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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을 점령하라! 희망으로’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21-01-16 (토) 20:12 조회 : 113
분명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 고향을 떠나 말 설고 사람 설은 나라에 둥지를 틀 때는 살만한 곳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들 눈치 안 보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나라, 노력한 만큼 보상이 주어지는 나라라고 확신했기에 미국에 왔다. 낯선 외국 땅에서 버텨 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공정한 기회를 주는 세상, 정의를 심어주고 합리적으로 대우받는 세상에서 자녀들을 살게 해 주겠다는 책임감에 이를 윽물고 견뎌왔다. 

복잡다기한 선거 절차에 걸핏하면 소송을 일삼고, 무슨 일만 있으면 시위를 벌이는 통에 살수록 정나미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그것이 다수를 존중하면서도 소수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는 민주주의 정신이라는 말로 넘기며 지내왔다. 

그런데 지난 1월 6일 워싱턴DC에서 들려온 소식은 우리의 신뢰와 기대를 처참하게 짓밟았다. 그날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는 상·하원의원들이 모여 대통령에 대한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확인하고 승인하는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때 의사당 밖에서 투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시위하던 사람들이 의사당 안으로 난입했다. 시위대는 이미 무장한 폭도들로 변한 뒤였다. 회의는 중단되었고, 의원들은 대피했다. 폭도들은 의사당 내의 여러 시설을 점령한 채 반나절 동안 집기를 부수는 등 난동을 부렸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수십 명이 체포되었다. 

민주주의의 모범국을 자처하던 미국에서 그것도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이라는 의회 의사당이 미국인들에게 점령된 것은 건국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그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태는 합법적 선거 결과를 폭력으로 뒤집으려는 시도로 결과에 대한 승복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과 함께 언론에서는 민주주의의 추락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막지 못한 행정부에 책임을 묻는 한편, 이번 일을 부추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1월 20일에 열릴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소요 사태를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가뜩이나 코로나 감염증 확산세가 누그러지지 않아 싱숭생숭한데 정치권마저 혼란스럽다 보니 우울하기만 하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세상을 점령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무엇인가를 차지하려는 마음은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이다. 그런 세상에서 우리가 점령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절망이다. 세상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지만, 절망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희망이면 된다. 아무리 세상이 어수선해도 희망을 잃지 않는 한 그 희망이 절망을 점령할 것이다. 그 믿음으로 외쳐 보자. “절망을 점령하라! 희망으로”

<LA중앙일보 칼럼, 2021년 1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