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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끄트머리에서"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9-12-01 (일) 15:27 조회 : 102

'2019'라는 낯선 숫자가 새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삶 속에 찾아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 낯섦이 익숙함으로 채 바뀌기도 전에 '2019'라는 숫자를 과거로 떠나보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열두 장짜리 두툼했던 달력도 한 장 한 장 세월의 흔적 속으로 보내고 나니 끄트머리 한 장만 외로이 남았습니다.

 

한 해의 끄트머리에서 지난 온 세월을 돌아보면 후회가 앞설 뿐입니다. 새해를 시작할 때 가졌던 다짐은 나약한 의지 뒤로 숨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한 해를 설계하던 설렘은 아쉬움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황홀한 기대감은 허탈한 현실과 맞바꿨습니다.

 

그렇게 후회만 남긴 채 한 해를 흘려보내는데, 또 다른 해를 부끄럽게 맞아야 합니다. 새해를 맞는 마음에 부끄러움이 앞서는 이유는 해마다 반복되는 실수로 속절없이 무너지는 자신의 나약함을 알기 때문이고, 알면서도 바뀌지 않는 강퍅한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하나님은 또 한 해를 허락하시면서 다시 시작하라고 기회를 주십니다. 그 은혜를 염치없이 받으며 새해라는 시간 앞에 옷매무새를 고치고 마주 서야 할 때입니다. 한 해의 끄트머리에 서서 다가오는 새해를 은혜로 맞이할 때입니다.

 

'끄트머리'라는 말은 어떤 물체나 시간 등의 맨 끝부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끝을 가리키는 말에 맨 앞부분을 가리키는 '머리'라는 말이 붙어 있습니다. 그러기에 '끄트머리'라는 말에는 맨 끝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어떤 일을 풀 수 있는 단서나 실마리'라는 뜻도 있습니다. 신앙인은 기다림으로 한 해의 '끄트머리'에 서서 새로운 미래의 실마리를 찾는 사람입니다. 절망의 끄트머리에서 희망이라는 단서를 발견하는 사람입니다.

 

교회력에 따르면 오늘부터 대강절(待降節, Advent)이 시작됩니다. 대강절을 의미하는 '어드벤트 Advent''도착' 또는 '오다'를 의미하는 라틴어 '어드벤투스 Adventus'에서 유래됐습니다. 한자로는 “'기다릴 대()''내릴 강()'을 써서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심을 기다림'이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하신 성탄일 전 4번의 주일을 대강절이라고 하는데, 교회력에 따른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대강절은 대림절(待臨節), 혹은 강림절(降臨節)로도 불리는 기독교의 절기로 한 해의 끄트머리에서 기다림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그리스도는 2천 년 전 사람의 몸을 입으시고 이 땅에 오신 예수님입니다. 우리는 한 해의 끄트머리에서 예수님께서 오늘 우리의 삶의 현장 속에 말씀과 영으로 임재해 주실 것을 기다립니다. 믿는 자의 삶뿐 아니라 아직도 그리스도를 영접하지 못하고 사는 불신자들과 인간의 역사 속에 임재해 주실 것을 기다립니다. 마지막 때에 영광의 주님으로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인생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지만 가장 적합한 표현을 하나 꼽으라면 '기다리는 인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가족의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이 인생이라면, 그때 필요한 것이 기다림입니다. 기다림은 기대와 설렘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이런 기다림이 항상 기대와 설렘을 가져다줄 수는 없습니다. 기다림 안에는 기대나 설렘뿐 아니라 고통이나 아픔 또한 있기 마련입니다.

 

신앙의 선배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렸기에 박해를 받아야 했습니다.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며 순교의 자리를 택했습니다. 지금도 주님 오실 날을 기다리며 참고 인내하며 고통과 아픔을 견디며 사는 많은 그리스도인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그리스도를 우리 삶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에게 우리를 맞추어 사는 삶을 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이 절기야말로 그리스도에게 우리의 삶을 맡기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회복하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모으고 하나님을 향한 신실한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삶은 고독할 수 있습니다. 외로울 때도 있습니다. 모두가 떠나간 자리에 혼자 있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흔들리는 촛불 하나로 새벽을 맞듯 우리의 쓸쓸한 영혼이 주님 오실 날을 기다릴 때, 세상은 어느새 새벽 여명으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한 해의 끄트머리에서 기다림으로 예수님의 오심을 맞으실 뿐 아니라, 한 해의 끄트머리에서 희망 가득한 새해도 맞이하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