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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인 정오 기도회 (152)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20-10-10 (토) 19:06 조회 : 22
“저벅저벅 당당하게”
<전교인 정오 기도회-152>  
2020. 10. 6.(화)

* 찬송가 354장(통 394장) “주를 앙모하는 자”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곤비하지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하지 아니하리로다.”(사 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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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바뀐 일상 중 하나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대신에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 집에도 고등학교 시니어에 재학 중인 둘째가 온라인으로 개학을 맞았습니다. 문제는 딸이 수업 중에는 온 가족이 숨을 죽이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집 청소를 할 때도 딸 스케줄에 맞춰서 청소기를 돌려야 합니다. 딸 방 옆에 있는 화장실은 수업 중에는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가 붙었습니다. 발뒤꿈치를 들고 조심스럽게 딸 방 옆을 지나면서 헨리 제임스가 ‘미국인’이라는 책에서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헨리 제임스는 현대 영미 소설의 형식과 내용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로 구세계(유럽)와 신세계(미국)의 문화적 갈등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삶과 문명을 추구한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일랜드 출신의 미국 이민자의 가정에서 태어난 헨리 제임스는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견문을 넓혔고, 노후에는 영국으로 귀화해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사후에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보스턴 교외에 있는 가족묘에 묻혔습니다. 그의 묘비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의 시민이자 소설가 대서양 양편의 한 세대를 해석한 사람(Novelist-Citizen of two countries interpreter of his generation on both sides of the sea)”

그가 쓴 ‘미국인’이라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중 신세계를 대표하는 주인공인 크리스토퍼 뉴먼(Christopher Newman)이 구세계를 대표하는 무슈 니오쉬(M. Nioche)에 대해 하는 묘사 중 이런 대목이 등장합니다. 

“다른 것들 중에서도 무슈 니오쉬는 용기를 잃어버렸다. 역경이 그의 사람을 망가트리고 겁주었기에, 혹시라도 적의 어린 운명을 깨울까 두려운 마음에 그는 자신의 여생을 눈에 띌 정도로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어 건너가고 있었다.” 

고난의 터널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적의 어린 운명의 윽박지름이 얼마나 무서운 줄 알기에 되도록 그런 운명과 마주하지 않으려고 조심해서 가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이민자들이 걷는 길이야말로 살금살금 걸어가야 하는 살얼음판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아니면 내 인생을 책임질 사람이 없기에, 넘어지면 안아 줄 고향의 흙과 풀이 없기에 어떻게든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잔혹한 운명을 깨우지 않기 위해서 지금까지 발뒤꿈치를 들고 살그래 걸어왔는지도 모릅니다. 

영문학자이자 수필가였던 고 장영희 교수는 헨리 제임스의 운명론을 삶으로 반박했습니다. 그녀는 대학교 2학년 때 ‘나쁜 운명을 깨울까 봐 무서워 살금살금 걸었다’라는 문장을 읽고 마음을 정했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쁜 운명을 깨울까 봐 살금살금 걷는다면 좋은 운명도 깨우지 못할 것 아닌가. 나쁜 운명, 좋은 운명 모조리 다 깨워 가며 저벅저벅 당당하게, 큰 걸음으로 걸으며 살 것이다.” 그 다짐처럼 그녀의 발걸음은 먼발치서도 사람들이 알아챌 정도로 컸습니다. 

어릴 때부터 앓은 소아마비로 인해 낡은 목발에 쇠로 된 다리보조기까지 차고 정그렁 찌그덩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걸어온 인생을 돌아보며 그녀는 좋은 운명, 나쁜 운명이 모조리 다 깨어나 마구 뒤섞인 혼동의 연속이었다고 말합니다. 

암으로 투병하면서 쓴 글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흑백을 가리듯 좋은 운명과 나쁜 운명을 가리기는 참 힘들다. 좋은 일이 나쁜 일로 이어지는가 하면 나쁜 일이 다시 좋은 일로 이어지고……. 끝없이 이어지는 운명 행진곡 속에 나는 그래도 참 용감하고 의연하게 열심히 살아왔다.”
 
이사야 선지자는 하나님이 주시는 힘으로 믿음의 길을 걷는 이들을 이렇게 응원합니다.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곤비하지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하지 아니하리로다.”(사 40:31)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나쁜 운명이 깨어날까 봐, 괜히 안 좋은 일이 일어날까 봐 사뿐대며 걸어온 길이었다면, 이제는 우리와 동행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운명 행진곡으로 삼고 밝은 미래를 향해 당차게 나아갈 때입니다. 

*기도 
우리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하나님.
고난의 기억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다가올 때 주님이 주시는 믿음으로 이겨내게 하옵소서. 
주님과 동행할 때 나쁜 운명이 은혜로운 인생으로 바뀌게 하시고, 좋은 운명은 더 좋은 운명이 되어 세상을 복되게 하는 인생이 되게 하옵소서. 
주의 인도하심을 따라 살게 하시고, 주님이 뜻하시는 길 순종하며 가게 하옵소서. 
맡기신 삶의 자리를 축복하시고, 날마다 새로운 힘과 은혜를 부어 주옵소서.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지키시고, 교회 됨의 본질을 회복하는 시간이 되게 하옵소서. 
우리의 형편을 아시는 주님께서 가장 복된 길로 인도하옵소서. 
우리 주위에 어려운 형편으로 넘어진 형제자매들에게 사랑의 손을 내밀게 하시고, 서로 손을 맞잡고 험한 세상을 이기게 하옵소서. 
생명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 오늘의 기도 제목 : 
- 운명의 지배를 받는 인생이 아니라 믿음으로 운명을 개척하는 인생이 되게 해 달라고
- 날마다 주님과 동행하는 기쁨을 누리게 해 달라고 
- 삶의 자리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는 그리스도인이 되게 해 달라고 
- 우울한 마음, 외로움, 고독함 속에 있는 이들의 마음을 주님께서 위로해 주시기를 

* 주기도문으로 기도회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