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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그러움의 계절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7-10-10 (화) 11:41 조회 : 4

"너그러움의 계절"

 

어느 가을날 오후였습니다. 약속 시간에 맞춰 차를 몰고 가는데, 앞에 스쿨버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노란불을 깜빡이며 서 있는 스쿨버스 앞뒤로 차들이 꼼짝달싹 못 하고 있었습니다. 그 뒤에 제 차도 서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는데도 아이들이 내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밖에 이미 내린 아이들 몇이 조잘거리면서 버스에 올라탈 기세를 하고 있었습니다. 누구를 부르는지 큰소리로 외치다가 하나씩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아니 이 시간이 버스를 탈 시간인가?' 의아해하는데, 버스에 올라탄 아이들이 하나씩 도로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나른한 오후가 짜증 나는 오후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5분을 그렇게 있었던 것 같은데, 30분은 지난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스쿨버스는 출발했고, 느릿느릿 가는 그 차를 쫓아가고 있었습니다. '한국 같았으면 경적을 울리고, 소리치고 했을 텐데, 그래도 미국은 참 기다리는 것 하나는 잘하네'라고 생각하며 아까의 짜증을 애써 지우는데 지나가던 학생들이 떠드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습니다.

분명히 자기들끼리 하는 말인데 저에게 하는 말인 듯 또렷하게 들어왔습니다. He never Smile..... 어쩌고저쩌고" 그런 말이었습니다. He never smile. 그 사람 웃는 것 한 번도 못 봤어."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제 얼굴을 거울에 비쳐 보았습니다. 굳어 있었습니다. 아까의 짜증이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혼자 차에서 실실 웃을 일도 없기에 가만있었는데 역시나 굳은 표정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만 굳어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무엇인가에 쫓기듯 긴장한 표정들입니다. 각박한 이민생활을 하는 이민자들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사람은 웃을 여유를 잃어버렸다는 듯 지친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웃음만 빼앗긴 것이 아니라 웃음과 더불어 삶의 여유, 삶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디에도 웃을 일이 없다는 것은 세상이 각박해지는 것도 이유이지만, 내 마음이 각박해지는 것이 더 큰 이유입니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내 것을 다 빼앗길 것 같은 불안감이 우리를 각박하게 만듭니다. 남들은 자꾸 올라가는 것 같은데,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낙오감이 우리에게서 웃을 여유를 빼앗습니다. 속절없이 가는 시간 앞에 마음도 표정도 점점 굳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이제 9월을 맞습니다. 가을은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한 발자국 물러서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때입니다. 가을은 한 해 수고한 땀을 풍요로움으로 거두는 때입니다. 풍요로움이 각박한 마음을 녹이는 너그러움으로 바뀌는 때이기에 가을은 '너그러움의 계절'입니다. 너그러움은 각박한 세상을 이기게 하는 힘이고, 굳은 얼굴을 미소 짓게 하는 능력입니다. 가을의 풍요로움이 신앙의 너그러움으로 바뀔 때 우리의 삶은 은혜로 차게 될 것입니다. 또 가을이 '너그러움의 계절'이 되는 까닭은 성숙을 일깨우기 때문입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젊을 때는 이해가 되지 않던 것도 나이가 들면 이해가 됩니다. 혈기 왕성할 때는 참을 수 없던 것도 인생을 어느 정도 살고 나면 참게 마련입니다. 가을의 풍성한 곡식은 세상살이의 지혜를 일깨웁니다. 너그럽게 참고 기다리면 결실을 본다는 법칙을 알려 줍니다. 그래서 가을은'너그러움의 계절'입니다. '너그러움의 계절'을 맞아 풍성한 은혜와 성숙한 신앙의 기쁨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한마음 한사랑> 2016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