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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아들이 아니다!”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9-08-03 (토) 12:57 조회 : 29

몇 년 전 한국 감리교 신학대학에서 한국 교회사를 가르치시는 이덕주 교수님을 찾아뵀습니다. 미주 한인 이민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감당하는 한인 교회의 역사를 조명하는 일에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교수님과 대화하면서 "흩어진 사람들을 통해 이루시는 하나님의 섭리"라는 선명한 주제를 들었습니다. 남의 나라에서 어쩔 수 없어 산다는 마음으로 사는 이민자들은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낮은 자존감을 느끼고 삽니다. 그런 이민자들이 낯선 곳에 보내신 하나님의 뜻을 깨달을 수 있다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음은 물론입니다.

이 교수님과의 대화가 무르익어 오는 816() '역사 포럼'과 그 이튿날 열리는 '역사 탐방'이 기획되었습니다. 8 18(주일)에는 우리 교회에서 설교하시고, 8 19일부터22일까지 레익타호에서 열리는 "서부지역 평신도지도자  수련회"에서 말씀을 전하시는 일정이 잡혔습니다.

첫 만남에서 긴 대화를 마치고 헤어질 때 이 교수님께서 책 한 권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본인이 쓴 한국 교회사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저자의 서명이 담긴 책을 받아드는데 감사함보다 아쉬움이 컸습니다. 이 교수님께서 최근에 내신 다른 책에 관심이 있었기에 이왕이면 그 책을 주시지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저자가 주는 책을 받으면서 '이 책 말고 다른 책 주세요.'라고 할 수 없어 그냥 점잖게 받아들고 왔습니다. 제가 읽고 싶은 책은 나중에 사서 보면 된다고 저에게 위로했습니다. 미국에 와서 그 책을 사려고 여러 번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꼭 그 책을 사려면 다른 책이 더 급해서 사게 되었습니다. 그런 일을 두세 번 겪고 나니 그 책은 제 '구매 희망 도서 목록'에서 빠져버렸습니다.

몇 달 전이었습니다. 한국을 방문하고 오신 어느 목사님이 이덕주 교수님을 만났다고 하시면서 이 교수님이 쓰신 책을 한 권 받아 왔는데, 저에게 주시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무슨 책인데 저를 주세요.'하고 물었더니 바로 제가 그때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책이었습니다. 그렇게 책을 받아들고는 단숨에 읽었습니다.

"너는 내 아들이 아니다." 도전적인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역사학자로 늘 다른 사람의 이야기만 전하시던 이 교수님께서 처음으로 나누는 자신의 이야기였습니다. 이 교수님이 초등학교 4학년 때 그의 어머니는 중학교에 다니던 누나와 고등학교에 다니던 형을 불러 앉혀 놓고 엄숙하게 선언하셨답니다. "잘 들어라. 오늘부터 너희는 내 자식이 아니다."

서른다섯에 홀로된 어머니의 말씀이 이어졌답니다. "내 힘으로 너희 삼 남매를 키울 수가 없구나. 그래서 어제저녁 예배당에서 기도하던 중 너희를 하나님께 바치기로 작정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부터 너희는 내 자식이 아니라 하나님 자식이다. 그런 줄 알아라."

이 교수님의 어머니는 그 결단을 삶으로 실천하셨습니다. 아이들 등록금이 없을 때도 돈을 빌리러 가는 대신 예배당에 꿇어 엎드렸고, 이 교수님이 골수염으로 다리를 잘라야 하는 위기에서도 큰 병원을 찾아 의사에 매달리기보다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기도했습니다.   '너는 내 아들이 아니다.'라는 어머니의 위대한 자기 포기 선언은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사는 '하나님의 자녀 된 삶'의 모범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 책에는 가난과 고독으로 점철되었던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 평생을 학자로 또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깨달은 영적인 경험들과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생각하는 한국 교회를 위한 고민이 담겨 있었습니다. 시작은 개인적인 이야기였지만, 가면 갈수록 한국 교회와 세계 곳곳에 흩어져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채워졌습니다.

이 책은 오래전 브라질에서 교회를 개척한 한 선배 목사의 묘소를 찾은 이야기로 끝을 맺습니다. 브라질을 방문한 이 교수님은 30여 년 전 병든 몸으로 브라질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치료를 위한 귀국도 거부한 채 자신을 한 알의 밀알로 드렸던 한 선배 목사의 묘소를 찾았습니다. 36년의 불꽃 같은 인생을 살다 이국땅에서 사그라진 그 선배 목사의 흔적을 찾으며 이 교수님은 선배 목사에게 이렇게 묻고 스스로 답을 구했습니다

"형은 여기까지 왜 왔소?" 

"죽으러 왔지." 

"왜 하필이면 이곳이오?" 

"여기가 땅끝이니까." 

"그래서 얻은 게 뭐요?" 


"사랑."


8월 중순에 있을 이 교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왜 우리는 여기까지 왔는가?" "왜 하필이면 이곳인가?" "그래서 얻는 게 뭔가?"라는 질문에 답을 구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