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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평화로다"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9-12-11 (수) 14:18 조회 : 86

"목사님남편이 위독하대요." 토요일 새벽 안성자 권사님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제 마음도 덜컹했습니다안 권사님의 남편 되시는 안주은 권사님은 오랫동안 병과 싸우는 중이었습니다여러 번 고비를 넘기셨지만 잘 견디고 계셨습니다전날 일반 병실에 계실 때 심방하고 왔는데 밤사이에 중환자실로 옮겼다는 소식만 들었던 때였습니다어떤 형편인지 알 수 없었기에 새벽기도회는 부목사님께 부탁드리고 병원으로 바로 달려갔습니다. LA 시내에 있는 병원으로 향하는 토요일 이른 새벽의 고속도로는 한산했습니다

한걸음에 병원에 도착해서 중환자실로 뛰어 들어갔습니다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서인지 중환자실에 계신 안주은 권사님의 상태가 그리 나빠 보이진 않았습니다의식도 있으셨고대화도 자연스레 나눌 정도였습니다오히려 놀란 사람들은 교회에서 토요일 새벽기도회에 나오신 교우들이었습니다기도회를 인도해야 할 담임 목사가 병원으로 달려갔다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주일이 지나고 월요일 낮에 다시 병원을 찾았습니다안 권사님께서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계셨습니다오랫동안 이런저런 육체의 어려움을 겪으셨지만그때마다 굳은 의지로 건강을 회복하셨던 분이셨습니다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의사의 말도 여러 번 들었지만그때마다 다시 일어나셔서 의사의 말을 무색하게 했던 분이셨습니다.

그런데이번에는 달랐습니다가족들을 부르라는 의사의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았습니다죽음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지만다가오는 현실을 막을 수도 없었습니다아무리 천국을 소망하라고 가르쳐야 하는 목사라도 가녀린 호흡으로 생명의 끈을 겨우 이어가는 이의 용기를 꺾을 이유는 없었습니다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격려했습니다하나님이 함께하실 것이라고 위로했습니다.

물론그 말속에는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부르신다면 우리는 모두 천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안 권사님 자신이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의식이 있을 때거의 매시간 카메라를 내밀며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고 했습니다그 사진은 카메라에만 남은 것이 아니라 안 권사님과 가족들의 마음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월요일 오후에 다시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습니다좁은 병실은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가족친구동문교우들로 가득했습니다병원에 오래 머무는 것이 환자와 가족들에게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알면서도 모두 아쉬움에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점점 가빠지는 숨소리를 들으면서 이제 하나님이 부르실 때가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찬송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 땅 위에 험한 길 가는 동안 참된 평화가 어디 있나 우리 모두 다 예수를 친구삼아 참 평화를 누리겠네." 삶과 죽음의 사잇길에서 마지막 사투를 벌이고 있는 교우에게 하늘의 평화가 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찬양했습니다. "평화 평화로다 하늘 위에서 내려오네 그 사랑의 물결이 영원토록 내 영혼을 덮으소서." 이 세상이 줄 수 없는 평화가 하늘에서 내려오기를 기도하면서 찬양했습니다.

시편 23편을 읽었습니다마지막 절을 읽을 때는 간절한 기도를 담았습니다.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예배를 마치자 안성자 권사님이 따라 나오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께서 찬양하시고 성경 읽으실 때 소름이 돋았어요어제 제가 남편 옆에서 부른 찬양과 읽은 말씀이 바로 오늘 찬양과 말씀이었습니다."

이튿날 오전 3시에 다시 한번 새벽 전화벨이 울렸습니다전화를 받기도 전에 상황을 알 수 있었습니다안성자 권사님의 차분한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남편이 숨을 못 쉬어요." 한걸음에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병실에는 56년의 짧은 인생이었지만 누구보다도 성실히열심히 또멋지게 살아온 안주은 권사가 평온히 누워 있었습니다.

얼굴을 찡그리게 만들던 산소호흡기도 없었습니다가녀린 팔에 얼기설기 꽂혀 있던 주삿바늘도 사라졌습니다그렇게 안주은 권사님은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하지만이것은 끝이 아닙니다천국에서의 삶이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우리에게는 영원한 만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다시 만날 그날을 소망하며 오늘 오후에 드리는 장례 예배를 통해 가족과 교우들에게 하나님의 큰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