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게시물 17건, 최근 0 건
   

어머니의 '선물돌려막기'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7-12-19 (화) 19:57 조회 : 124

어머니는 한국에서 안수받고 미국에 온 후, LA 한인타운에서 10여 년간 사역했다. 조그만 신학교에서 사역했고, 무슨 협의회, 동지회, 선교회 등 여러 단체에 소속되어 아는 사람도 꽤 많았다. 연말이면 어머니의 책상에는 이곳저곳에서 보내온 선물이 가득했다

문제는 그렇게 들어온 선물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주신 분 성의를 봐서 그냥 쓰세요"라고 말씀드리면 "나야 다 있는데 뭐" 하면서 누가 오면 손에 쥐여 보내고, 심방 갈 때 뭐라도 들고 나가곤 했다. 자식들이 어머니를 위해 사드린 선물도 어느 날 보면 다른 사람의 손에 들려 있었다. "그렇게 '선물 돌려막기' 하다가 정작 선물 준 사람에게 다시 가면 어쩌려고 해요"라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어머니의 '선물 돌려막기'는 그치지 않았다

성지순례를 떠난 어머니는 기독교 유적지를 돌아보면서도 속에 간직한 마음은 '내가 스치고 간 곳에 어떻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여행을 마치면서 남은 청심환 1, 운동화 한 켤레, 감 한 개, 오렌지 한 개를 현지에서 안내한 목사님께 드리고 왔다. 그것도 모자라 필요도 없는 물 몇 병을 사서 일부러 차에 놓고 내리면서 기도했다고 한다. 현지에서 만난 여자 선교사님에게는 스타킹3개와 남은 돈 전부를 톡톡 털어놓고 오기도 했다. 그러고도 어려운 여건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을 챙겨주지 못한 일, 끼니를 제공해 주신 분들의 어린아이들에게 제대로 감사의 인사를 하지 못한 일 때문에 마음 아파했다

어머니는 자신의 모든 것을 선물로 여겼다. 어머니께서 사역하던 사무실은 소외되고 상처받은 이들의 안식처였다. 갈 곳 없는 장애우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했고, 소일거리를 찾는 노인들의 사랑방이 되기도 했다. 지친 몸으로 집에 들어와서는 전국에서 걸려오는 상담 전화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암으로 투병하는 중에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환자들을 심방했다

어머니는 자신에게 주어진 선물만이 아니라 시간도, 생명도 자신의 것으로 여기지 않고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로 여기며 으레 그랬던 것처럼 '선물 돌려막기'를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십여 년이 지났지만, 연말만 되면 어머니의 '선물 돌려막기'가 떠오른다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이 되니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가게마다 신상품이다 세일이다 하면서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끄는 호객행위에 열심이다

녹록치 않은 형편에 카드빚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이들이 여러 장의 카드를 가지고 이 카드에서 돈을 빌려 다른 카드의 빚을 갚는 것을 '카드 돌려막기'라고 한다

'카드 돌려막기'는 부채의 증가만 가져올 뿐이지만, '선물 돌려막기'는 사랑 가득한 세상을 만들어 간다. 내 손에 들어온 선물, 내 몸이라는 선물, 내가 누리는 것을 모두 선물로 여기고 '선물 돌려막기'를 한다면 세상은 분명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다

각박한 세상을 사랑이 넘치는 세상으로 바꿀'선물 돌려막기'를 할 생각에 벌써 마음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 나에게도 어머니의 피가 조금은 흐르나 보다.

2017 1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