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게시물 47건, 최근 0 건
   

‘감사’로 수다 떨기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9-12-24 (화) 21:00 조회 : 58

 아는 분의 가게에 들렀다. 성실과 열정으로 수십 년을 한결같이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이었다. "애들은 잘 크는지?" "사업에 어려움은 없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주인과의 대화는 낡은 극장에서 필름이 끊겼다가 한참이 지난 후 다시 상영되던 오래된 영화처럼 손님이 드나들 때마다 멈췄다가 이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주인은 드나드는 손님마다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안부를 묻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그때마다 손님도 아니고 주인도 아닌 나는 제삼자가 되어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때로는 진열된 물건을 꼼꼼히 살피며 지루함을 이기고 있을 때였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딸을 데리고 한 중년 여성이 들어왔다. 멋쩍어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연신 감사 인사를 하라고 재촉했다. 아이는 쑥스러움이 담긴 작은 소리로 "탱큐"라는 말을 내뱉고는 엄마 뒤로 숨어버렸다.

이번에는 엄마가 딸을 대신해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고, 주인은 주인대로 이렇게 찾아와 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그렇게 가벼운 감사의 인사를 했으면 자리를 떠야 하는데, 손님은 낯설어하는 딸을 옆에 세워두고 감사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이건 이래서 좋았고, 저건 저래서 좋았고....."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옆에서 감사 수다를 듣는 내 마음도 감사로 가득 채워졌다. 손님이 주인에게 찾아와 감사의 인사를 하는 모습에 내 가게가 잘되는 것처럼 느껴져 감사했다. 감사를 잃어버리고 사는 시대에 시간을 내어 감사의 인사를 전하러 온 모녀가 오히려 감사했다. 딸에게 세상은 감사하며 사는 곳이라는 지혜를 가르치려는 엄마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 감사했다.

그 엄마의 말은 목적 없이 내뱉는 수다 같은 이야기였지만, 감사로 떠는 수다는 달랐다. 쓸데없는 말이 아니라 또 다른 감사를 불러오는 의미 있는 수다였다. 모녀는 한참 감사로 수다를 떨고 나가면서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얼마나 큰 호의를 베풀었으면 딸을 데리고 와서 저렇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갈까?' 애써 궁금한 마음을 감추고 있었는데 주인은 내 마음을 알았는지 그 모녀에 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 다녀간 엄마는 얼마 전 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주문한 물건이 마음에 든다며 감사의 인사를 하러 일부러 찾아왔다고 했다. 그 엄마는 변호사로 몹시 바쁜 사람이라고 했다. 얼마나 바쁘면 물건도 직접 와서 고르지 못하고 전화로 주문했다고 한다.

그렇게 바쁜 사람이 직접 와서 감사의 수다를 떨며 한참이나 머물다간 자리에 꽃이 피었다. 감사의 수다로 핀 이야기꽃이었다. 그 이야기꽃의 향기가 오랜 여운으로 남아 있다. 우리도 감사로 수다를 떨어보자. 감사의 이야기꽃이 활짝 피면 감사 향기 가득한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