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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햄버거"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20-03-14 (토) 10:49 조회 : 30

주중에 교회에서 사역하면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교회 근처에 마땅히 점심을 먹을만한 식당이 없다는 것입니다. 새벽 기도회부터 나와 있으면 아침은 건너뛰기가 십상입니다. 트래픽이 심해 아침 시간에는 집에 다녀올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침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점심까지 생략할 수 없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주로 햄버거나 샌드위치로 점심을 대신할 때가 많습니다.

지난 화요일 점심도 그렇게 햄버거를  먹기로 했습니다. 부목사님과 영어부의 마크 목사님, 그리고 올해부터 재단 이사회를 맡아 교회로 출근하다시피 하는 마이크 최 성도님도 오신 김에 합류했습니다. 마크 목사님은 점심 후에 볼일이 있으셔서 차를 따로 몰고 가시고, 마이크 최 성도님도 약속이 있으셔서 본인 차로 가셨습니다. 부목사님 차까지 해서 차 세 대가 쪼르르 달려 근처에 있는 맥도날드로 갔습니다.

주문을 마치고 제 신용 카드로 결제하려는 순간 번쩍하더니 전기가 나갔습니다. 전기가 나가니 모든 것이 중단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등불은 물론이고 감자를 튀기고, 음식을 조리하는 기구도 멈췄고, 냉장고며 음료수가 나오는 기계도 멈춰 버렸습니다. 언제 전기가 다시 들어올지 모르기에 옆에 있는 버거킹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차 세 대가 버거킹에 도착하니 그곳도 역시 정전으로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할 수 없이 다른 쪽에 있는 버거킹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이 버거킹은 프리웨이 반대쪽에 있으니 그곳에는 전기가 들어와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출발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가는 길에 벌써 정전으로 신호등은 꺼져있고, 도로마다 자동차가 뒤엉켜 있었습니다.

겨우 도착했지만, 그곳도 역시 정전으로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길에서 허비한 시간이 30분이 훌쩍 넘었습니다. 간단히 빨리 먹겠다고 패스트푸드 식당을 찾았는데, 시간이 더 걸리게 생겼습니다. 결국, 마크 목사님은 약속 때문에 떠나고, 마이크 성도님은 약속을 늦추면서 이번에는 인앤아웃 햄버거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공항 바로 옆에 있는 인앤아웃은 미 서부 지역의 명소로 꼽히는 패스트푸드 식당입니다. 신선한 햄버거 고기와 생감자를 튀기는 맛이 일품이기에 다른 주에서 LA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꼭 들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왠지 예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곳으로 가는 길도 신호등이 꺼져 있는 것으로 보아 정전이 된 것이 분명했습니다. 다행히 인앤아웃 앞을 지나가는 데 신호등이 켜졌습니다. 전기가 들어왔다는 신호로 알고 인앤아웃 앞으로 갔습니다.

막상 주차장에 도착하니 자동차가 길게 늘어서 있어야 하는 길에 차가 하나도 없었고, 주차장 입구는 막혀 있었습니다. 알아보니 전기는 방금 다시 들어왔지만,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시간에 다른 데 가는 것도 그렇고 해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저는 주문을 위해 먼저 들어가고, 마이크 최 성도님과 부목사님은 각기 자동차를 대고 오기로 했습니다. 주차장이 닫혔기에 할 수 없이 길에다 차를 세우고 두 분이 들어왔습니다. 조금 기다리니 주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주문한 햄버거를 기다리는데 창밖을 내다보던 이성일 목사님이 한마디 하셨습니다. "저기 우리 차 티켓 떼는 것 아니예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성일 목사님과 마이크 최 성도님이 차 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한참 만에 온 두 분의 어깨가 축 처져 있었습니다. 길가에 차를 세웠는데, 바로 앞차까지는 주차할 수 있는 곳이고, 두 분이 세운 곳은 주차할 수 없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이미 티켓은 발부되었고, 취소해 줄 수 없다는 단속원의 말에 두 분은 풀이 죽어서 왔습니다. 표지판을 자세히 읽지 않은 실수가 티켓으로 이어졌습니다.

시간은 시간대로 써가며, 돌고 돌아 간 곳에서 비록 점심은 잘 먹었지만, 점심값보다 10배나 되는 주차위반 티켓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인생이 다 그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뜻대로 안 될 때도 있고, 또 뜻대로 되는 듯싶다가도 어디선가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입니다.

빈 그릇 치우러 온 종업원이 잘 먹었냐고 묻기에, 햄버거는 맛있게 먹었지만 길가에 세워 둔 차가 티켓을 받았다고 하니 자신은 그쪽은 잘 모르는 일이라며 발뺌을 합니다. 자기에게 책임을 물을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비싼 햄버거 잘 먹고 왔습니다. 다음부터는 길가에 차를 세울 때는 표지판을 잘 보아야 한다는 교훈과 함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