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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New Year’s Resolution, Don’t Call 911”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20-01-07 (화) 10:30 조회 : 52

 

한 해를 마무리하던 2019년 12월 27일이었습니다. 그날 아침부터 몸이 으슬으슬했습니다. 교회 마당에서 수련회를 떠나는 중고등부 학생들을 기도로 배웅하고 사무실에서 잠시 누워 쉬는데도 빠르게 뛰는 맥박은 잦아들 줄 몰랐습니다.

 

제가 집례해야 할 장례식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어 포레스트론 공원묘지로 향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운전대는 아내에게 맡겼습니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심호흡을 하면서 시간 맞춰 공원묘지에 도착했습니다. 그날 1시 30분에는 고 안주은 권사님의 납골당 안치 예식을 집례해야 했고, 2시 30분에는 고 이정선 권사님의 장례예식을 집례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같은 장소였기에 1시간 차를 두고 예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납골당 안치 예식은 야외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오랜만에 화창하게 갠 LA의 맑은 하늘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예식을 겨우 마치고 다음 예식을 위해 짧은 이동 후 차를 세워두고 10분 정도 누워 있었습니다. 이제 한 시간만 잘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심호흡을 크게 하고 장례식장으로 들어섰습니다. 

 

고 이정선 권사님의 멋진 사진이 오는 이들을 반기고 있었습니다. 장례 예식이 시작되었습니다. 기도를 드리고 찬송을 부르는데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호흡이 가빠지더니 머릿속은 하얗게 되고,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설교를 해야 하는데 도저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땀이 비 오듯 온몸을 적시고 있었습니다. 순서를 바꿔 조가를 먼저 해 달라고 부탁하고 자리로 돌아와서 앉으려는데 정신을 잃었습니다. “쿵”하는 소리에 놀라 정신을 차려보니 제가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몇 분의 도움으로 옆문으로 빠져나왔습니다. 교우 중 의사와 간호사가 뛰어오셔서 상황을 보시더니 구급차를 부르셨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제 아내가 이경식 목사님께 집례를 대신 부탁드렸습니다. 제가 준비한 설교문과 예식문을 넘겨 드렸습니다. 그러는 사이 구급차가 도착했습니다. 응급 구조요원이 심전도 검사와 혈당 검사 등 기초적인 검사를 하는 동안 저는 안정을 되찾았고, 검사 결과에서도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갈 것이냐고 물어보는데, 원하면 안 가도 된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아 이왕 응급실에 갈 거면 집 근처 병원 응급실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만약 입원이라도 하게 되면 집 가까운 병원에 하는 것이 가족들이 다니기에 편리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정도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인 것을 보면 제가 생각해도 큰 이상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렇게 집 근처 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이번에도 운전은 아내의 몫이었습니다. 곳곳에 발생한 사고로 심한 교통 체증을 일으키는 LA 다운타운을 지나 거의 2시간이 걸려 도착한 응급실에서는 심장에 관한 이상을 호소하는 저를 급행으로 진료해 주었습니다. X-ray를 찍고, 피검사, 소변 검사, 심전도 측정 등 이런저런 검사와 결과를 기다리다 보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그제야 의사는 3~4일은 꼼짝하지 말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주의와 함께 집으로 가도 된다고 허락했습니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온 2019년 한 해를 보내면서 앞으로 조심하라는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받아들이며 집으로 왔습니다. 그렇게 며칠 집에서 쉬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슬렀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장례식장에서 쓰러진 담임목사가 주일에도 보이지 않는다며 염려해 주시는 교우들의 기도와 응원에 힘입어 12월 31일 송구영신 예배 설교를 할 수 있었습니다. 

 

며칠 누워 있으면서 여러분들의 사랑이 얼마나 귀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걱정해 주시고, 기도해 주시고, 위로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뜻하지 않게 장례식장에서 소란을 일으킨 저를 사랑으로 이해해주신 고 이정선 권사님의 유가족들에게는 사과의 인사와 더불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러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전광판에 이런 글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Best New Year’s Resolution, Don’t DUI' '새해 결심으로 음주 운전하지 마십시오.'라는 뜻이었습니다. 달리는 자동차에서 언뜻 스치며 읽은 전광판의 마지막 글귀인 'Don't DUI'가 제 눈에는 'Don't Call 911'으로 읽혔습니다. 그렇게 읽어도 말은 되었습니다. '911'을 부르는 응급 상황을 만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새해 소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해를 시작하시는 여러분들의 삶과 가정에도 급하고 어려운 일 대신 은혜와 평안만이 늘 가득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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