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게시물 207건, 최근 0 건
   

하나님 나라의 프리마돈나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9-04-28 (일) 06:52 조회 : 89

"아니 이게 누구야? 우리 얼마 만이지?" 그리워하던 얼굴을 보는 순간 오랜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죠?" 세월의 흔적은 지울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 세월을 지나온 삶을 마주하는 감격은 시간의 간극만큼이나 깊은 감회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오늘 저녁에 있을 "교회 창립 115주년 기념 음악회"를 위해 한국에서 오신 소프라노 김영미 권사님을 만나는 교우마다 시집간 딸을 오랜만에 만나는 친정 부모의 마음으로 반겼습니다함께 신앙 생활할 때의 추억을 곱씹을 때면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목소리가 한껏 높아졌습니다.

소프라노 김영미 권사님을 소개할 때 꼭 붙이는 말이 있습니다. "세계적인"이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전 세계의 그 누구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뜻입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콩쿠르"에서 1위로 입상하면서 파바로티와 함께 필라델피아 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으로 오페라계에 데뷔한 것만으로도 "세계적인"이라는 말을 붙이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더구나 "베로나 국제 콩쿠르", "파르마 국제 콩쿠르", "푸치니 국제 콩쿠르"에서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마리아 칼라스 국제 콩쿠르"에서는 "베스트 6" 상을 받으면서 "세계적인"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낯설지 않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프라노는 많습니다. 높은 소리로 유명해진 소프라노도 있고, 기교가 뛰어난 소프라노도 있습니다. 표현력이 좋은 소프라노도 있고, 성량이 좋은 소프라노도 있습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서양 음악의 본고장에서 배출된 성악가들을 제치고 체구도 작은 동양에서 온 성악가가 세계적인 소프라노로 인정받기까지는 피나는 노력이 숨어 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이렇게 노래할 수 있는 분은 소프라노 김영미 선생님밖에 없습니다." 이번 음악회의 지휘를 맡으신 진정우 권사님께서 힘주어 말씀하시면서 이런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이번 음악회에서 소프라노 김영미 권사님이 합창과 함께 부를 노래는 구노의 '장엄미사'에 나오는 '상투스, Sanctus'입니다. '성령이 온 우주에 가득하다'라는 상투스의 가사를 긴 호흡으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소프라노는 김영미 권사님밖에 없습니다. 온 세계를 통틀어도 말입니다."

호흡이 길다고 다 세계적인 성악가가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긴 호흡에 안정적인 소리를 담아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울리는 소리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김영미 권사님의 호흡이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그 호흡에 안정적인 소리만이 아니라 또 다른 것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성령의 숨결이고,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김영미 권사님의 어머니는 딸을 위해 늘 이렇게 기도하셨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가 되기 보다는 하나님이 첫번째로 꼽는 성악가가 되게 해 주세요." 어머니의 기도대로 자신의 힘을 의지해서 노래하던 소프라노 김영미는 하나님을 의지해서 노래할 수밖에 없는 "하나님 나라의 프리마돈나"가 되어 있었습니다.

세계 최정상에 섰던 소프라노가 땅이 꺼질 것 같은 우울증을 비롯한 수많은 좌절을 겪었지만 결국 하나님의 은혜로 이겨내며 깨달은 것은 호흡은 하나님의 임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호흡으로 노래할 때 사람들은 은혜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결혼한 지 8년이 넘도록 임신을 하지 못했을 때, 세상의 방법을 아무리 써도 임신이 되지 않았습니다. 의사마저도 '생명을 주시는 분이 하나님이므로 기도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결국, 자신의 힘으로 하려던 마음을 내려놓았을 때 하나님은 '조이'라는 이름의 예쁜 딸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 딸을 안고 유아 세례를 받기 위해 미국에 살 때 신앙 생활하며 사랑을 나눴던 고 박대희 목사님을 찾았습니다. 박 목사님 댁에서 하룻밤을 묵는데, 그날따라 '조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고 밤새 보챘습니다. 밤새 우는 아기를 안고 어쩔 줄 몰라 할 때 박대희 목사님이 내려오셔서 아이를 살포시 안아주자 그 아이가 언제 그렇게 울었냐는 듯 목사님 품에서 잠이 들었다는 추억을 꺼내놓는데, 어느새 그 딸이 대학 졸업반의 어엿한 숙녀가 되어 이번 방문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주었습니다.

오늘 저녁 윌셔이벨극장에서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김영미"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프리마돈나 김영미 권사님"과 우리 교회 찬양대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지난 115년간 우리 교회를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의 찬송을 올려 드릴 때, 하늘과 땅이 하나님의 영광으로 가득 차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