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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인 정오 기도회 (85)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20-07-25 (토) 23:02 조회 : 14
“그래! 괜찮아”
<전교인 정오 기도회-85>  
2020. 7. 20. (월)

* 찬송가 491장(통 543장) “저 높은 곳을 향하여”

“하나님은 친히 그들과 함께 계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계 21:3-4)

빌리를 처음 만난 건 장례식장에서였습니다. 아니 만났다고도 할 수 없는 게 빌리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굳게 닫힌 관 속에서 빌리는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의 장례를 집례해 줄 목사를 맞았습니다. 

관 앞에 놓인 영정 사진에는 20대 청년이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장례식을 집례하는 목사라면 그래도 고인에 대해 조금은 알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야 '평소에 어떤 인생을 살았다느니, 얼마나 좋은 심성을 갖고 있었다느니' 하면서 몇 마디 포장이라도 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빌리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나이가 몇인지도, 어떻게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는지도, 어느 학교에 다녔고,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도 몰랐습니다. 한 번도 만나 적 없는 빌리의 장례식을 집례하게 된 것은 순전히 그의 아버지 함 집사님 때문입니다. 

함 집사님이 혼자 교회에 나오기 시작한 날을 기억합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함 집사님은 단단해 보였습니다. 이민 생활의 산전수전을 다 치른 베테랑답게 아시는 것도 많았고, 미국에 오신지도 꽤 오래되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본인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셨습니다. 가족이 어떻게 되는지? 무슨 일을 하시는지? 심지어 어디 사시는지조차 말씀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한두 달 교회에 출석하시더니 어느 날 부인과 함께 예배에 참석하셨습니다. 

말이 없기는 부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게 예배에서 마주치며 몇 달이 흘렀을 때였습니다. 함 집사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받았더니 "큭큭.... 훌쩍이는 소리가 먼저 들렸습니다." '무슨 일이 났구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한참 만에 평정을 찾은 함 집사님은 아들이 죽었다고 했습니다. "예, 아드님이 돌아가셨다고요?" 아들이 있었는지조차 몰랐지만, 어떻든 아들이 죽었다고 하니 집사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실까 하는 마음으로 심방을 갔습니다. 

엊저녁까지 멀쩡하던 아들이 자신의 방에서 새벽에 주검으로 발견됐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이미 다녀갔고, 장의사에서 아들의 시신을 데려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하시는 함 집사님의 목소리가 의외로 담담했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겠지' 속으로 생각하면서 장례 일정을 잡았습니다. 그래도 목사가 장례식 설교를 하려면 고인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아야 하기에 함 집사님 내외분을 따로 만났습니다. 아들의 장례식을 앞둔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실까 걱정하면서 조심스럽게 아들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아들이 몇 살이에요? 공부는 어디서 했나요? 장례식에는 누가 오나요? 가족이나 친구들이 좀 있으세요? 신앙생활은 잘했나요?" 질문은 많이 했는데 제가 들은 답은 별로 없었습니다. 죽은 아들의 이름은 빌리고, 남동생이 하나 있고, 남동생 친구들이 운구를 도울 것이라는 말밖에는 듣지 못했습니다. 

빌리의 장례식 집례를 위해 단 위에 섰습니다. 자식의 삶을 말 못 하는 부모에게도 사정이 있겠지요. 자식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드러낼 수 없는 마음은 또 오죽하겠습니까? 빌리의 장례식을 준비하면서 "그래"라는 말이 마음에 와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장례식 설교를 하면서 주님의 마음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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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세상에서 얼마나 힘들었니. “그래! 이제 괜찮아.”
"그래" 세상에서 장남으로 부모님 생각하면서 가졌던 책임감은 또 얼마나 무거웠니. “그래! 이제 다 내려놓을 수 있지.”
"그래" 죽음 앞에서 얼마나 무서웠니. “그래! 이제 내가 너와 함께 있을 거야.”
"그래" 세상에서 수고 많았지. “그래! 이제 내가 너를 쉬게 해 줄게."
"그래" 세상에서 할 말 하지 못하고, 많은 생각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 “그래! 이제 마음껏 찬양하고 말하렴.”
"그래" 세상에서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았을 거고, 갖고 싶은 것도 많았을 텐데 다 포기하고 왔구나. “그래! 이제 천국에서 자유를 마음껏 누리렴.”
너에게 "그래"라는 미들네임을 지어주고 싶구나.
‘빌리 "그래" 함’
그러고 보니 세계적인 복음 전도자 ‘빌리 그래함’ 목사님 이름이 되었구나. 세상에서는 ‘빌리 그래함‘ 목사님만 알고 ‘빌리 "그래" 함’은 잘 모르겠지 하지만 하나님은 ‘빌리 그래함’ 목사님이나 너를 모두 다 잘 아신단다. 
‘빌리 그래함’ 목사님이나 ‘빌리 "그래" 함’이나 모두 전도자로 살아온 인생이 아니겠니. 전도자란 삶으로 실천하고, 죽음으로 하나님을 증언하는 인생이니 말이다. ‘빌리’야 너는 오늘 우리 곁을 떠나지만, 하나님 나라에서 안식을 누리렴. 기도할께. 
————-
오늘도 그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한 채 꺼져가는 촛불처럼 사그라드는 우리의 인생이 있습니다. 그리 내세울 것 없는 인생을 살다가 이제 사망도, 애통하는 것도, 곡하는 것도, 아픔도 없는 천국을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저희의 눈물을 닦아 주시면서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그래! 괜찮다.”라고 말입니다. 

* 기도
은혜와 사랑이 가득하신 하나님. 
절망과 실패, 좌절과 실망으로 세상의 낙오자가 된 것 같은 인생을 주님께서 일으키시고 날마다 새롭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이 땅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을 들어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게 하옵소서. 
주님이 주시는 용서와 위로로 힘을 얻게 하옵소서. 
실수와 죄로 얼룩진 우리를 부르셔서 “그래! 괜찮다.”라고 말씀하시는 주님의 용서를 의지하게 하옵소서. 
이 한 주간 주님이 주시는 은혜를 따라 살게 하시고, 소망 가득한 한 주가 되도록 인도해 주시기를 바라며 이 땅의 치유자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 오늘의 기도 제목 : 
- 날마다 천국을 향한 소망이 깊어지도록 
- 이 땅의 교회와 선교지를 지키시고, 성도들의 삶을 통해 영광 받아 주시기를  
-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본 이들을 위로하시고, 치유해 주시기를 
- 각 의료기관과 양로 시설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 주기도문으로 기도회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