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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인 정오 기도회 (93)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20-08-01 (토) 22:33 조회 : 3
“강릉 ‘뉴타자 학원’의 추억”
<전교인 정오 기도회-93>  
2020. 7. 29. (수)

* 찬송가 449장(통 377장) “예수 따라가며”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거룩하여짐이라.”(딤전 4:4-5) 

저는 대학교 2년을 마치자마자 군대에 오라는 입영통지서를 받았습니다. 그 통지서 쓰인 날짜에 맞춰 강원도 춘천에 있는 102보충대로 들어갔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논산 훈련소로 갔는데, 저만 강원도로 가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선배들이 강원도로 가면 100% 휴전선 철책에서 고생한다며 겁을 주었습니다. 춘천에서 며칠간 머물면서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고 강원도 원주에 있는 훈련소로 배치되었습니다. 그곳에서 6주간의 신병 훈련을 마치고, 저는 강원도 삼척에 있는 부대로 배치되었습니다. 

제가 배치된 부대는 옛날 ‘동해안 경비사령부’가 있던 자리라고 했습니다. 오래전 삼척/울진 무장공비 침투 사건으로 인해서 동해안 경비를 강화하기 위해 세워진 부대였습니다. 그날 삼척에 도착한 수십 명의 동기는 모두 바닷가에서 해안 철책선을 지키는 부대로 배치되었고, 저와 다른 2명의 동기만 본부에 남았습니다. 

본부에 남은 저와 동기들은 모두 ‘군수과’라는 곳에서 행정 일을 보는 임무를 받습니다. ‘군수과'는 군대의 보급품 수급을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수천 명의 병사가 먹을 음식, 입을 군복, 군화, 헬멧, 총기부터 각종 공사에 쓰이는 건축 자재, 자동차와 난방에 사용되는 연료까지 ‘군수과’에서 취급하는 품목은 다양했습니다. 

‘군수과’에 배치된 동기 중 한 명은 연료를 담당했고, 또 다른 동기는 군복을 비롯한 모든 생활용품과 공사 자재를 담당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저는 먹는 것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인원에 맞추어 식자재를 주문하고, 부대별로 인원수에 맞게 나누어 주고, 주문한 재료가 신선한지를 점검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삼척에서 버스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강릉 보급소로 가서 그날의 식자재를 검수하고 부대별로 할당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 외에도 쌀 수급을 위해 시청에 들락거리고, 두부 공장 콩나물 공장을 찾아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된장/고추장을 만드는 공장도 방문해서 보급 현황을 점검했습니다. 김장철이 되면 겨우내 먹을 수백 톤의 배추와 무를 밭 단위로 구매하기 위해 농민들과 관계자들과 만나 품질을 확인하는 일을 했습니다. 

낮에는 그렇게 현장을 돌아다니고 오후에는 부대에 복귀해서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컴퓨터는 없었고, 타자기를 사용할 때였습니다. 다른 동기들은 부대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타자도 금방 잘 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늘 밖으로 돌아다녀야 하니 타자 때문에 야근하기가 일쑤였습니다. 

어느 정도 업무에 익숙해지면서 낮에 부대밖에서 잠시 짬을 낼 여유도 생겼습니다. 그 시간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면서 강릉 시내를 지나는데, ‘뉴타자 학원”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간판을 보는 순간 ‘저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타자 학원에 무작정 들어섰습니다. 학원 안에는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이 가득했습니다. 순간 당황해서 그냥 나오려는데, 원장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군복을 입은 군인이 왜 여기 왔을까 신기해하는 원장 선생님에게 타자를 배우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당시만 해도 타자는 상업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들이 타자 업무를 필요로하는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배우는 특별한 기술로 인식될 때였습니다. 원장 선생님은 제 의지에 감탄하시면서 교재는 무료로 주시겠다고 했습니다. 

배우려는 의지는 있었지만, 생각만큼 시간이 많이 나지 않았기에 꾸준히 배우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곳에서 기초를 배운 덕분에 타자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나중에는 부대 내에 있는 그 누구보다 타자를 잘 치게 되었습니다. 

제대 후에 학교에 복학하니 컴퓨터가 막 보급되고 있었습니다. 수십 대의 컴퓨터가 있는 컴퓨터 실에서 제가 타자를 치면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신기한 듯 구경을 할 정도였습니다. 지금이야 누구든 컴퓨터를 사용하고, 타자를 잘 치기에 타자가 큰 특기가 아니지만, 저는 그때 타자를 기초부터 제대로 배워서 열 손가락을 다 활용해서 자판을 두드릴 줄 압니다. 

요즘 제가 타자를 배운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매일 묵상 글을 쓰면서, 설교문을 작성하면서, 칼럼을 쓰면서, 이메일을 쓰고, 각종 교회 사무를 컴퓨터로 처리하면서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는 이유는 타자를 배웠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편지하면서 이렇게 교훈합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거룩하여짐이라.”(딤전 4:4-5) 이 말씀은 제게도 적용됩니다. 군대에서 보내야 했던 세월이 저에게는 너무도 아까운 시간이었지만, 돌아보면 감사한 것뿐입니다. 그때 타자를 기초부터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저에게 교재비도 받지 않으시고 타자를 가르쳐 주신 강릉 ‘뉴타자 학원’ 원장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때 제가 배운 것은 타자의 기초만이 아닙니다. 세상을 사는 데는 모든 일에 기초가 중요하다는 세상살이의 교훈을 배웠습니다. 

요즘 저는 강릉 ‘뉴타자 학원’의 추억에 잠깁니다. 세상은 어수선하고, 그 세상을 살아내는 이들의 마음은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기초를 다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생각 없이 달려왔던 삶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삶의 기초를 다질 수 있다면, 이 혼란의 시대는 결국 하나님의 선하신 역사로 기억될 것입니다. 

* 기도 
날마다 샘솟는 은혜를 부어주시는 하나님.
오늘도 주님이 주신 날 기도하는 자리에 앉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세상의 염려와 근심, 미워하는 마음, 욕심부리려는 마음이 주님을 만났을 때, 모든 염려와 근심은 사라지게 하시고, 미움은 용서와 이해로 바뀌게 하시고, 욕심은 화해와 배려가 되게 하옵소서.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속에서 믿음의 기초를 기억하게 하시고, 은혜의 기초를 놓는 신앙인이 되게 하옵소서.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주님을 기억하게 하시고, 세상의 모든 것을 통해서 우리를 교훈하시고, 인도하시는 주님을 감사함으로 따르게 하옵소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어려움 당하는 모든 이들을 긍휼히 여기셔서 주님의 은총 안에 거하는 세상이 속히 오게 도와주옵소서. 
오늘도 우리 인생의 주인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 오늘의 기도 제목 : 
- 어수선한 세상속에서 믿음의 기초를 다지게 해달라고 
- 교회에 모여 함께 예배하며 하나님께 영광 올려 드리는 날이 속히 오게 해달라고 
- 건강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하나님이 주시는 치유의 은혜가 임하게 해 달라고 
-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을 선하게 여기며 고난도 감사함으로 받게 해 달라고 

* 주기도문으로 기도회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