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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필고(出必告) 반필면(反必面)"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7-10-10 (화) 11:44 조회 : 3

"출필고(出必告) 반필면(反必面)"

 

LA연합감리교회에 부임한 지 1년 반이 지나면서 두 번째 새해를 맞습니다. 그간 여러 교우의 사랑을 받으며 담임목사로서 행복한 목회를 감당할 수 있음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동료 목회자들은 제가 LA연합감리교회에 와서 목회를 잘하고 있는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저를 볼 때마다 안스러운 표정과 함께"이 목사님 힘들지요? 어떻게 목회는 잘하고 계셔요?"라고 묻습니다. 그런 인사를 받을 때마다 어려운 목회지에서 고군분투하는 동료 목사를 격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역사도 깊고, 오래된 교회이고, 교우들이 일찍 미국 오셔서 자리 잡으신 분이 많다는 소문이 난 교회이기에 목회하기 힘들 거라는 선입견으로 그런 우려의 말씀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렇게 대답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많이 배우고, 사랑 많이 받으면서 기쁘게 목회하고 있습니다."

많이 배운다는 말은 제 솔직한 고백입니다. 정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시간약속입니다. 저도 시간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요즘 LA는 시간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만큼 교통체증이 심해졌습니다. 그래도 지난 1년 반 동안 큰 실수하지 않고 약속한 시각에 맞춰 교우들을 만나고 행사에 참여하며 목회했습니다. 그런데, 교우들을 만날 때마다 놀라는 것이 있습니다. 저도 일찍 나온다고 나왔는데 저보다 훨씬 일찍 나오셔서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도 약속 시각보다 30분 먼저 도착했는데 벌써 오셔서 기다리고 계시는 교우를 만나 한참을 주차장에서 이야기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때로는 아들뻘 되는 목사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일찍 나와서 맞아 주시는 교우들을 뵐 때마다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교우님들을 통해 사회생활의 기본인 시간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모습을 몸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또 동료 목사님들을 만날 때마다 제가 자랑하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 교회 교우들은 배움을 멈추지 않으신다고 늘 자랑합니다. "배움을 멈추지 않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처럼 우리 교회 교우들은 배움의 열정과 함께 참 젊게 사십니다. 배움도 다양해서 기타도 배우고, 컴퓨터도 배우고, 스마트 폰도 배우는 데 참 열심이십니다. 개인적으로 피아노도 배우고, 탁구도 배우는 분들이 여러분 계십니다. 그것도 대충대충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정말 노력하며 배우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도 많은 도전을 받습니다. 늘 배우며 젊음을 유지하는 교우들이 자랑스럽고 저도 많은 배움의 기회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철학자 안병욱 선생은 "산다는 것은 배우는 것이다!"라고 전제하면서 배움을 향상의 정신, 활동의 정신, 겸손의 정신이라고 정의합니다. 더 나아가 모르면서 배우지 않는 것과 알면서도 가르치지 않는 것을 정신적 범죄라고까지 했습니다.

LA 연합감리교회에서 목회하면서 누리는 기쁨 중 하나가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것입니다. 식당 예약을 하면서 꼭 한 자리씩 더 예약하신다는 교우가 있습니다. 혹시 나중에라도 누가 오면 계면쩍지 않게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하신다는 말을 듣고 저도 식당 예약할 일이 생기면 넉넉하게 예약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번에는 복잡한 음식백화점에서 식사하면서 넉넉하게 음식을 주문하는 바람에 뒤늦게 만난 교우분이 기쁘게 합류해서 식사를 나눈 기억도 있습니다. , 선현들의 말씀을 통해 지혜를 배우게 됩니다. 저는 한문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세대입니다. 나중에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은 있지만, 한문의 깊은 의미와 해석에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배가 높으신 어른 중에서 한문에 조예가 깊은 교우들과 만나 이야기하면서 듣는 선현들의 지혜가 담긴 고사나 문장들을 만날 때마다 주의 깊게 듣고 마음에 새기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얼마 전 어느 분과 만나 이야기하면서 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출필고(出必告) 반필면(反必面)"이라는 말입니다. 부모나 연장자를 대하는 도리에 대해 기록한 예기(禮記)의 가르침 중 하나로, "나갈 때는 반드시 아뢰고, 돌아오면 반드시 얼굴을 뵌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 말은 자식이 부모에 대해 당연히 지켜야 하는 법도를 말합니다. 이 말을 듣고 있는데 직업병이 도졌습니다. 그렇지 하나님께 대해서도 "출필고 반필면 해야지"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예배의 자리만이 하나님을 만나는 자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예배의 자리에 나왔을 때 하나님의 얼굴을 반드시 뵙고, 또 반드시 아뢰고 나가는 것이 예배자가 당연히 지켜야 하는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다른 것은 몰라도 올 한 해 하나님께 "출필고, 반필면"하시는 교우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 앞에 나올 때 얼굴을 뵙고, 집에 갈 때 기도하므로 아뢰고 돌아가는 삶을 살 때 예배 중심의 신앙인으로 살게 될 것입니다. 귀한 가르침을 얻으며 행복한 목회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는 교우들의 사랑이 귀하고, 그런 교우들 때문에 감사할 뿐입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저도 여러분과 "출필고, 반필면"하며 살고 싶습니다.

 

<한마음 한사랑> 2017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