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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사랑을 배달하고 오겠습니다."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9-10-06 (일) 11:19 조회 : 15

  10월 들어서면서 가을 분위기가 흠씬 납니다. 기세등등하던 태양은 한풀 꺾인 채 초저녁이면 얼굴을 감춥니다. 겨울 채비에 바쁜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를 을씨년스레 드러냅니다. 두툼한 옷을 꺼내 입은 사람들은 옷깃만 여미는 것이 아니라 마음마저 매무시하는 계절입니다. 이러다가 금세 겨울이 올 것 같습니다. 일 년 내내 눈 한 번 내리지 않는 남가주에서 무슨 겨울 타령이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이곳에서도 겨울은 겨울입니다. 겨울은 날씨만 추워지고 기온만 떨어지는 계절이 아니라 마음의 온도가 내려가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남가주에서는 스치듯 지나가는 계절이 겨울이지만, 카자흐스탄에는 추위를 온몸으로 막아내며 살아야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세상의 싸늘한 눈빛에 얼어붙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야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은 희망 없는 세상을 견뎌내야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세상은 겨울일 뿐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사람들은 희망의 태양이 되어 그들의 마음을 녹이는 일을 해야 합니다. 오늘 저녁에 얼어붙은 땅, 얼어붙은 마음으로 인생의 겨울을 지나는 이들이 있는 곳으로 단기 선교를 떠납니다. 5명의 단기 선교팀(김인용, 서경원, 신태자, 이창민, 최상봉)이 카자흐스탄 우슈토베를 방문하여 사랑을 전하고 오려고 합니다.

    카자흐스탄 우슈토베는 193710월에 시작된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연해주를 떠난 고려인들이 처음으로 정착한 곳입니다. 바람 한 점 피할 수 없는 광활한 땅에서 고려인들은 토굴을 만들어 추위를 피했습니다. 긴 겨울을 견딘 고려인들은 이듬해 봄이 되자 씨앗을 뿌렸습니다. 그들의 부지런한 손길로 황무지가 옥토로 변했습니다. 자녀들에게는 교육이라는 씨앗을 뿌렸습니다.

    그들이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으면서 한해 한해 삶이 나아졌습니다. 잘 교육받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미래가 열렸습니다. 고려인들의 후손이 소련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두각을 나타낼 때쯤 소련이 붕괴했습니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에 있던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 여러 나라가 독립했습니다. 새로 독립한 나라마다 러시아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며 똑똑한 고려인보다 자국어와 자국민을 우선시했습니다.

    그런 고려인들에게 겨울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미래에 대한 불안이 마음을 얼어붙게 했습니다. 태어나고 자란 곳이 낯설게 느껴지면서 이방인이 되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더구나 우슈토베와 같이 지역적으로 떨어진 곳에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추위가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들의 마음을 녹이고,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서 하나님은 박희진 선교사님을 예비해 두셨습니다. 활짝 핀 눈꽃 같은 하얀 머리에 소녀같이 환한 미소를 머금고 우슈토베에 나타난 박 선교사님은 연합감리교 세계 선교부(GBGM)와 우리 교회를 비롯한 여러 한인연합감리교회의 후원으로 10년 전 우슈토베에 "임마누엘 교회"를 세웠습니다.

    우슈토베 "임마누엘 교회"는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2010년 청년 비전 센터 건립을 시작하여 201211월 봉헌 예배를 드렸습니다. 3년 전, 저는 "임마누엘 교회 창립 7주년 기념 예배"에 선교팀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그 이듬해인 2017년에는 12명의 선교팀이 방문하여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80주년 기념행사"를 섬기고 왔습니다. 돌아올 때쯤 우슈토베 교인들이 물었습니다. "목사님 또 오실 거죠?"

    물론, ""라고 대답은 했지만 쉽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올해 임마누엘 교회가 세워진 지 10년이 된다는 말을 듣고 용기를 냈습니다. 우슈토베에 임마누엘 교회와 청년 비전 센터를 세우시고, 지난 10년간 한결같이 지켜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시간을 갖기로 하고 단기 선교팀을 꾸렸습니다. 비록 이번에는 많은 분이 참가하지는 못하지만, 우리 교회와 교우들의 사랑을 마음껏 배달하고 오겠습니다.

    매몰찬 추위가 기다리는 카자흐스탄에서 겨울을 나야 하는 이들에게 땔감과 양식은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입니다. 우슈토베의 가난한 집을 찾아 심방하고 그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도록 땔감과 양식을 지원하고 오려고 합니다. 물론, 창립 10주년 기념행사도 섬기고 오겠습니다. 이번 선교를 위해 후원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선교 여정을 위해 계속해서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