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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살아 있었습니다."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9-05-11 (토) 15:25 조회 : 86










올해로 교회창립 115주년을 맞는 우리 교회는 기념사업 중 하나로"역사 탐방"을 계획하고, 지난 5 4, 중가주에 위치한 "리들리(Reedley, CA)"에 다녀왔습니다.

봄나들이하는 가벼운 복장으로 토요일 이른 아침 교회에 모인 40여 명의 교우가 버스에 올랐습니다. 아침 식사를 준비해 주신 분도 계셨고, 참석하시는 분들이 은혜받고 오실 수 있도록 선물을 준비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점심으로 먹을 도시락은 물론 간식과 물을 챙기다 보니 출발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전 8시 정각에 버스가 출발했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여느 때보다 한가한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상쾌해졌습니다. 버스 안에서는 한인 이민사에 대한 서동성 장로님의 강의가 있었고, 리들리 한인 사회와 교회에 대해서는 안성주 장로님께서 강의를 맡아 주셨습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하시는 문화공보부의 박필규 장로님이 인도하시는 노래 부르기와 김인국 장로님이 진행을 맡은 퀴즈대회가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4시간 정도를 달려 중가주의 작은 도시 리들리에 도착했습니다. 오전에 쌀쌀하던 날씨는 화씨 87도의 여름 날씨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리들리 타운에 있는 파이오니어 공원은 마치 우리를 위해 마련된 곳 같았습니다. 공원 안의 파빌리온은 한낮의 햇볕을 막아 주었고, 벤치와 테이블에 앉아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을 때는 모두를 어린 시절로 되돌려 놓았습니다.  

점심을 뚝딱 해치우고 리들리 교회로 향했습니다. 1919년에 세워진 리들리 한인 교회는 창립 20주년을 맞는 1939, 교인 수가 50여 명에 달하자 김 형제상회가 제공한 땅에 예배당을 신축했습니다. 그 후 리들리 한인 인구가 줄어들면서 교회는 오순절 계통의 히스패닉 교회가 되었습니다.

리들리 교회에서 만난 오클랜드한인연합감리교회 성도들과  LA연합감리교회 성도들이 수십년 전 이민의 선배들이 신앙 생활하던 바로 그 자리에 모여 기도회를 가졌습니다.

"이민 선배들이 땀흘려 일하며 믿음을 지켰던 곳, 자신의 유익보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애쓰던 나라 사랑의 마음이 깃든 곳에서 그분들의 신앙을 돌아보며 오늘 우리가 사는 신앙과 삶의 자리를 지키게 해 주십시오." 제가 그날 모인 이들을 대표해서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오클랜드연합감리교회 정현섭 담임목사님의 설교 후에, 리들리 한인 사회를 일군 김 형제상회의 파트너 중 한 사람으로 독립자금을 모으는데 누구보다 큰 공헌을 하신 김호 선생의 외손자 되시는 우리 교회 안성주 장로님께서 리들리의 한인 사회와 교회에 대해서 발표해 주셨습니다. 리들리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고, 김호 선생님이 운영하던 복숭아 농장에서 일하셨던 안장로님의 생생한 간증은 모두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오클랜드연합감리교회 손수락 장로님께서는 이날 모인 의미에 대해서 감격 어린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축도는 이번 '역사와 역사의 만남'의 중심에 계신 김광진 목사님께서 하셨습니다. 김 목사님은 오클랜드연합감리교회와 LA연합감리교회를 모두 섬기신 목사님이셨기에 더욱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기도회를 마치고, 146기의 한인들의 묘가 있는 리들리 공원묘지를 방문했습니다. , 한국에 있는 독립문의 1/4 크기로 제작된 리들리 독립문도 방문했습니다. 비록 작은 크기지만 독립문은 미국내 한인 이민자들의 출발점이 된 리들리 한복판에 굳건히 서 있었습니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dward H. Carr)는 역사를"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습니다. 현재는 과거에 끊임없이 물어야 합니다. 또 과거가 묻는 말에 답할 책임이 있습니다.

"오늘날 한인 이민 사회가 이만큼 성장한 힘은 무엇인가?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신앙의 본질은 무엇인가? 조국의 현실 속에서 이민자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신앙인으로 이민 사회를 어떻게 섬겨야 하는가?"

리들리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 조용히 답하고 있었습니다. 소풍 나온 아이들처럼 분주했던 마음이 역사의 현장을 지나면서 숙연해졌습니다. 이민 선배들이 리들리의 폭염과 싸우며 삶과 신앙의 자리를 지키며, 많은 부분을 희생하며 일으켜 세운 조국과 이민 사회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과거가 묻는 말에 삶으로 답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마저 생겼습니다.

역사는 살아있었습니다. 돌아보는 이들의 마음 속에, 과거를 통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이들의 비전 속에 살아 숨쉬고 있었습니다. 이 뜻깊은 자리에 동행해 주시고, 또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