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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인 정오 기도회 (241)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21-01-14 (목) 22:00 조회 : 61
“서성대며 새해를 시작합니다.”
<전교인 정오 기도회-241>  
2021. 1. 15.(금)

찬송가 520장(통 257장) “듣는 사람마다 복음 전하여”

“하나님이 나사렛 예수에게 성령과 능력을 기름 붓듯 하셨으매 그가 두루 다니시며 선한 일을 행하시고 마귀에게 눌린 모든 사람을 고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함께 하셨음이라.”(행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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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전도사 사역을 할 때 함께 신앙 생활을 하던 청년이 있었습니다. 늘 무엇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분주했습니다. 예배나 모임에도 약속 시각보다 한참이나 지나야 얼굴을 드러내고는 연신 시계를 보다가 채 마치기도 전에 사라지곤 했습니다. 하루는 그 청년이 교회에서 고등학교 동창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동창은 그 청년을 보자마자 이렇게 물었습니다. “넌 아직도 바쁘냐?” 

그 청년이 원래 바빴던 것인지 아니면 바쁜 척을 했던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바쁘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약속과 해야 할 일로 하루 일정표를 꽉 채워야 능력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세상입니다. 적어도 코로나바이러스 팬더믹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더믹으로 불편한 일도 많이 생겼지만, 우리의 삶에서 분주함을 빼앗아 버렸습니다. 우리 시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던 만남이 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근 1년을 만남 없이도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 바쁠 일도 없고, 바쁜 척할 필요도 없어진 세상의 한복판을 서성대며 살고 있습니다. 

어제는 시간 앞에서 서성거리던 발걸음이 교회 마당으로 옮겨졌습니다. 특별한 일이 있어서도 아니고, 그저 햇살이 좋아서 한 걸음씩 옮기다 보니 사무실 밖이었습니다. 겨울을 지내는 동안 잔뜩 움츠렸던 나무와 풀은 따스한 햇볕에 기지개를 켜고 있었습니다. 파란 하늘은 희망이라는 글씨라도 새긴 듯 높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몇 년 전 '채식주의자'라는 소설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은 '소설 쓰기'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소설 쓰는 일은 서성거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뜨겁거나 서늘한 질문들을 품은 채 앞으로 나아가거나 뒤로 돌아가기도 하지요. 하지만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는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야 되짚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질문들을 품은 채 저에게 주어진 삶 위에서 끈질기게 서성일 것입니다.”

한강이 소설 쓰기를 서성거림에 비유했다면, 인생도 서성거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기쁘거나 슬픈 질문들을 품에 안은 채 앞으로 나아가거나 뒤로 돌아서야 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분명한 것은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되짚어 보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질문들을 품은 채 주어진 삶 위에서 끈질기게 서성거려야 합니다. 그것이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송두리째 빼앗긴 2020년도 지났고, 새해를 여는 올찬 희망도 여상함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분주한 발걸음을 내딛는 이들에게도, 하릴없이 길에서 어정버정하는 이들에게도 새해는 어김없이 다가왔습니다. 새해를 맞는 각오가 있을 만도 한데, 남다른 다짐으로 결사적으로 생활의 현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마음은 있는데, 여전히 우리는 일상의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습니다.

예수님도 가끔은 서성대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뚜렷한 목적지를 향해 가신 것이 아니라 각 성과 마을에 두루 다니시면서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두루 다니시면서 선한 일을 행하시고 능력을 행하실 때도 하나님이 함께하셨습니다. 

“하나님이 나사렛 예수에게 성령과 능력을 기름 붓듯 하셨으매 그가 두루 다니시며 선한 일을 행하시고 마귀에게 눌린 모든 사람을 고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함께 하셨음이라.”(행 10:38)

이민자로 살다 보니 서성거리는 것에 익숙해서일지 모르지만, 웬만한 서성거림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애써 괜찮은 척, 스스로 위로해 보지만 여전히 우리는 시간의 가장자리만 맴돌 뿐입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새해 달력을 건 게 언제라고 몇 날을 이렇게 속절없이 보내고 있겠습니까?�
미국에 올 때는 남다른 목표가 있었을 것입니다. 독하게 마음먹고 온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살아야 한다는 핑계로 처음 먹은 목표는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목표를 상실한 채 걸어가는 모습은 서성거림을 닮았습니다. 

한참을 돌고 또 헤매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주위를 왔다 갔다 할 뿐입니다. 그렇게 서성거리다 보니 사업도 어느 정도 일구어 놓았습니다. 서성거리다 보니 아이들도 컸습니다. 서성거리다 보니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습니다. 

그렇게 조금만 더 서성거리다 보면 일생이 금세 갈 것입니다. 어차피 서성거리며 걸어온 길인데 조금 더 돌아가면 어떻겠습니까? 본격적으로 서성거리며 살아보면 어떨까요? 마음만 있었지 배우지 못했던 것에도 기웃거려보고, 인생을 돌아보면서 자서전이라고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억이 더 사라지기 전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 몇 자 정도는 적어 보고, 어릴 적 가졌던 꿈 앞에서도 어슬렁대보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서성거리며 걸어온 인생길이나, 목표를 향해 숨 가쁘게 달려온 인생이나 결국은 끝에서 만날 것입니다. 조금은 낯선 그 서성거림이 이민 생활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여유로 바뀌게 되고,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실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서성서성대며 새해를 시작합니다. 

* 기도
은혜의 하나님.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으로 인해 서성대는 삶의 자리를 은혜의 자리로 바꿔주시니 감사합니다. 
서성거리며 시작하는 한 해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뜻깊은 한 해가 되게 하옵소서. 
가정을 지키시고, 자녀들의 길을 주님께서 친히 인도하옵소서.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만을 사랑하는 자녀들이 되게 하옵소서. 
믿음을 유산으로 남기는 부모의 사명을 감당하게 하옵소서. 
자녀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의 자녀들도 인생의 어려운 일을 만날 때마다 사람과 힘이 아니라 하나님께 나오게 하옵소서. 
우리의 자녀들이 살아서 저들의 삶 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게 하옵소서. 
거친 광야와도 같은 이민 생활에서 삶의 여유를 누리게 하옵소서. 
나만을 생각하는 세상에서 이웃과 어려운 이들을 돌보는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옵소서. 
올 한 해도 지난 한 해처럼 잃어버린 해가 될까 봐 두려워하는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시고, 언제든 주님이 도우시고 지키시는 믿음의 길로 나가게 하옵소서. 
우리의 길을 인도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 오늘의 기도 제목 
- 서성대는 삶을 인도해 주시고 함께 해 주시기를
-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이들에게 피할 길을 주시고 새 힘을 주시기를
- 두려움을 물리치고 희망으로 새해를 시작하게 해 주시기를
- 이웃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를 주시기를

* 주기도문으로 기도회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