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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인 정오 기도회 (301)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21-03-27 (토) 20:03 조회 : 25
“움직이면 죽어!”
<전교인 정오 기도회-301>  
2021. 3. 26.(금)

* 찬송가 546장(통 399장) “주님 약속하신 말씀 위에서”

“사람은 그 입의 대답으로 말미암아 기쁨을 얻나니 때에 맞는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고”(잠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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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뉴욕 맨해튼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LA에 살다가 말로만 듣던 맨해튼에 가니 시골 사람이 도시에 올라온 느낌이었습니다. 하늘 높이 솟은 빌딩숲을 지나는 사람들의 물결을 헤치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올라가 보고, 타임스퀘어며 브로드웨이를 걸으며 뉴욕의 분주함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문 자동차들은 길 건널 틈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에 질세라 사람들도 신호등이 바뀌든 말든 우선 발부터 내디디면서 길을 건너고 있었습니다.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이며 급브레이크 밟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지 어디를 가도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길 어귀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분장을 한 사람들이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면서 복잡한 거리를 흥겹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맨해튼의 한복판을 지날 때였습니다. 가뜩이나 비좁은 거리의 한쪽을 막고 청년들 몇이 무슨 묘기를 부리고 있었습니다. 청년 중 하나가 저를 불러 세우며 이쪽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청년이 가리킨 쪽으로 가니 저처럼 불려서 나온 사람 너덧 명이 한 줄로 서서 청년들의 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묘기를 부린다는 청년들은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추면서 저를 포함해서 한 줄로 서 있는 사람들을 뛰어넘을 듯 이리 저리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불려 나온 사람이 한 열 명은 되어 보였습니다.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묘기를 부릴 때가 가까워졌습니다. 한 줄로 선 사람들에게 ‘앞으로나란히’를 시키면서 앉으라고 했다가 일어서라고 하면서 뜸을 들였습니다. 

이제 한 줄로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뛰어넘을 차례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몸이 날랜 사람이라도 열 사람을 한 줄로 세워 놓고 뛰어넘기는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묘기를 부리겠다는 청년들은 분위기를 잔뜩 끌어 올리면서 한 줄로 늘어선 사람들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소리쳤습니다. “Don’t Move”

비록 청년들은 묘기를 끝내지 못하고 사람들의 관심만 끌다가 흐지부지되었지만, 그날 들었던 “Don’t Move! (움직이지 마!)”라는 외침이 잊고 있었던 제 어릴 때 기억 하나를 불러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5~6학년에 다닐 때쯤이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있는 전철 역을 지날 때면 역 앞에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약을 파는 약장수들과 마주칠 때가 많았습니다. 구수한 입담으로 사람들을 한바탕 웃게 만들고는 그분들의 말대로라면 무슨 병이든 고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을 내놓습니다. 

그러면서 그분들이 꼭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얘들을 가라, 얘들을 가’ 어차피 아이들이야 약을 살 것도 아니고, 앞에서 걸리적거리니까 아이들을 먼저 쫓아냈을 것입니다. 넋을 놓고 약장수가 하는 이야기를 듣다가 ‘얘들은 가라’는 말에 쫓겨나는 민망한 일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날도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습니다. 전철 역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규모가 달랐습니다. 다른 약장수들이 20~30명을 모아놓고 목청을 높였다면, 이번에는 100명도 넘는 사람들이 큰 원을 그리고 모여 있었습니다. 

약을 파는 사람들의 수준도 달랐습니다. 다른 약장수들이 걸쭉한 입심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면 이번에는 차력을 하는 무시무시한 아저씨들이 가득했습니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함께 끓어오르고 있었습니다. 

목에 기댄 철근이 휘고, 배 위에 올려놓은 돌을 망치로 내려쳐서 깨뜨리고, 머리로 각목을 부러뜨리는 차력 쇼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그곳을 지나던 저도 사람들 사이로 그 장면을 지켜 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차력 쇼가 펼쳐지다가 마지막 쇼가 열리기 직전이었습니다. 

차력 쇼를 이끌던 대장 격인 아저씨가 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야 너 꼬마”라고 불렀습니다. 그다음 이야기는 들으나 마나입니다. ‘얘들은 가라, 얘들은 가!’일 것입니다. ‘나보고 가라고 하는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일어서서 나가려는 저를 불러 세우며 말했습니다. “야! 너 앞으로 나와!” 

뒤를 둘러보아도 저를 보호해 줄 어른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앞으로 나가는 것이 두려웠지만, 많은 사람이 쳐다보는데 내뺄 용기도 없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발걸음은 이미 무대 중앙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차력 쇼의 대장 아저씨는 지금까지의 쇼는 새 발의 피였다고 하면서 이제 진짜 묘기를 펼치겠다고 했습니다. 그 묘기의 내용은 지압으로 사람의 혈을 눌러 죽였다가 살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죽였다가 살리겠다는 사람이 바로 저였습니다. 

무섭다고 도망치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사람들은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참 뜸을 들이던 차력 쇼의 대장은 자기가 혈을 찾아 누르면 제가 죽은 것처럼 기절할 것이고, 자신이 다시 지압으로 풀어주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못하고 기절한 채로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혹시 이 아저씨가 나를 풀어주지 않으면 나는 꼼짝하지 못하고 평생 누워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생겼습니다. 저의 걱정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저씨는 제 몸의 이곳저곳을 누르더니 저를 바닥에 눕혔습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낮에 전철 역 앞 광장 바닥에 누워 있는 저는 지금 죽은 상태로 숨만 쉬고 있어야 했습니다. 아니 기절을 해서 아무런 생각도 못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눈은 감았지만, 한여름의 환한 빛이 느껴졌습니다. 

아무 소리도 안 들려야 하는데,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또렷이 들려왔습니다. 이러다가 재채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몸은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이제 아저씨는 사람들에게 책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특별한 혈을 표시한 책이라고 하면서 이 책에 쓰인 대로 혈을 누르면 소화도 잘되고, 병도 낫고 어쩌고저쩌고하면서 책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저 때문에 책이 대박이 났습니다. 

그렇게 책을 팔던 아저씨는 혈을 눌러 저를 깨우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몸 이곳저곳을 누르더니 이제 일어나라고 했습니다. 아저씨가 제 몸을 만지자 신기하게도 저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제가 왜 꼼짝 못 하고 죽은 듯이 누워있었을까요? 그것은 그 아저씨가 제 몸의 혈을 잡아서 눌렀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혈을 눌러 사람을 기절시키는 것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꼼짝 못 한 것은 그 아저씨의 손길 때문이 아니라 그 아저씨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습니다. 그 아저씨는 저를 눕히면서 제 귀에다 대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 움직이면 죽어!” 결국, 그 한마디가 저를 얼어붙게 했던 것입니다. 

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수많은 부정적인 말이 우리를 꼼짝달싹 못 하게 만듭니다. 사탄과 마귀는 우리 귀에 대고 속삭입니다. ‘너는 안 돼.’ ‘사람들이 다 너를 싫어해.’ ‘그것 봐 해도 안되잖아.’ 그런 말을 자꾸 듣다 보면 정말 내가 그런 줄 압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작 들어야 하는 말은 성령의 속삭임입니다.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힘과 소망을 주는 격려의 말입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은 그 입의 대답으로 말미암아 기쁨을 얻나니 때에 맞는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고”(잠 15:23) 때에 맞는 말로 서로에게 기쁨과 용기를 주는 아름다운 말만 하며 살아갑시다!

* 기도
사랑의 하나님. 
우리 입술에 파수꾼을 세우셔서 거짓과 헛된 말은 하지 않게 하옵소서. 
용기와 소망을 주는 말, 사랑의 말만 하며 살게 하옵소서. 
자녀들을 향해 격려의 말을 할 때 그 말이 씨가 되어 아름다운 인생이 되게 하옵소서. 
사랑의 마음으로 소망을 담아 전하는 말인 기도를 하며 살게 하옵소서. 
언제든 우리를 지키시는 하나님께 늘 감사와 찬양을 올리며 살게 하옵소서. 
오늘 하루를 하나님이 주신 선물로 받아 소중히 사용하게 하옵소서. 
어려울 때를 지나는 이들을 돌보시고 이겨 낼 힘과 용기를 주옵소서. 
성령을 통해 우리를 향해 속삭이시는 세밀한 음성에 귀 기울이게 하옵소서. 
부정적인 말로 인해 마음의 문이 닫힌 이들의 마음 문을 주님의 위로로 열어 주옵소서.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의지해서 오늘도 믿음의 길을 걸어가는 저희 모두가 되게 하옵소서. 
우리를 지키시고 인도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 오늘의 기도 제목 
- 우리 입술에 파수꾼을 세우셔서 거짓과 헛된 말을 멈추게 해 주시기를
-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드리는 중보 기도에 응답해 주시기를 
- 다른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사랑을 전하는 위로자가 되게 해 주시기를
- 부정적인 말로 인해 닫힌 마음의 문을 주님의 위로로 열어 주시기를 

* 주기도문으로 기도회를 마칩니다.