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성탄절을 맞으면 교회에서는 교회학교 어린이들이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극을 합니다. 성탄절이면 자주 무대에 오르는‘빈방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성극이 있습니다. 1980년대부터 한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해마다 성탄절이 되면 무대에 오르는 이 성극은1977년 미국에서 발행된 가이드 포스트라는 잡지를 통해 소개된 ‘윌리의 성탄절’이라는 짤막한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작은 학교에서 성탄절을 맞아 연극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 등 성극에 출연할 배역이 정해졌지만 ‘윌리’에게는 아무런 배역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학습 능력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떨어지고, 수줍음이 많았던 윌리가 무대 위에서 대사를 외워서말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윌리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 주고 싶었던 선생님은 윌리에게 대사가 가장 적은 여관 주인역을 맡겼습니다. ‘윌리’가 해야 하는 역할은 만삭의 몸으로 아이를 낳을 방을 찾아다니는 마리아와 요셉을 향해 ‘빈방 없어요.’라는 한마디 대사와 함께 매몰차게 몰아내는 여관집주인 역이었습니다.
드디어 성탄절 연극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연극은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가 윌리의 여관에 들어와 다급하게 빈방을 찾았습니다. 이제 윌리가 ‘빈방 없어요’라고 말할 차례였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윌리는 우물쭈물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윌리의 사정을 아는 친구들이 옆에서 ‘빈방 없다고 해’라고 속삭여도 윌리는 아무런 말 없이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윌리가 대사를 잊어버렸다고 생각한 선생님이 큰소리로 윌리에게 말했습니다. “‘빈방 없어요’라고 말해.”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윌리가 말했습니다. ‘빈방 없어요.’ 윌리의 말을 들은 요셉과 마리아가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뒤돌아서는데 윌리가 울면서 소리쳤습니다. “저기잠깐만요. 그렇지만 제 방이 있어요. 제 방을 사용하세요.” 윌리의 갑작스럽고 엉뚱한 대사에 연극은 중단되었지만, 극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갈등을 겪다가 끝내 울음을 터트리면서 자기의 방이라도 내주려고 했던 윌리의 순수한 마음에 감동한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습니다.
2,000년 전 예수님의 육신의 부모였던 요셉과 마리아가 물었던 ‘빈방 있습니까?’라는 질문은 단순히 하룻밤 묵으면서 아이를 낳을공간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예수님의 오심을 기쁨으로 맞이해야 할 우리에게 예수님이 거하실 마음의 빈자리가 있냐고 묻는 것입니다.
그 질문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마음에 예수님을 모실 빈자리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해야 합니다.예수님께서 거하실 자리가 죄로 가득 차 있지는 않습니까? 예수님을 모셔야 할 마음에 세상 근심과 걱정, 염려가 먼저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때로는 교만과 욕심이 예수님이 들어오시는 자리를 가로막고 있지는 않습니까? 시기와 미움으로 가득 찬 우리의 마음이 예수님을 우리 마음에서 몰아내고 있지는 않습니까?
예수님은 우리에게 찾아오셔서 우리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는 헛된 것들을 비우셨습니다. 미래에 대한 소망으로 세상 근심과 걱정 염려를 몰아내셨습니다. 주님이 지신 십자가의 은혜로 우리의 죄를 지우시고, 교만과 욕심으로 가득 찬 우리의 마음을 깨끗하게 하셨습니다.주님의 사랑 안에서 우리의 마음을 채우고 있던 시기와 미움은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기쁨으로 주님 오심을 맞아야 하는 성탄의 계절에 우리의 마음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가져온 어수선함과 두려움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백신이 나오기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많은 사람이 백신 접종을 받고 집단 면역이 되기까지 한동안은 더욱 조심하면서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이 여전히 어둡습니다. 하지만, 어둠이야말로 빛이 거하기에 적합한 자리입니다. 달도 차면 기울고, 밀물 다음에 썰물이 오는 것처럼 어둠으로 대표되는 혼돈, 공허, 두려움의 밤이 깊으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이 다가옴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 안에 있는 사랑, 헌신, 믿음, 희생, 배려, 용서라는 마음의 빈자리에 들어오십니다. 교만과 탐욕, 미움과 시기로 가득찬 마음을 비우시고, 주님이 거하실 자리를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기쁨으로 주님을 맞이하시는 2020년 성탄절이 되시기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