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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에서 벗어나는 인생은 없다."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20-03-14 (토) 10:51 조회 : 32

1970년대 통기타를 치며 한국의 대중 음악계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송창식이라는 가수가 있습니다. 하회탈을 닮은 푸근한 미소를 띤 얼굴에는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담겨 있고, 수수한 옷차림에선 진실한 예술혼을 느끼게 하던 가수입니다. 한국적 포크 음악을 만든 전설적인 인물인 그는 일흔 중반을 맞았지만,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카페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한 방송국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의 인생을 엿보았습니다. 그는 기타 줄을 튕기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한 줄만 수백, 수천 번을 튕기면서 기초를 다지고 있었습니다. 마치 기타를 처음 배우는 초보자처럼 열심히 기타 줄을 튕기던 그가 말합니다. "처음에 하는 기초를 계속해서 반복해서 연습하다 보면 아무것도 아닌 기초에서 많은 힘이 생긴다고요. 그래서 결국은 노래를 안 놓게 돼요."

가난 때문에 성악 공부를 포기해야 했고, 그 가난을 이기려고 대중가요를 불러야 했던 그였습니다. 그가 불렀던 노래들은 때로는 금지곡으로 묶이기도 했고, 방송 출연을 금지당하기도 하면서 굴곡진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대중가요의 소비층인 관객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그를 반겨주던 무대가 하나둘 사라지고 있었지만, 그가 노래를 놓치 않았던 이유는 바로 기초를 다졌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요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기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손 씻기, 재채기할 때 휴지나 소매로 입 가리기와 같은 기초를 지키는 것이라고 합니다. 손만 잘 씻어도 바이러스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저도 요즘 손을 자주 씻습니다. 손 세정제로 수시로 손을 비비고, 세면대만 눈에 띄면 비누칠을 해가면서 손을 씻습니다.

손을 씻으려니 어쩔 수 없이 두 손을 모아야 합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비누를 묻히고, 손가락 사이로 다른 손가락이 누비고 다닙니다. 손바닥이 마주치고, 손등을 비빌 때면 오랜만에 만난 두 손이 반가워합니다.

두 손을 모으고 생각에 잠겨 봅니다. 그동안 많은 수고를 한 손입니다. 이 손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는데, 정작 이 손에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했습니다. 두 손에 고맙다고 인사해 봅니다. 수고 많았다고 슬쩍 쓰다듬어도 봅니다. 맞잡은 두 손은 쑥스러운듯 서로의 손을 뿌리치고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이렇듯 손은 참 많은 말을 합니다. 낯선 이가 내민 손을 붙잡는 척하다 슬쩍 뺄 때는 아직 그렇게 믿을만한 사이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연인이 맞잡은 손은 온 세상을 다 얻을 것 같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합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는 손은 마주한 세상을 성실히 감당한 세월을 묵묵히 증언합니다.

손이 하는 말 가운데 가장 멋진 말은 손뼉을 마주치면서 하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박수라고 합니다. 손뼉을 치며 기쁨과 환호, 환영과 격려의 말을 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향해 손이 하는 가장 좋은 말입니다.

두 손을 포개어 씻는 것이 개인위생 관리의 기초라면, 두 손을 마주쳐 박수를 보내는 것은 세상에 대한 예의요 인간관계의 기초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을 향한 신앙의 기초는 무엇일까요? 바로 두 손 모아 기도드리는 것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두 손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두 손 모아 열심히 비누칠하다 보면 코로나바이러스도 감히 우리에게 침투를 못 할 것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는 분들께 두 손 모아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손바닥이 마주치는 우렁찬 박수 소리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도망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두 손 모아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고, 도움의 손길을 펼치실 것입니다.

삶의 기초, 인간관계의 기초, 신앙의 기초는 모두 두 손을 모을 때 시작됩니다. 기초를 다지면서 노래를 놓치 않았다는 송창식은 방송에서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 기초라는 것이 말로는 기초인데, 잘 생각해 보세요. 인생 자체가 기초에서 벗어나는 것은 없어요. 실제로는 아무리 높은 경지에 있어도 기초에서 벗어나는 게 별로 없어요."

인생 자체가 기초에서 벗어나는 것은 없다는 그의 말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그의 말처럼 아무리 바쁜 사람도 한 번에 한 발자국씩만 내디딜 뿐입니다. 개인위생을 위한  손씻기라는 기초, 세상을 향한 박수라는 기초, 하나님을 향해 두 손 모아 기도하는 기초를 다지다 보면 개인과 세상, 그리고 하나님을 향한 은혜의 경지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