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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감사 헌금"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9-06-29 (토) 15:18 조회 : 123

622() 오전, 교회에서는 총남여선교회 수련회로 모였습니다. 해마다 하는 행사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원래 총여선교회만 단독으로 모이던 행사였는데, 올해는 남선교회도 초청해서 총남여선교회 수련회가 되었습니다. 또 해마다 특별 강사가 세미나를 인도했는데, 올해는 찬양사역자 이은수 목사님을 초청해서 세미나 대신 찬양과 간증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작은 여느 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찬양팀의 찬양과 율동에 이어 여선교회 목적선언문을 함께 읽으면서 수련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샛별찬양율동선교단'의 특별순서 후에 박미수 목사님께서 말씀을 전해 주셨습니다. 짧은 휴식 후에'너는 내 아들이라'라는 찬양으로 유명한 이은수 목사님의 은혜로운 간증과 찬양이 이어졌습니다.

집회가 한창 무르익고 있을 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습니다. 김형선 장로님이셨습니다. 장로님의 목소리가 많이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며 수화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희 집사람이 오늘 아침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형선 장로님의 부인되시는 김송옥 권사님은 다리가 불편하셔서 한동안 주일에 교회에 나오시지 못하셨지만, 식사도 잘하시고, 달리 편찮으신 데도 없다는 소식을 듣고 있던 차였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권사님이요? 왜요? 건강하셨잖아요?" 저도 너무 놀라 묻고 또 물었습니다. 장로님도 너무도 뜻밖의 일이라 그런지 그 소식만 전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한동안 정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지병이 있으신 것도 아니었고, 병원에 입원하신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걷는 게 조금 불편하셨을 뿐인데 세상을 떠나시다니요. 김 장로님께 다시 전화를 드렸습니다. 엊저녁까지 식사 잘하시고, 말씀도 잘 하셨는데, 아침에 깨우러 가보니 기척이 없으셨다고 했습니다.

장로님 댁으로 달려갔습니다. 권사님의 시신이 침대에 주무시듯 누워 계셨습니다. "권사님"하고 부르면 눈을 뜨실 것만 같았습니다. 임종 예배를 드리는데 권사님의 평안한 얼굴에는 세상의 수고와 고생을 끝내고 천국에 입성한 성도의 당당한 미소가 남아 있는 듯 했습니다.

이제 장례예배를 은혜 가운데 드리는 일이 남았습니다. 권사님은 오래전부터 자신의 장례를 준비해 놓은 듯 했습니다. "평소에 좋아하시던 찬송가가 있으셨어요?" 묻기가 무섭게 장로님이 서랍에서 꺼내놓은 종이에는 권사님께서 평소에 즐겨 부르시던 찬송과 좋아하시던 성경 구절들이 권사님의 약력과 함께 적혀 있었습니다. 권사님께서 생전에 생각하셨던 대로 장례 일정을 정하고 기본적인 순서를 논의한 후 장로님 댁을 나서는데 장로님이 쫓아오시면서 감사헌금이라며 봉투를 하나 내미셨습니다. 

그 헌금 봉투에는 "건강 감사 헌금"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집사람이 건강이 좋아졌다고 적어 놓은 것입니다. 이제 이렇게 됐으니 목사님이 알아서 해 주세요." 김 장로님의 말속에는 권사님의 건강이 좋아지셔서 감사헌금까지 마련해 두었는데, 이렇게 갑작스레 부르신 하나님에 대한 원망도 섞여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집사람이 나보다 더 오래 살 줄 알았는데...." 하시면서 끝을 흐리시는 말속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을 당한 이의 막막함도 느껴졌습니다.

"건강 감사 헌금"  손에 쥐고 기도하려는데, 할 말이 없었습니다. 이 헌금을 드린 권사님은 이미 하나님의 품으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계셔야 할 권사님은 흔들어도 불러도 대답 없이 누워만 계실 뿐이었습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권사님은 이제 천국에서 진짜 건강한 모습으로 하나님 품에 안겨 계시겠지.'

우리가 가야 할 천국은 사망도 애통도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없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김송옥 권사님은 이 땅에서 82년간 믿음의 여정을 마치시고 천국에 들어가셨습니다. 그곳은 아픔이 없는 곳이기에 건강할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권사님께서 이 땅에 마지막으로 남기신 것은 바로 그 영원한 나라에서 건강하게 살게 되었다는 감사의 고백이 담긴 헌금이었습니다. 

어제 고 김송옥 권사님의 장례 예배를 은혜 가운데 드렸습니다. 권사님께서 남기신 삶의 흔적을 기억하는 마음은 아쉬움으로 그득하지만, 천국에서 건강한 삶을 영원히 누리셔야 하기에 떠나보내 드렸습니다. 작별의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사랑하는 권사님을 떠나보낸 이들에게 하나님의 큰 위로가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