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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항상 처음 보는 사람과 먹어라."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9-06-16 (일) 13:05 조회 : 48

퀴즈를 내겠습니다. '4567888'이라는 숫자가 무슨 뜻일까요? 아무리 들여다봐도 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숫자는4,567,888달러로 누군가가 점심 한 끼를 위해 쓰는 비용입니다. 아니 점심 한 끼에 이렇게 많은 돈을 쓰는 것이 말이 되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올해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과의 점심 경매'에서 낙찰된 액수입니다.

올해로 20회째를 맞는 '워런 버핏과의 점심 경매'는 온라인 경매를 통해 최고가를 적어 낸 사람에게 지인 7명을 초대해서 뉴욕 맨해튼의 스테이크 식당에서 워런 버핏과 함께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권리를 주는 행사입니다. 워런 버핏은 이 행사를 통해 지금까지 3,000만불 이상을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중심으로 빈민 구제 사역을 하는 '글라이드 재단(Glide Foundation)'에 기부했습니다. '글라이드 재단'은 워런 버핏의 사별한 아내 수잔 톰슨 버핏이 생전에 활동했던 단체입니다.

수백만 불을 지불하고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워런 버핏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기 원할 것입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투자 대가'로부터 직접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상징성과 맞물려 경매에 낙찰된 사람들 역시 언론의 주목을 받아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여러 사람이 그렇게 큰돈을 내고 워런 버핏과 함께 식사하면서 얻었던 교훈들은 의외로 너무도 평범한 것들이었습니다. '매사에 진실하십시오.' '거절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사랑하는 것을 하십시오.' 등이 그 비싼 점심값을 내고 얻은 교훈이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우리 주위에도 같이 식사하면서 교훈과 배움을 얻을 수 있는 분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민자로서 많은 업적을 이룬 분도 계시고, 신앙적으로 본받을만한 분도 계십니다. 다른 이들을 돕는 데 자신을 희생하시는 분도 계시고, 더 넓은 세상을 꿈꾸며, 미래를 차곡차곡 준비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성실하게 살아가시는 이민 역사의 산증인들도 여럿 계십니다.

그런 분들이 어디 계시냐고요? 그런 분들과 어떻게 점심을 같이할 수 있냐고요?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우리 교회에서 주일마다 나누는 식사 교제의 자리가 바로 그 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다른 한인 교회들과 마찬가지로 주일 예배 후 점심을 함께 나누는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정도 들고 그야말로 식구가 됩니다. 문제는 너무 오랫동안 알고 지낸 분들이 주일에 한번 반갑게 만나서 안부도 묻고 소식도 나누다 보니 다른 사람과 교제할 기회가 없다는 것입니다. 늘 같은 자리에 앉아서, 같은 사람들과 교제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교회에 처음 오신 분들은 점심에 앉을 자리가 없다는 이야기도 하십니다. 자리가 없다는 말은 자신이 앉을 빈자리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환영해 줄 사람들이 없다는 뜻이겠지요. 주일 점심시간이면 늘 그 자리에 앉아 계시는 성도님들을 보게 됩니다. 물론, 늘 앉는 자리가 편합니다. 익숙한 자리를 벗어나는 것은 누구에게든지 두렵습니다.

그래도 교회는 그 두려움을 용기로 극복하는 곳입니다. 그래야 사랑이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낯선 사람과 한 식탁에 둘러앉아 자신을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또 다른 은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한 교회에 수십 년을 같이 다녔지만, 한 번도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한 사람과 한 식탁에 앉아 식사하면서 그 인생이 살아온 역사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노력을 하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에는 장로님들 모인 자리에서 제가 이렇게 부탁드렸습니다. "장로님들은 한자리에 앉아 식사할 생각하지 마시고 그동안 함께 식사할 기회가 없었던 분을 찾아가서 같이 식사해 주세요."

장로님들만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의도적으로 그동안 교제하지 못했던 분들께 찾아가서 점심을 같이하면 어떨까요? 교회의 사랑의 온도가 높아질 것입니다. 더는 밥 먹을 자리가 없어 서성거리다 돌아서는 사람들이 없어질 것입니다.

주일 점심에 늘 앉던 자리의 익숙함과 친밀함을 벗어나는 것은 두려움의 자리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설렘'의 자리로 들어간다면 주일 예배만 기다려지는 것이 아니라 점심시간도 기다려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 교제하면서 새로운 교훈을 얻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은혜를 나누게 될 것입니다.

워런 버핏은 점심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점심은 항상 처음 보는 사람과 먹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