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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를 향하는 교회"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9-03-12 (화) 10:25 조회 : 22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Helena Norberg-Hodge)라는 스웨덴 출신의 언어학자가 연구를 위해 히말라야 오지 라다크를 방문했습니다. 방문 목적은 그들의 방언을 배우는 것이었지만, 서구 물질문명에 노출되지 않은 그들의 전통적이고 공동체적인 삶이 그녀를 붙잡았습니다. 서구의 물질문명이 가져오는 편리함에 익숙한 그녀에게 오히려 조금 불편하지만 자연 친화적으로 살아가는 삶의 모습, 친환경적 지역 공동체의 부활, 전통문화의 복원 등이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 삶 속에서 발견한 행복을 "오래된 미래"라는 제목의 책에 담았습니다.

"오래된 미래"라는 말에는 모순된 두 단어가 담겨 있습니다. 서로 반의어이거나 양립할 수 없고 상충하는 단어들을 결합해서 비유적으로 문학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모순어법이라고 합니다. "오래된 미래"라는 말에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변화에 대처하고, 미래를 지향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교회 창립 115주년을 맞으면서 '오래된 미래'라는 말이 떠오른 것은 우리 교회에 필요한 것이 바로 "전통과 변화, 그리고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전통이야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살아온 모습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그 전통에 고착되어 있다면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교회가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 교회는 세상의 흐름을 따라 변화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미래를 가리켜야 합니다.

인생살이의 지혜를 기록한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천장지구(天長地久)"라는 말이 나옵니다. "하늘과 땅은 영원하다."라는 뜻입니다. 중국의 고전을 영어로 번역해서 중국 문화를 외국에 소개한 중국의 소설가이자 문명비평가인 임어당(林語堂)은 이 구절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우주는 영원하다. 우주가 영원한 이유는 자신을 위해 살지 않기 때문이다."

하늘 아래 있는 모든 생명은 스스로 살기 위해 애를 씁니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면 상대와 다투고 죽이는 것을 서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렇게 강하고, 세고, 빠르면 오래 살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동물들을 보아도 자신이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 것들은 그리 오래 살지 못합니다. 오히려 느릿느릿한 거북이는 100년 200년을 산다고 합니다. 흐물흐물한 해삼은 얼마나 오래 사는지 나이를 알 수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스스로 살기 위해서 그토록 애쓰는 생명은 유한한 데, 하늘과 땅이 영원한 것은 자신을 위해 살지 않고 다른 것들의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래가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오래된 음식점에는 변치 않는 맛이 있을 것이고, 오래된 기업은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만들어 내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기적인 사람, 자기 욕심만을 차리는 사람, 사랑도 받겠다고만 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반면에 늘 베풀고, 사랑과 감사, 격려와 위로, 인정과 배려를 통해 다른 사람을 섬기는 사람 주위에는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인간관계든, 식당이나 기업이든 자신만을 생각하고 위한다면 오래갈 수 없습니다.

기독교는 이기적인 종교가 아닙니다. 자신만 살겠다고 다른 사람을 짓밟는 종교가 아닙니다. 오히려 나누고, 베풀고, 섬기므로 다른 사람들의 숨통을 열어주는 하늘이 되었고, 다른 사람들이 디디고 설 땅이 되었습니다. 교회는 그런 곳이어야 합니다. 누구든 쉽게 들어와 하나님의 은혜를 누릴 수 있는 곳, 상심한 심령이 들어와 새 힘을 얻을 수 있는 곳, 세상에서 버림받은 마음이 용기와 소망을 얻을 수 있는 곳, 바로 그곳이 교회입니다. LA연합감리교회는 오래된 교회입니다. 하지만 그냥 오래된 교회가 아닙니다. 오래됨의 이유를 증명하는 교회이고 오래된 미래를 향한 교회입니다.

115년의 역사를 통해 교회와 함께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115년 동안 세상을 섬기며 이웃을 사랑하며 오래됨의 이유를 삶으로 보여주신 교우들을 치하합니다. 그리고 그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 저 스스로 묻습니다. 교회는 역사가 깊어질수록 오래됨의 이유를 자주 물어야 합니다. "우리 교회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우리 교회의 전통 위에, 변화를 거쳐 나아가야 할 미래는 또 어디인가?" 우리 모두 이런 질문을 품고 115년이라는 오래됨의 이유를 증명하는 교회, 그 전통을 변화시키는 교회, 그리고 '오래된 미래'로 나가는 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