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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을 사는 사람들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7-10-10 (화) 11:42 조회 : 21

천국을 사는 사람들

 

"목사님멕시코 선교 다녀옵니다." "기도하겠습니다잘 다녀오세요." LA연합감리교회에 부임해서 이런 인사를 여러 번 주고받았습니다수개월에 한 번씩 멕시코 선교를 떠나는 선교부원들을 배웅하면서 저도 멕시코 선교지를 방문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멕시코 선교는 주로 토요일 새벽에 출발해서 주일 저녁에 돌아오는 일정이기에 주일 예배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서 미루다 보니 1년이 훌쩍 지났습니다이번에는 멕시코 꼬치미 마을 선교 25주년으로 금요일에 출발해서 주일까지 머물며 마을 잔치도 하는 큰 행사를 준비했습니다저는 금요일에 출발해서 토요일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물론그 일정도 쉬운 일정이 아니었습니다돌아오자마자 주일 지내고 월요일에는 카자흐스탄 선교지 방문이 계획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제가 멕시코에 가서 하룻밤 자고 온다고 얼마나 큰 사역을 하겠습니까그래도 교회를 대표해서 담임목사인 제가 가서 우리 교회가 25년 동안 한결같이 감당해온 선교지를 돌아보고 오는 것이 선교부와 교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멕시코 가는 길은 출발부터 쉽지 않았습니다금요일 오후에 출발했기에 샌디에고까지 차가 많이 막혔습니다국경을 통과하고 티후아나(Tijuana)를 지나 엔세나다(Ensenada)까지 이어지는 바닷길은 무척 아름다웠습니다선교부장으로 수고하시는 조인호 권사님은 전문 가이드처럼 자세하게 안내해 주셨습니다그런데 가만히 듣다 보니 다른 관광지에서 듣는 안내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다른 곳에서 듣는 안내는 그곳의 역사며특별한 사람의 추억이며자연의 특성 등을 이야기하기 마련인데멕시코 가는 길에 들었던 안내는 어디 내려서 밥해 먹은 이야기여기서 누가 맛있는 음식 사 준 이야기화장실이 급해서 고생한 이야기 등25년 선교의 발자취가 남긴 추억을 훑고 있었습니다.

엔세나다에서는 몇 가지 일을 해야 했습니다하나는 코스코라는 창고형 매장에 들려 선교지에 가져갈 물품을 사는 일입니다또 하나는 음식 재료를 사기 위해 식료품점에 들리는 일이고또 저녁도 먹어야 했습니다코스코에 선교팀을 풀어놓으니 카트마다 가득가득 담았습니다밀가루 수십 포대에 아이들 줄 사탕도 한 카트에 가득했습니다이것저것 담아서 계산대에 가서 계산을 마쳤는데 다시 해야 한답니다너무 많아서 한꺼번에 계산이 안 된다는데 스패니쉬를 모르니 그냥 옆에서 지켜만 볼 뿐입니다교회에서 쓸 것인데 면세가 되냐고 했더니 해줄 수 있답니다그런데문제는 지금까지 두 번 계산대에 올린 물건들을 다 내려놓고 다시 계산해야 했습니다뒤에 줄을 선 사람들에게도 미안했고저녁도 먹지 못한 채 한참을 기다리는 선교팀원들에게 미안했지만그래도 교우들의 눈물과 땀이 담긴 선교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계산해서 세금 없이 물건을 사 들고 나왔습니다.

그러는사이 시간은 벌써 8시가 지났습니다식료품점에서 마을 잔치할 음식 재료를 담고 저녁 식사를 위해 식당에 도착하니 저녁 9시가 되었습니다선교부장님 말씀이 멕시코에서 제일 맛있는 타코 식당이라고 하는데시장이 반찬이라고 저녁 내내 굶다가 밤 9시가 넘어 먹는 음식은 맛이 없으려야 없을 수 없었습니다저녁 식사를 마치고다시 밤길을 달려 꼬치미 마을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넘었습니다꼬치미 마을 교회의 로드리게스 목사님은 기다리다 지쳤는지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불은 꺼져 있었습니다문이라고 해야 얼기설기 엮은 철조망이 전부이지만 교우들의 정성과 사랑으로 세운 교회 건물을 보호하는 울타리로 서 있었습니다차가 도착한 소리에 로드리게스 목사님이 눈을 비비며 나오셨습니다짐을 내리는 사이 목사님 딸은 베개를 품고 어디론가 사라지고목사님은 예배당 강대상 앞에 자리를 깔고 누우셨습니다선교팀을 위해 숙소를 내주신 것입니다그렇게 멕시코 첫째 날 밤이 지나고 있었습니다.

이튿날 아직도 해가 어둑어둑한데 맑고 차가운 공기에 눈을 떴습니다시골의 한적함을 가르고 마을 뒷산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그리 멀지 않은 정상인데 바위산이 오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산 정상에 오르자 꼬치미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마을은 아침 햇빛을 가로막는 산 그림자에 갇혀 있었고산 정상에 우뚝 선 십자가는 마을을 향한 그리스도의 마음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그 십자가 아래에서 마을을 품고 기도회를 했습니다멕시코의 작은 마을 누구도 찾지 않는 이곳에 지난 25년을 한결같이 찾아와 뿌린 복음의 씨앗이 자라기를 기도했습니다산에서 내려와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가정 심방을 시작했습니다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그 안에서 소박한 행복을 누리는 마을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오랫동안 누워계신 환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하며 그날 있을 마을 잔치에 참석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심방을 마치고 교회에 오자 멕시칸 청년들 여럿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이들은 마을 잔치를 돕기 위해 멕시칼리에서 새벽에 출발해 대여섯 시간을 운전해 온 오스카 목사님 가족과 교회 청년들이었습니다이들의 출현으로 사역에 활기가 가득했습니다점심때에는 아이들을 위한 예배가 있었습니다예배당을 찾은 아이들과 함께 찬양과 율동을 가르치고 예배를 드렸습니다점심 메뉴는 선교팀에서 준비한 핫도그였습니다아이들은 점심과 함께 뛰놀며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선교팀은 각자의 자리에서 저녁에 있을 마을 잔치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음식 장만과 사진 전시게임 준비 등 모두가 한마음으로 사역하는 모습을 뒤로하고 저는 아쉽게도 LA로 돌아와야 했습니다비록 마을 잔치까지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뒤에 들은 이야기는 마을 주민들이 많이 참석한 성대한 잔치가 되었다고 해서 감사했습니다.

LA 올라오는 길도 그리 평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엔세나다를 지날 때는 자전거 경주 대회가 열리는 바람에 길이 막혀 한참을 돌아야 했습니다. 간신히 길을 찾고서도 차선 하나를 온전히 자전거에 내주는 바람에 한참을 서행해서 가야 했습니다. 샌디에이고 국경을 통과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차들 뒤에 섰습니다. 차선이 여럿이었는데 경험자들의 말이 맨 오른쪽 차선이 빠르다고 해서 오른쪽 끝으로 붙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다른 차선의 차들은 잘 가는 것 같은데 저희 차가 선 줄은 왜 이렇게 더디게 주는지요? 차에 탄 선교팀이 저녁 내기를 했습니다. 오후4 55분에 줄에 들어섰는데 몇 시에 통과하는지 가장 가깝게 맞히는 사람이 저녁을 사기로 했습니다. 최소한 한 시간은 더 걸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610분부터 6 40분까지 5, 10분 간격으로 통과 시간을 예상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모두가 부질없는 생각이었습니다. 아니 그 시간에 통과하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습니다. 예상한 시간에는 늘어선 줄의 반도 지나지 못했습니다. 결국, 2시간 50분이 지나서야 국경을 통과해서 미국 땅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저녁 먹을 기운조차 없었습니다. 어서 빨리 가서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저녁도 건너뛰고 달려왔는데도 밤 11시간 넘어서야 집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이번 멕시코 꼬치미 선교지 방문을 통해 지난 25년간 선교의 열정으로 동참하셨던 분들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선교의 씨앗을 뿌리신 고 박준성 목사님, 교회에 숙소를 만들어 주신 고 박재웅 장로님, 교회 창문을 내시고, 지붕을 수리하시고, 산 정상에 세워진 십자가를 손수 손보셨던 고 조소광 집사님, 작년 성탄 이브를 멕시코에서 보내며 예배당 앞 벽을 아름답게 장식한 청년들, 생업을 뒤로하고 그 먼 거리를 한 달에도 몇 번씩 다녀오시면서 강대상, 교회 의자를 마련해 주신 분 등 지난 25년간 선교의 여정에 동참하시고, 후원하시고, 기도해 주신 수많은 손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멕시코 꼬치미 마을을 다녀와서 기도할 때마다 마을 사람들 생각이 더 많이 납니다. 그분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천국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진 것 많지 않지만 기쁘게 사는 모습에서 천국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25년간 꾸준히 선교지를 섬기시는 교우들의 모습에서 천국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꼬치미 선교 25주년 기념 마을 잔치를 총괄하신 조인호 선교부장님을 비롯한 선교부원들, 그리고 꼬치미 선교가 25주년을 맞기까지 수고하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선교부를 중심으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역이 되기를 축복하며 기도합니다

 

<한마음 한사랑> 201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