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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역사의 만남"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9-04-09 (화) 10:01 조회 : 82

역사와 역사의 만남

 

2012 5월 말, 프레즈노에서는 연합감리교회 서부지역 지도자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당시 텍사스에서 사역하던 저도 이 세미나에 초청받아 가족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세미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리들리(Reedley)라는 작은 도시를 방문했습니다. 리들리는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곳도 아니었고,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미주 한인 이민 초기에 한인들이 많이 모여 살았고, 독립운동을 했던 여러 흔적이 있는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곳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막상 리들리에 도착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습니다. 여느 미국 소도시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자동차로 이리저리 헤매다가 현지에서 재배된 과일을 파는 상점에 들어가서 블랙베리만 잔뜩 사 들고 나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곳에는 안창호 선생과 이승만 박사가 머물렀던 호텔도 유적지로 남아 있고, 1897년 서재필이 이끄는 독립협회가 중심이 되어 청나라의 책봉 체제에서 조선이 독립했음을 상징하기 위해 세운 독립문 원형을4분의 1로 축소해서 세운 리들리 독립문도 있고, 한인 애국 이민 선조를 기리기 위한 10기의 기념비도 있다고 합니다.

아무런 안내도 없이 그냥 리들리라는 곳에 가면 이런 것들이 한눈에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때쯤 작은 공원묘지를 하나 찾았습니다. 한적한 길가에 차를 세우고 묘지로 들어서는 데 낯익은 글씨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을 보여주는 헤어진 비석에 새겨진 한글 이름마다 초기 한인 이민자들의 인생이 서려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묘지 중간중간 벤치에 새겨놓은"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등의 구절은 고향을 그리워하며 이국땅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던 초기 한인 이민자들의 눈물이 담겨 있었습니다.

한동안 잊고 지내던 리들리를 다시 떠올린 것은 LA연합감리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하면서 부터입니다. 역사적인 교회들이 함께 리들리를 방문해서 한인 초기 이민 역사와 교회 역사를 재정립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재 미국에 있는 연합감리교회들 가운데 100년이 넘은 교회들이 있습니다. 하와이에는 해외에 세워진 첫 한인교회인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를 비롯한 올리브연합감리교회,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첫 한인교회인 상항한국인교회와 오클랜드 한인연합감리교회, 그리고 미 본토 최초의 한인 교회인 우리 LA연합감리교회가 100년을 넘긴 한인 이민 교회들입니다.

이들 교회들은 역사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목회자들도 이들 교회에서 사역했었습니다. 교단에서 공식으로 파송된 첫 목회자로 1930년부터1939년까지 우리 교회에서 사역하셨던 황사용 목사님은 저희 교회 뿐만 아니라 하와이 그리스도 연합감리교회에서도 사역하셨고, 리들리에서도 사역하셨고, 1914년 북가주에는 오클랜드 한인연합감리교회를 세웠습니다. 또한, 안성주 장로님의 외할아버지가 되시는 김호 선생은 리들리에 감리교회를 세운 신실한 교인이었고, LA로 이주하셔서는 우리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셨습니다. 김호 선생은 리들리에서 김형순과 함께 '김 형제상회'를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두어 독립운동을 재정적으로 후원하기도 했습니다. 수백 명의 한인이 '김 형제상회'의 농장에서 일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일구었으며, 50년대, 60년대에 유학 온 학생들은 여름방학이면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교우들과 목회자들의 흔적이 있는 곳이 리들리이기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올해 창립 115주년을 맞이하면서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는데, 오클랜드 한인연합감리교회에서 창립 105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리들리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마침 우리 교회에서도 교우들과 함께 리들리를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리들리 역사 탐방'을 오클랜드 교회와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문화부가 주최하고 교회 창립 115주년 기념사업협의회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에 에녹회와 관심 있는 분들을 초대해서 다녀오려고 합니다. 2019 5 4() 오전 8시에 출발해서 오후 8시경에 교회로 도착할 것입니다. 식사는 물로, 차 안에서 즐거운 시간도 마련될 이번 여행에는 리들리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신 안성주 장로님께서 가이드를 하실 것입니다.

오클랜드 교회가 가진 105년의 역사와 우리 교회의 115년의 역사가 만나는 '리들리 역사 탐방'의 생생한 현장으로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