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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20-08-18 (화) 13:29 조회 : 98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는 라틴어로 ‘도시(로마)와 전 세계에게’라는 뜻입니다. 특히 가톨릭의 수장인 교황이 1년에 두 번, 부활절과 성탄절에 라틴어로 행하는 공식적인 축복과 강론을 일컫는 말입니다. 해마다 ‘우르비 에트 오르비’가 열릴 때면 스위스 출신의 용병으로 구성된 바티칸 근위대의 사열과 함께 수많은 사람이 성 베드로 광장에 모입니다. 교황은 성 베드로 성당 중앙 발코니에 서서 모인 인파를 향해 메시지를 전합니다.

올해 3월 27일에 교황의 특별 ‘우르비 에트 오르비’가 있었습니다. 부활절이나 성탄절 외에 성 베드로 광장에 교황이 얼굴을 드러낸 것도 특별한 일이었지만, 더 특별한 것은 성 베드로 광장에 사람이 모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교황이 등장할 때마다 수만 명에서 때로는 십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모이는 광장이었지만, 그날만큼은 텅 빈 광장에 봄비만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당의 발코니 대신 성당 앞에 만들어 놓은 제단에 섰습니다. 교황은 로마 '산타 마르첼로 알 코르소 성당'에서 가져온 나무 십자가 앞에 서서 기도를 올렸습니다. 이 나무 십자가는 1522년 페스트가 로마를 휩쓸었을 때 신자들이 이 나무 십자가를 들고 로마 거리를 돌며 기도했고, 이후 페스트가 조금씩 사그라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십자가입니다.

교황이 특별 ‘우르비 에트 오르비’를 한 까닭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덮쳤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우리는 모두가 같은 배를 탄 연약하고 길을 잃은 사람들이기에, 모두 같이 힘을 합해서 노를 젓고 격려가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하면서 모든 사람이 마음을 합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교황이 몇 달 전 코로나바이러스로 신음하는 세상 사람들에게 특별 '우르비 에트 오르비'에서 메시지를 전했지만, 여전히 세상은 아파하고 있습니다. 뒤죽박죽된 세상을 살아내기 위해서 저마다 분투하고 있습니다. 사업은 사업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교회는 교회대로 준비 없이 맞은 새로운 일상은 분주함과 피곤함, 그리고 두려움의 모습으로 우리 삶 속에 찾아왔습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인생의 가치를 되새기며,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는 좋은 기회라는 명분도 몇 달이 지나면서 식상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리 세상에서 과학 문명과 의료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우리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도 넘어질 수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만 확인할 뿐이었습니다. 세상이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우리는 하나님을 찾아야 합니다.

지난주일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드라이브인 예배'를 주차장에서 드렸습니다. 위기에 처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미스바에 모여 회개하고 기도했던 것처럼, 우리도 함께 모여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주차장에 모여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준비할 것이 많았습니다. 물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음향 시스템을 확인하고 설치하는 일, 주차 안내, 성찬 및 예배 준비 등이 필요했습니다. 시무 장로님들은 전날부터 나와서 모든 준비를 맡아 주셨습니다.

찬양팀의 은혜로운 찬양으로 '드라이브인 예배'가 시작되었습니다. 화창한 날씨는 오랜만에 교회에 오시는 분들을 환영하는 듯했고, 새롭게 만들어진 교회 담과 게이트 등 그동안 소리 없이 업그레이드된 교회는 새로 단장한 신부처럼 다소곳이 교인들과 눈을 마주치고 있었습니다.

몇 달 만에 교회에 들어서는 감격으로 눈물을 글썽이던 교우들은 사랑하는 교우들과 손 한 번 잡지 못하고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을 다음에 만날 약속으로 달래야 했습니다. 예배 중에 성찬을 나누었습니다. 저는 교육관 2층 발코니에 서서 빵을 들고, 잔을 높이 들었습니다. 교우들은 차 안에서 개별적으로 포장된 빵과 잔을 받아들었습니다.

예배를 마치자 누군가가 발코니에 선 제 모습이 마치 교황 같아 보였다고 했습니다. 교황이 선 바티칸의 발코니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교황처럼 화려한 수가 놓인 가운을 입지는 않았지만, 성 베드로 광장처럼 수많은 인파가 모이지는 않았지만, 그날 모임은 이 땅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속히 물러가고 그리스도의 평화가 온 세상에 임하기를 바라는 '우르비 에트 오르비'였습니다.

다음번 우리 교회의 '우르비 에트 오르비(드라이브인 예배)'는 9월 둘째 주일(13일) 오전 10시에 드립니다. 그날도 '도시(LA)와 전 세계에게' 하나님의 뜻이 온전히 펼쳐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