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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종군 기자입니다.”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20-06-25 (목) 15:57 조회 : 168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닙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막 시작되던 3월 첫째 주일 교회 주보에 실린 ‘목회 칼럼’의 제목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중국과 한국의 지역적 문제로 그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난리가 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불과 두세 주 만에 미국까지 날아온 코로나바이러스는 모든 사람의 일상을 바꾸어 버렸습니다.

우리가 사는 캘리포니아만 해도 20만 명 가까운 확진자에 5,500명 이상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사망했습니다. 석 달 가까이 학교, 공원, 놀이시설, 백화점, 극장, 운동시설, 교회 등 필수 업체를 제외한 사업체의 문이 굳게 닫히면서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더는 문을 닫게 할 수 없어서 각종 사업체와 모임에 대한 규제가 속속 풀리고 있습니다. ‘성급한 경제 살리기에 사람들의 안전이 희생당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 가운데 세상의 문은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고, 역시나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와 사망자의 수는 수그러들기는커녕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관의 과잉 단속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로 인해 촉발된 흑인 인종 차별 반대 시위가 코로나바이러스 전파의 새로운 진원지가 되면서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것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우리 교회도 다시 모여 예배드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가 속한 캘리포니아 퍼시픽 연회에서는 교회 재오픈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각 교회가 문을 열기 전에 준비할 사항을 점검하게 했습니다.

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각 교회에서는 행정협의회의 결의로 ‘특별위원회(Task Force)’를 만들고, 특별위원회에서는 연회의 기준에 맞춰 교회에 다시 모이는 데 필요한 안전대책이 포함된 교회별 지침서를 만들어서 다시 행정협의회의 인준을 받은 후 지방 감리사의 허락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연회의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자마자 행정협의회를 통해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습니다. 현 재단 이사장으로 수고하시는 마이크 최 성도님이 의장을 맡으시고, 서경원 장로, 송호인 권사, 이성일 목사, 그리고 영어부에 새로 오신 조셉 한 목사님이 위원으로 참여하시게 되었습니다.

특별위원회는 지금까지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 교회에서 안전하게 모일 수 있도록 안전 지침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6월 말에 그 과정이 끝나면 행정협의회의 인준을 받아 7월 초에 지방 감리사의 허락을 받은 후 교회의 문을 열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교단의 간섭을 덜 받는 다른 교회에 비해 우리 교회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훨씬 더 많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하나라도 더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은 모두 교우들의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물론, 방역과 화장실 사용 및 청소, 예배당 환기 대책, 예배당 입장과 퇴장 방법, 방문자 확인 및 예배 장소 확보, 예배 인원 안배와 좌석 배치, 발열 체크, 교회학교 프로그램, 성가대 참여 방법, 영상 예배 병행, 의료봉사팀 구성, 사역자와 봉사자에 대한 교육 및 안전 대책 확보 등등 세세한 것 하나하나 점검하고 또 점검해서 모두가 안심하고 교회에 모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모이지 못한지도 어느새 석 달이 지나고 있습니다. 이제 곧 교회에서 모일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하지만, 언제 모일 수 있는지, 또 모여도 얼마나 많은 분이 교회에 나오실 수 있을는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비록 쉽지는 않겠지만, 또 오래 걸리겠지만, 세상은 언젠가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고, 또 한동안 바뀐 일상을 받아들이며 살아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예전과 같거나 비슷한 모습으로 교회에 모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런 세상을 기대하는 동시에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코로나바이러스 시대를 견뎌온 기억을 남기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한인 이민 교회 역사의 첫 페이지를 써나가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전쟁과 같은 어려운 시대를 지나며 여러분의 눈 앞에 펼쳐지는 세상을 기록으로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고난의 때를 믿음으로 이겨낸 귀한 간증을 나눠주시기를 바랍니다. 삶의 작은 이야기일지라도 이 시대를 살아낸 삶의 귀한 흔적이 될 것입니다.

전쟁의 난리 통 속에서도 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취재하는 사람을 ‘종군 기자’라고 부릅니다. 그들이 있었기에 전쟁의 생생한 모습이 세상에 얼굴을 낼 수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도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역사의 한 장면으로 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특별히 그 시련을 견딘 신앙인들의 이야기를 남길 수 있다면 오늘을 역사로 기억하며 내일을 현재로 살아야 할 이들에게는 큰 자산과 교훈이 될 것을 믿으며, 여러분에게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취재하는 ‘종군 기자’가 되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