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게시물 13건, 최근 0 건
   

삶으로 쓰는 이력서(履歷書)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7-10-10 (화) 11:57 조회 : 24

삶으로 쓰는 이력서()

 

어린 시절 어머니 손을 잡고 다녔던 교회는 서울 시내 한복판 무교동에 있던 성결교회였습니다. 성결교단의 어른이셨던 이만신 목사님이라는 분이 담임으로 계셨습니다. 학창 시절 친구 따라 나가기 시작한 교회는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있는 평광교회였습니다. 까까머리 중학생에게는 영락없이 중년의 목사님으로 보였던 담임목사님은 유럽에서 공부를 마치고 막 돌아오신 임영수 목사님이셨습니다. 임 목사님은 나중에 영락교회와 주님의 교회 담임을 맡으시면서 장로교단뿐 아니라 한국 기독교의 어른으로 존경을 받고 계십니다. 하와이로 유학 와서 제가 다니기 시작한 교회는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였습니다. 성결교, 장로교를 거쳐 연합감리교회에서 신앙 생활하면서 소명을 확인하게 되었고 또 목사가 되기로 했습니다.  

신학 공부는 교단에 상관하지 않고 할 수 있지만, 목사가 될 때는 교단 배경이 있어야 하기에 어떤 교단에서 안수를 받을지 고민해야 했습니다. 여러 생각 끝에 연합감리교단에서 안수를 받고 목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물론, 연합감리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는 것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고자 했던 이유는 연합감리교단의 목사가 되면 소신껏 말씀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다른 교단의 목사님들이 소신껏 말씀을 전하지 못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당시 제 어린 생각으로 개체교회와 성도들이 담임목사를 모시는 ‘청빙 제도’ 아래에서는 아무래도 목사가 교회와 성도들의 눈치를 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연합감리교회는 교단에서 목사를 교회에 파송하는 ‘파송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에 아무래도 떳떳하게 말씀을 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하면서 사람들에게 이력서를 내고 목사 일을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교회에서 목회자를 청빙하게되면 아무래도 세상처럼 높은 학력과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이력서가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십장 쌓인 이력서만으로 평가되는 시스템에 또 하나의 이력서를 들고 교회로 뛰어들 자신이 없었습니다. 아니, 박사학위를 포기하면서 주님의 일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이력서 한 줄을 채우기 위해 박사 학위를 딸만 한 명분도 여유도 없었습니다. 연합감리교회는 교단에서 철저하게 목회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교단에서 요구하는 과정만 이수하면 이력서를 내지 않고도 목회를 할 수 있습니다. 교단에서는 이력서에 나온 학력과 경력이 아닌 은사와 재능을 기준으로 각 교회에 목회자를 파송합니다. 물론, 연합감리교회에서도 목회자가 파송되면서 교회에 이력서를 제출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는 이력서로 평가받기 위함이 아니라 그야말로 목회자를 교회에 소개하기 위한 용도입니다.

연합감리교회 목회자로 살면서, 종이 위에 쓴 이력서로 평가받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그것보다 더 힘 있는 이력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삶으로 쓰는 이력서’입니다. 동료 목회자들 사이에서, 교우들에게서, 지역 내에서, 그 교회에서 또, 전에 섬겼던 교회에서 어떻게 목회하며 살았는지가 너무도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회이기에 삶으로 쓰는 이력서는 그 어떤 이력서보다 분명하고 또 정확합니다. 이제 저는 개척교회 목사를 거쳐 텍사스와 하와이에서 목회했던 이력에 미 본토 최초의 한인교회인 LA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라는 이력을 추가했습니다. 물론 종이 위에 쓰면"LA 연합감리교회 담임"이라는 이력 한 줄밖에 덧붙일 수 없을지 모릅니다하지만 그 한 줄에 담긴 세월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그 한 줄의 이력에는 LA 연합감리교회에서 목회하며 성도들과 나누는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교우들의 삶을 놓고 기도하며 흘린 많은 눈물이 담겨 있습니다함께 기뻐하며 누리는 하나님의 은혜가 녹아 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삶으로 쓰는 이력서를 들고 하늘로 가겠구나.' 다행히 하늘에서는 세상처럼 이력서만 보고 평가하지는 않겠지요세상의 학력이나 경력이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도 않을 것입니다그래도 얼마나 많은 사랑을 나누고 살았는지얼마나 많은 섬김의 삶을 살았는지는 삶으로 쓴 이력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이력서()라는 말에 담긴 한자는 "밟을 이(), 지날 력(), 글 서()"입니다밟고 지나온 세월을 글로 남겼다는 뜻입니다말 그대로 이력서는 먹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쓰는 것입니다그 삶으로 쓰는 이력서에 20171월이라는 한 줄이 쓰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이라는 한 줄이 다시 쓰였습니다이번 한 달도 열심히 살아야 하겠습니다삶으로 쓰는 이력서에 넣을 사랑과 섬김의 삶을 부지런히 살아야 합니다사랑과 섬김으로 한줄 한줄 아름다운 삶의 이력서를 써 나가시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한마음 한사랑> 201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