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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울 땐 친절을 베풀자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8-02-14 (수) 16:58 조회 : 137

새해를 맞아 희망에 잔뜩 부푼 채 한 해를 달릴 채비를 한다. 올해는 좋은 일만 생기기를 기대하는데 막상 들려오는 소식은 희망을 잇기보다는 꺾는 이야기들이 많다. 동부에 불어닥친 한파로 발이 묶인 이들의 이야기며, 남가주의 폭우로 생명과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마음을 아프게 한다

방송에 난 작은 이야기 하나가 마음의 기지개를 켜게 했다. 애리조나주에 사는 카일이라는 여성은 자신의 동생을 위해 주문한 생일 케이크를 찾으러 갔다가 모르는 누군가가 값을 대신 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값을 대신 치른 사람은 생일 축하 카드까지 남겼단다. 카일은 이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인터넷에 올렸다.

"생일을 맞은 소녀의 가족들에게"로 시작되는 카드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제 딸의 생일을 맞아 당신의 생일 케이크 값을 내 드리기로 했습니다. 제가 해마다 이렇게 누군가의 생일 케이크 값을 대신 내는 이유는 제 딸의 생일 케이크를 사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제 딸이 맞는 열 번째 생일입니다. 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그 카드의 내용처럼 생일 케이크 값을 대신 치른 애슐리라는 여성은 10년 전 9개월 된 딸을 사고로 잃은 후 해마다 딸의 생일이면 누군가의 케이크 값을 대신 내주면서 딸을 잃은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

애슐리가 작은 친절을 베풀기 시작한 것은 '그리움 재단(Miss Foundation)'을 만나고부터라고 한다. '그리움 재단'은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을 대신하여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면서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친절 운동(Kind Project)'뿐 아니라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하고, 어린이들의 안전과 권리를 대변하고, 연구와 교육을 통해 어린이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활동을 한다.

무엇보다도 어린 자녀를 잃은 아픔을 다른 사람을 향한 사랑으로 승화시킬 때 자신들의 아픔은 치유되고 다른 사람에게는 행복을 줄 수 있다고 이들은 말한다. 누군가를 잃고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그리움을 모르는 누군가에 대한 사랑으로 표현할 때, 그 그리움은 깊은 상실감에 빠진 자신은 물론 누군가의 인생에 행복의 맛을 더하는 향신료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그리움이 만들어 놓은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병원, 학교, 도서관, 박물관, 기념관, 공원, 종교시설, 공공기관 등을 드나들다 보면 벽면에 빼곡히 적혀있는 기부자들의 이름을 통해 수많은 그리움의 흔적들을 만날 수 있다. 더구나 그리워하는 사람의 이름을 딴 무슨 메모리얼이라고 이름 붙인 건물, 시설, 기념비, 도로 등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리움이 생긴다는 것은 누군가를 돌아볼 만한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다. 먹고사는 일에 치여 그리움을 삭이고 지내왔다면 이제야말로 그 그리움에 사랑과 친절의 옷을 입힐 때다.

그리울 땐 친절을 베풀자. 그리움이 쌓일 겨를도 없이 그 그리움이 만드는 행복한 세상을 만날 것이다.

 

<LA 중앙일보2018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