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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참 신기하네!"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8-11-27 (화) 09:13 조회 : 14

"그것참 신기하네!"

 

 

"그것참 신기하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입에서는 어김없이 말이 나왔다. 그를 만나면 듣는 말이다. 내가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는 신기하다고 했다. 바람이 조금만 세차게 불어도, 상점에 걸린 싸구려 그림을 봐도, 프리웨이 들어가는 길목에 차들을 향해 유리창을 닦겠다며 득달같이 달려드는 거리의 사람들을 때도 그는 거푸거푸 "그것참 신기하네!"라고 했다. 그런 말을 하는 그가 신기해서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뭐든지 신기하게 보는 자네의 눈이야말로 신기하네!"


그가 습관적으로 내뱉던 말이 나에게 전염되었나 보다"그것참 신기하네!" 집에 오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그러고 보니 세상에는 신기한 많다. 가을이라고 하늘 높이 걸린 구름도 신기하고, 녹색, 노란색, 빨간색 옷을 온종일 갈아입으며 있는 신호등도 신기하다. 부딪치지 않을 만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차들도 신기하고, 분주한 발걸음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도 신기하다.

그뿐인가, 땀을 뻘뻘 흘리며 언덕바지를 오르는 자전거도 신기하고, 육중한 몸을 이끌고 하늘로 솟구치는 비행기도 신기하다. 새벽에 만나는 조간신문도 신기하다. 신문은 언제 만들어져 비닐 옷까지 입고 여기까지 찾아왔단 말인가. 철을 따라 피었다 지는 꽃들도 신기하고, 남의 화단을 무단으로 점령한 세상을 만든 들풀조차 신기하다. 무엇보다 낯선 나라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한인들의 끈질김이 신기하다. 

국어사전에는'신기하다' 말이 가지 의미로 나온다. 하나는 "믿을 없을 정도로 색다르고 놀랍다" 뜻으로 이때는 귀신 '()' 쓴다. 그대로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없는 신묘하고 기이한 일이 일어났을 쓰는 말이다. 하나는 새로울 '()' 써서"새롭고 기이하다" 뜻으로 사용한다.

우리가 주로 말하는 신기한 일은 경험을 뛰어넘는 색다르고 놀라운'신기(神奇) '이지만, 그런 일이야 그리 많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누려야 하는 신기한 일은 오늘 우리의 속에서 새롭게 일어나는 '신기(新奇) '이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모든 일은 평범한 일상이라도'신기한 '이다. 새로운 호흡으로 맞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생명으로 마주하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에게서 일어나는 일도 모두'신기한 '이다. 숨을 쉰다는 것이 신기하고, 살아있다는 것이 놀라운 감격이다.

그런 세상의 모퉁이를 돌아가는데 만나는 모든 것이 어찌 신기하지 않겠는가. 삶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절망할 없다. 아니 신기한 일에 놀라느라 절망할 틈이 없다. 하루하루를 신기하게 사는 사람은 나이들 새도 없다. 나이는 시간이 간다고 먹는 것이 아니라 삶에 찾아오는 신기한 일들을 체할 들기 시작한다.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가보자. 기지개를 켜고 하늘을 쳐다보자.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에 마음을 맡기고 지금 마주하는 것에게 말해 보자. "그것참 신기하네!" 신기하게도 신기한 일이 더욱 많아지리라.


<LA중앙일보 칼럼, 2018년 11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