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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볕이 만드는 세상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9-05-21 (화) 07:10 조회 : 43




올봄에는 남가주의 들판이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습니다. 지난겨울부터 봄까지 여느 때보다 많이 내린 비로 겨우내 황량함에 숨죽이던 땅에는 형형색색의 들꽃이 피어올랐습니다. 많은 사람을 뚫고 꽃구경을 다녀왔다는 이들의 영웅담과 함께 남가주의 늦봄이 지날 무렵 교회 마당에도 장미꽃이 하나둘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주일 점심시간이었습니다. 권사님 한 분이 봉투를 하나 쑥 내밀었습니다. "목사님이 여기 있어요."라며 건넨 봉투 속에는 사진 두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사진 속에는 권사님들 몇 분과 함께 교회 마당에서 찍은 저의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사진에 찍혔던 5월 첫 주일의 분주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토요일이었던 5 4일에는 '역사 탐방'을 위해 나갔다 와야 했습니다. 5월 첫 주일은'트리니티 성경 공부'가 개강하는 날이었습니다. 주일 오전 8시에 시작된 1부 예배를 마치고 아침 식사를 하고 나면 9 30분쯤 됩니다. 스태프 미팅을 잠깐 갖고 나서 9 45분부터 성경 공부를 인도합니다. 성경 공부를 마치고 잠시 숨을 고른 후 오전 11시에 시작되는2부 예배를 드리고 나면 그나마 조금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5월 첫 주일에는 성찬식도 있었고, 주일 오후에는 어린이 주일을 맞아 교회학교에서 준비한 '플레이 데이(Play Day)'에도 참석했습니다. 각종 놀이기구와 음식과 간식까지 풍성한 자리에서 아이들과 부모들이 기뻐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주일 오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차를 몰고 교회 주차장을 빠져나가는데, 권사님들 몇 분이 교회 앞마당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차를 몰고 옆으로 지나가면서 보니, 장미꽃 앞에서 사진을 찍고 계셨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르는 분의 장난기 어린 말에 권사님들은 소풍 나온 여학생들처럼 발랄한 웃음으로 화답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차를 세우고 저와 제 아내도 그림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앞에 있는 장미가 꽃인지, 뒤에 선 사람이 꽃인지 모르겠다.'는 유쾌한 멘트에 살짝 미소짓는 인생이 담긴 사진 두 장을 받아들고는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사진 속에는 하얀색 장미와 분홍빛 장미가 흐드러지게 핀 멋들어진 '풍경(風景)'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삶의 모든 형편을 하나님께 맡기고, 믿음 하나 붙잡고 살아온 인생이 만들어낸 아름다운'풍경'도 그 안에 담겨 있었습니다. 그 사진 속에 펼쳐진 장면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에이 목사님 너무 과장하시는 것 아니에요? 세상에 아름다운 풍경이 얼마나 많은데, 교회 앞마당에 핀 장미꽃밭을 두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하실 수 있어요?' 스스로 던진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물론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맞습니다." 제가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풍경은 눈에 보이는 경치가 다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풍경'이라는 한자는 '바람 ()'자와 '()'자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제 눈에 들어온 장미는 바람을 헤치고 피워낸 꽃봉오리였고, 볕을 벗 삼아 그려낸 색이었습니다. 장미만이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그 뒤에 선 인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많은 풍파를 헤치고 오뚜기처럼 일어서서 살아온 인생이었고, 주님이 주시는 은혜라는 볕의 기운으로 기도하며 살아온 인생이었기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의 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시인과 촌장'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가수 하덕규 씨는 '풍경'이라는 노래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그렇지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입니다. 어머니는 어머니의 자리로, 자식은 자식의 자리로, 학생은 학생의 자리로, 신앙인은 신앙인의 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5월을 지나고 있습니다. 바람과 볕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세상이 채워지는 때입니다. 세상만 아름다운 풍경으로 채울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생도 아름다운 풍경으로 채울 때입니다. 예배와 믿음의 제자리를 찾아, 감사와 기쁨의 제자리에 서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가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