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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7-10-10 (화) 12:12 조회 : 11

바람과 볕이 만드는 '풍경(風景)'

 

가을은 여행의 계절이다. 그렇게 덥지도 춥지도 않고, 가을의 정취까지 흠뻑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어디 가을만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겠는가? 겨울은 겨울대로 볼거리가 있고, 봄은 봄대로 생명력 가득한 세상을 만날 수 있고, 여름은 여름대로 할 게 많은 곳이 미국이다. 미국은 땅덩어리도 크지만 참 복 받은 나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산이면 산, 강이면 강, 바다면 바다 어디다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한국의 삼천리 금수강산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배웠는데, 한국의 가을 하늘이 세상에서 가장 높고 청명한 줄 알았는데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랜드캐니언을 찾아 '!' 하는 탄성을 한 번이라도 지른 사람이라면, 옐로스톤의 광활함에 기가 죽어본 사람이라면, 요세미티의 기개에, 로키산맥의 청명함에, 하와이 바다의 푸름에, 나이아가라 폭포의 절묘함에, 가을 단풍으로 치장한 애팔래치아 산맥의 오묘함에, 레이니어산의 푸르무레함에, 눈을 마주친 사람들은 그 어느 곳보다 넓고 큰 풍경이 이 미국 땅에 펼쳐져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가는 곳마다 세계적인 볼거리가 있고, 세계 곳곳에서 몰려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 미국이다. 길은 또 왜 이렇게 잘 돼 있는지. 한라산의 두 배가 넘는 산꼭대기까지 자동차로 오르고, 굽이치는 계곡도 전망대 앞까지 차가 갈 수 있게 친절을 베풀고 있다.

미국에 있는 유명한 관광지 중에서, 아니 전 세계에 있는 수많은 명소 중에 가장 아름다운 곳은 어디일까? 사람들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라고 순위를 매기기도 한다. TV에 나오는 아름다운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저곳에 다녀오면 행복할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 풍경 한 번 보겠다고 큰맘 먹고 다녀온 이들의 마음에 남는 것은 아름다운 추억이 아니라 그런 곳에 가 봤다는 자부심뿐이다.

아름다운 풍경이란 보는 이의 눈과 마음에 달렸다. 풍경이라는 말은 단순히 눈에 들어오는 경치만이 아니다. 풍경이라는 말에는 '바람 풍(風)'자와 '볕 경(景)'자가 쓰였다. 그래서 '풍경(風景)'은 "바람과 볕이 만들어 내는 상황, 형편, 그리고 분위기"까지 포함한다. 아름다운 풍경은 아름다운 순간, 아름다운 삶의 자리라고 해도 된다.

"시인과 촌장"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가수 하덕규 씨가 부른 "풍경"이라는 노래의 가사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풍경"

세상이 번잡스러운 것은 삶의 자리를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은 공부하는 자리가 제자리이다. 부모는 자녀를 돌보는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 자식은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가짐을 제자리로 삼아야 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이 있는 곳이 나와 가족을 먹여 살리는 제자리이다.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을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노래한 시인처럼 오늘 우리에게 맡겨진 삶의 제자리로 돌아가자. 바로 그 자리에서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자. 오늘 내가 꼭 있어야 하는 그 자리에서 바람과 볕이 만드는 풍경을 호사스럽게 누려보자.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처럼 말이다.

 

<LA중앙일보> 2017년 10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