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게시물 256건, 최근 0 건
   

“한끼줍쇼”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20-01-20 (월) 15:33 조회 : 122

"한끼줍쇼"라는 말은 비참한 운명이 내뱉는 말입니다. 세상을 열심히 살아 온 이들에게는 '오죽하면 밥 한 끼 제힘으로 먹을 여유가 없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지날 때 "한끼줍쇼"라고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이 흔했습니다. "한 푼만 줍쇼"라는 말과 함께 빈 깡통을 차고 다니며 구걸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 나라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한 끼"를 구걸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한끼줍쇼"라는 제목의TV 프로그램이 한국에서 방영되고 있습니다강호동이경규라는 유명 방송인이 진행을 맡은 이 프로그램은 매주 연예인 출연자들과 함께 모르는 사람의 집을 찾아 무작정 초인종을 눌러 집 주인의 허락을 받고 그 집에서 차려주는 밥 한 끼를 얻어먹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숟가락 하나만 들고 모르는 사람의 집에 쳐들어가 밥 한 끼를 얻어먹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그 시간에 사람이 집에 있다는 보장도 없고저녁 시간대 정리도 안 된 집안으로 불쑥 찾아온 불청객을 들이기도 쉽지 않습니다있는 반찬 없는 반찬 꺼내서 숟가락 하나만 더 얹으면 된다는 쉬운 생각은 한 끼 얻어먹으려는 이들의 순진한 생각입니다음식을 차려야 하는 이들의 입장은 또 다릅니다.

이 프로그램을 본 이유는 지난 추수감사절 기간에 "한끼줍쇼"라는 방송을 미국 하와이에서 촬영했다는 기사를 보았기 때문입니다반가운 마음으로 TV를 보는데제가 살던 동네가 나오고다녔던 학교가 나왔습니다하와이 교민들의 집을 찾아 함께 음식을 나누면서 만나는 삶은 우리의 인생이야기 그 자체였습니다비록 한인이 사는 집을 찾기부터 쉽지 않았고또 찾았다고 해도 문이 열리고 함께 식사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지만그 안에서 나누는 대화는 공간을 초월해서 동시대를 사는 이들의 애환이 담겨 있었습니다.

"한끼줍쇼"라는 말을 제가 요즘 주일 예배 시간에 하고 있습니다올해부터 주일 점심 식사를 속회별로 하지 않고 개인이 대접하는 것으로 시스템이 바뀌었습니다속회에서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주중에 시장을 봐서 교회에 갖다 놓고전날이나 주일 아침 일찍 나와서 음식을 조리해야 합니다또 배식 및 설거지까지 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물론 속회별로 점심을 준비해 주시면 좋겠지만 한계에 달했다는 이야기가 몇 년 전부터 나오고 있었습니다. '한 해만 더하면서 미뤄왔지만언젠가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올 한 해 시험 삼아 주일 점심을 캐더링해서 먹기로 했습니다부활주일추수감사주일성탄 주일과 같이 특별한 몇 주일을 제외한 주일에는 캐더링 업체에서 준비한 음식이 배달되어 올 것입니다메뉴도 정해 놓았습니다매월 첫째 주일에는 배춧국둘째 주일에는 뭇국셋째 주일에는 미역국넷째 주일에는 카레그리고 다섯째 주일에는 밥과 반찬이 준비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속회별로 아무것도 안 하시는 것은 아닙니다매 주일 배식과 뒷정리를 맡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음식을 조리할 때처럼 많은 설거짓거리가 나오지는 않을 것입니다교회에서 정한 순서에 따라 뒷정리를 담당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교인 주일 점심을 대접하실 분들은 친교실에 있는 표에 이름과 내용을 써넣으시고 그 주에 $400을 교회로 헌금하시면 됩니다생일기념일기일 등 감사하고 기억하시고 싶은 날 온 교우에게 점심 한 끼 대접하시면서 지내는 것도 뜻깊은 일이 될 것입니다.

"한끼줍쇼"라는 방송에서는 낯선 이의 집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그런데 일단 문이 열리면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처럼 친해졌습니다그것이 밥 한 끼 나눌 때 쌓이는 정이기 때문입니다우리 교회에서도 주일 점심마다 그 정 깊은 이야기가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인생과 신앙의 이야기가 있습니다한 주간 살아오면서 맛보았던 눈물과 웃음도 있습니다무엇보다도 밥 한 끼를 나누는 성도의 교제를 통한 은혜의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1월 첫째 주일과 둘째 주일에는 시무 장로님들이 손수 음식을 하셔서 대접하셨습니다오늘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캐더링으로 식사하는 날입니다이번 주일은 저희 가정에서 여러분을 대접합니다속회나 선교회에서 준비하는 음식에 비해서는 소찬이 될 것입니다그래도 그 안에 담긴 사랑만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그리고 그 사랑을 나누는 일에 동참해 주시기를 "한끼줍쇼"라는 말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