들은 다음날부터 열리는 '새해맞이 새벽기도회' 후에 나눌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송구영신 예배를 마치고 친교실로 갔더니, 멸치는 사라지고 쌍화차 향내가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교우들의 마음은 쌍화차와 함께 따뜻하게 녹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새해 첫날이 되었습니다. 송구영신 예배를 조금 일찍 드린 덕에 새해 첫날부터 '새해맞이 새벽기도회'로 한 해를 기도로 열 수 있었습니다.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친교실에 들어서니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머리와 내장을 뺀 멸치로 우린 맛깔스러운 국물에 북어를 북북 찢어 넣고, 듬성듬성 썬 무와 대파를 넣어 끓인 북엇국, 어느 음식점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성찬이 기도회를 마친 교우들의 한 해를 축복하고 있었습니다.

얼마나들 맛있게 드시는지, 국물도 남기지 않고 드셨습니다. '새해맞이 새벽기도회' 둘째 날에는 콩나물국이 나왔습니다. 멸치 머리를 자르던 손길로 이제는 콩나물 꼬리를 뜯어내고 있었습니다.

"요즘 LA의 아침 기온이 쌀쌀한데 새벽기도회 마치고 먹는 국밥 맛이 일품입니다." "오늘은 너무 맛있어서 그릇까지 먹을 뻔했어요." "새벽에 기도하러 교회에 오는 게 아니라 밥 먹으러 오게 생겼는데요." 모두가 맛있다고 칭찬하는 통에 음식을 준비하는 분들도 신이 났습니다.

이번 새벽기도회에 아침 식사를 준비하겠다고 나선 분들은 우리 교회의 '문화대학학생들입니다문화대학은 매주 목요일마다 교회에 모여 장구도 배우고체조도 하고뜨개질도 배우면서 문화 활동을 하는 분들입니다교인들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에 문을 열어 지역선교 차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새벽에 일찍 나와 국을 끓이고 밥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기쁜 마음으로 귀한 수고를 감당해 주셨습니다문화대학 학생들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작은 수고를 통해서 여러 사람이 기뻐할 수 있다면 당연히 해야죠." 그 말을 듣는데 올 한 해 받을 은혜를 다 받은 것 같았습니다깊은 신앙의 진리가 담긴 고백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메뉴도 바뀌었습니다첫날에는 북엇국이 나오더니둘째 날에는 콩나물국셋째 날에는 배춧국이 나오고넷째 날에는 김칫국이 나왔습니다. "새해맞이 새벽기도회마지막 날인 토요일에는 속회 주관으로 드리는 예배이다 보니 코리아타운 1속에서 다시 북엇국을 끓이겠다고 나섰습니다새벽기도회 기간 사랑의 식탁을 제공하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19 '새해맞이 새벽기도회'의 주제는 '거룩함을 회복하라'였습니다예배믿음사랑은혜언어의 거룩함을 회복하라는 주제로 말씀을 전하면서 우리 신앙의 회복을 기대했는데신앙이 회복되기도 전에 우리의 입맛이 먼저 회복되었습니다그와 더불어 마음도 회복되었습니다그런데놀라운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몸과 마음이 회복되더니 덩달아 영이 회복되고 있었습니다.

풍성한 식탁이 있으니예배가 더욱 풍성하게 느껴졌습니다믿음과 사랑그리고 은혜가 가득했습니다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축복의 말이 오가며 언어가 거룩하게 회복되었습니다.

송년 주일과 송구영신 예배그리고 새해맞이 새벽기도회에 한국 정동제일교회에서 은퇴하신 조영준 목사님께서 참석하셨습니다. LA 따님댁을 방문 중에 예배마다 참석하고 계신 조 목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랑이 아닌 말은 하지도 말고사랑이 아닌 말은 듣지도 말고,사랑이 아닌 말은 전하지도 말자고 했더니 정말 교회와 성도의 삶이 달라졌습니다."

이제 2019년이 시작되었습니다풍성한 은혜를 누리시는 한 해가 되기를 기도드립니다그리고 조 목사님께서 전해 주신 인생의 교훈처럼 사랑이 아닌 말은 하지도듣지도전하지도 말고그저 사랑의 말만 하고듣고전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