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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없는 기다림으로’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20-12-10 (목) 10:53 조회 : 83

'시간이 기르는 ,’ 소설가 김훈이 경기도의 염전을 지나면서 했던 말입니다. 그는 바닷물을 가두고 말려서 소금을 만들어내는시간이 기르는 기다림의 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염전만기다림의 ,’ ‘시간이 기르는 아닙니다. 우리 인생도 다양한 기다림으로 가득합니다

사람이 태어나는 것은 어머니 뱃속에서 오랜 기다림이 빚어낸 생명의 신비입니다. 걸음마를 하고, 기저귀를 때까지도 돌보는 이들의 수고와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가정을 꾸리고, 직장을 얻고, 나이 먹으며 사는 또한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가정도, 사업도 모두 기다림의 들에서 나오는 것들입니다. 자동차로, 비행기로, 기차로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수많은 기다림을 경험합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밥을 먹으려면 뜸이 들어야 합니다.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까지 기다려야 하고,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도 결과를 받기까지는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수많은 기다림이 켜켜이 쌓인 인생이야말로기다림의 박물관이라고 있습니다

수많은 기다림이 만들어내는 삶이지만, 기다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시간을 낭비하는 같은 기다림에는 권력의 방향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주로 기다리게 만드는 쪽이 힘이 있는 사람이고, 기다리는 쪽은 힘없는 사람입니다. 부탁하러 사람이 부탁을 들어줄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있는 사람은 힘없는 사람을 불러 놓고 마냥 기다리게 만들면서 자신은 일분일초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는다고 자랑합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은 그런 기다림으로 가득 있습니다. 힘없는 이들은 기다림에 지쳐 살아갑니다.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응답 없는 전화기를 수없이 돌려야 합니다. 낯선 땅에 살아보겠다고 미국으로 건너온 사람들이 이민국 건물 앞에 줄을 만들고 있습니다. 사회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서도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야 하고, 조금 괜찮은 노인 아파트라도 들어가려면 10년은 너끈히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기다림에 지쳐 가는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예수님께서 오셨습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모두에게 소망이 되는 까닭은기다림 없는 기다림이 있는 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데, 예수님의 오심을 분명히 기다리는 기다림이 없다니요? 기다림은 우리가 주님을 기다림보다 간절하게 우리를 기다리시는 하나님의 기다림이기 때문입니다. 기다림의 지루함과 아픔을 감사와 기쁨으로 바꾸어 주는 기다림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기다려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까지 우리를 기다려 주셨습니다. 기다림은 생명의 기다림입니다. 기다림의 다른 말은 사랑입니다

사랑이 있는 기다림은 아무리 오랜 시간 기다려도 지치지 않습니다. 자식이 잘되기를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이 그렇습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환자가 살아나기를 기다리는 의사의 마음이 그렇습니다. 지식만이 아니라 지혜를 나누어주면서 험한 세상에서 살아주기를 바라는 스승의 마음이 그렇습니다. 교우들이 어려움을 믿음으로 이기며 신앙의 진보를 가져오기를 기도하며 기다리는 목사의 마음이 그렇습니다

사랑의 기다림이야말로 기다림의 지루함 없는 고마운 기다림입니다. 시간은 여전히 흐르지만, 시간을 견디게 만드는 힘이야말로 사랑의 기다림입니다. 기다림은 세상에 지친 마음, 삶에 찌든 곳을 채우는 은혜의 기다림입니다

많은 기다림이 우리 앞에 있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바뀐 일상 속에서, 조금 있으면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하루 이틀 기다리다 보니 벌써 9개월을 기다림 속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뒤바뀐 일상이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우리 앞에 다가왔지만, 우리가 있는 일을 다른 기다림 뿐입니다

이제 백신이 개발되어 나올 것이라는 소식이 들립니다. 지난한 기다림의 끝이 보이는 같습니다. 지금까지 소망 안에서 기다려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어둠이 아무리 깊더라도 새벽이 오면 물러갑니다. 코로나바이러스도 없어질 것입니다. 조금만 힘을 냅시다. 조금만 참고 기다립시다. ‘기다림 없는 기다림으로주님 오심을 기쁨으로 맞이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